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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8

궁중악단이 펼쳐지는 한옥 카페

대청은 객석, 중정은 무대가 되다.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비담’은 아담한 한옥을 개조한 카페 겸 공연장이다. ‘비우고 담다’는 뜻을 담은 이 카페는 음대를 졸업하고 영상 기획자로 활동하는 클라이언트가 한국에 소공연을 즐길 수 있는 편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퇴근길, 고즈넉한 가회동 언덕길에서 음악 소리를 들은 방문객이 하나 둘 하나 둘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생 처음 구입한 한옥이었다.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 회사 디자인토큰은 ‘비담’의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BI와 심볼, 슬로건 작업을 맡아 진행했다. “커다란 나무에 반쯤 가려진 한옥이었어요. 이 터에서 100년을 지낸 집이라는 게 믿어지 않을 만큼 관리는 잘 되어 있었어요. 어려웠던 건 한옥을 개조한 카페 겸 공연장에서 ‘한국성’을 어떻게 시각화해야 할지였죠.”

 

 

김대성 디자인토큰 대표는 음악과 무대가 있는 카페라는 점에서 착안해 ‘궁중악단’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그리고 한옥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한국적 요소를 차용했다. 하나는 평상의 특징을 건축에 적용하는 것. 쉬고 일하는 평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연장에 적용하는 아이디어였다. 두 번째는 한복, 그 중에서도 ‘궁중악단’ 의복의 형식과 색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음료를 마시면서 소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중정을 무대를 두고, 대청과 툇마루를 평상처럼 연장해 객석을 조성했다. 특히 여러 겹 겹쳐진 툇마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많이는 세번까지 층이 겹쳐지는데, 이는 한복 동전이 포개진 모습을 건축으로 풀어낸 것이다.

 

 

벽면은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되 풍부한 실내 잔향을 유지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궁중악단의 의복에서 따온 노랑, 빨강, 파랑은 조명과 마감재에 적용했다. “백의민족, 수묵화, 백지처럼 한국적이라고 하면 무채색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한국의 색 조합은 꽤 강렬합니다. 빨강은 깊고, 파랑은 청명하지요. 공연을 위해 RGB 조명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영화 <상의원>처럼 컬러풀 조선을 실현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한옥 끝에 자리잡은 중실은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에게 영감을 받아 마치 다른 차원의 문을 통과하듯 반전이 있는 강렬한 조명을 설치했다. “한옥에서 가장 좋은 비례는 편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은 물론이고, 같은 동양권인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은 위계와 긴장이 흘러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것에는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요. 비담에서는 기존 한옥의 최대한 많은 부분을 유지해 한옥이 가지는 특유의 편안한 비례와 구도, 은은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김대성 대표의 설명이다. 전통건축의 현대건축이 대비되는 이 퓨전 공간이 낯설기보다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유제이

자료 협조 디자인토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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