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8

건축이 도시의 위기를 극복하는 법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년에 한 번, 우리를 찾아오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9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린다. 팬데믹 시기에 개최하는 비엔날레인 만큼, 총감독 도미니크 페로는 ‘회복력’에 초점을 맞췄다. 전 세계에서 참여한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는 5개의 전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 516 Studio

 

도시에는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높은 집값에 허덕이면서도 부동산 개발에 대한 욕망은 넘쳐나고, 지역적 특색을 갖춘 공간과 각자 삶을 반영한 공간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유례없는 팬데믹까지 맞이하면서 전염병이라는 숨어있던 과제가 드러났다. 현재의 도시는 인터넷으로 모든 게 연결될 정도로 발전했으나, 환경, 범죄, 질병, 재난 등 여러 가지 위기를 품고 있다.

 

세계의 건축과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의 흐름을 살펴보고 도시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2021년, 도시가 맞닥뜨린 위기와 대응을 살펴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한국에서는 이화여대 캠퍼스 센터로 익숙한 도니미크 페로 총감독은 ‘도시 회복력’이라는 주제 아래,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포스터, 디자인 : 일상의실천

 

‘도시 회복력’이라는 말은 캐나다 생태학자 C.S. 홀링이 정의한 ‘생태 회복력’에서 유래한 것으로, 충격 이후 균형을 되찾는 힘과 난제를 극복하는 힘을 뜻한다. 이를 도시에 대입하면, 예측불가한 도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을 가진 체계를 의미한다. 도미니크 페로는 “도시 회복력은 도시계획자, 건축가, 개발자, 건축업자, 시민 모두가 상호 교류하고 협력해야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주제전>, <도시전>, <게스트시티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 <현장 프로젝트>로 나뉘어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 세계의 노력을 보여준다. 각 전시마다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하고 전시장도 3군데로 분산되어 자칫하면 집중을 잃을 수도 있다. 보다 즐거운 관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각 전시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했다.

 

 

주제전

<건축 x 인프라>

 

© 516 Studio

 

네트워크(교통, 전기, 수도, 가스 등)와 인프라(도로, 철도, 교량 등)는 도시 체제를 견고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들을 무분별하게 개발할 경우에는 도시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건축가는 노하우를 발휘하여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이 목표는 도시계획자, 개발자, 건축업자 등 도시 계획을 함께 담당하는 전문가와 힘을 합쳐야 이뤄낼 수 있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 전문가들이 모여서 설계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질병과 전쟁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집을 제공하는 방법,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자재를 개발하는 방법,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무분별한 도시 계획을 막는 방법 등 때로는 익숙하게, 혹은 새롭게 다가오는 도시/건축 프로젝트들은 도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도시전

<다섯 가지 크로스로드>

 

© 516 Studio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5개의 소주제를 제시하고, 그를 바탕으로 <도시전>을 구성했다. ‘지상 x 지하’에서는 도시 과밀화를 막기 위해 지하층과 옥상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전시된다. ‘도시 x 유산’에서는 기존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지키면서 새롭게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소개된다. 공예적 기법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자재를 선보이는 ‘공예 x 디지털’,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방법을 찾는 ‘자연 x 인공’은 일반인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주제다. 팬데믹 이후 제일 관심이 높아진 ‘안전 x 위험’에서는 도시의 여러 위험들(쓰레기, 범죄, 재난, 테러 등)을 해결하려는 건축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

 

 

글로벌 스튜디오

<피난처>

 

© 516 Studio

 

국내외 건축 대학과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를 전시하는 <글로벌 스튜디오>는 올해, <도시전>의 마지막 소주제인 ‘안전 x 위험’과 연관 지어 ‘피난처’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총 40개 기관의 건축학교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그중 선정된 8팀은 디자인한 건축물이 전시장에 실물로 전시되는 기회를 얻었다. 건축 전공생들은 도시 문제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신선한 작품을 선보인다. <글로벌 스튜디오>의 큐레이터 건축공방은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차세대 건축가와 디자이너 세대의 움직임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번 글로벌 스튜디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게스트시티전

<도시의 미래 지형도 : 게스트시티>

 

© MH photography

 

<게스트시티전>은 재난, 질병, 기후변화 등 현재 서울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와 인공지능 및 자동화와 같이 일상에서 익숙해지고 있는 미래기술이 서울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도시들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리, 베를린, 바르셀로나, 상하이, 하노이 등 세계 각 도시에서 진행한 도시 계획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특별전 섹션에서는 바르셀로나, 브뤼셀, 빌바오, 베를린에서 진행 중이거나 완성된 도시 계획 사례를 소개한다. 다른 도시들은 어떤 식으로 도시를 계획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전

<도시의 미래 지형도 : 서울>

 

© MH photography

 

서울의 도시건축 정책과 혁신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서울전>에서는 서울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그린뉴딜 온실가스 감축 전략, 스마트 모빌리티 등 현재 서울시가 진행 중인 도시정책과 함께 탄천·한강 수변공간 조성,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 등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에 대한 내용이 소개된다. 서울의 정책들은 다른 도시들과도 조응하는데, 전시는 이러한 연관성을 9개의 타워로 표현한다. 또한, 관객의 시선 외에 드론, 로봇, 타워의 시선도 제시되어 서울과 세계 도시들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현장 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

 

© MH photography

 

비엔날레 주제를 해석하여 설계한 파빌리온 및 건축물을 도시 안에 설치하여 시민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현장 프로젝트>는 시간적,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세운상가에서 진행된다. 큐레이터를 맡은 푸하하하 프렌즈는 도시를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 해석하기 위해 문학 작가 5명과 건축가 5팀을 초대하여 짝을 이룬 뒤, 문학 속 글귀를 공간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문학 작가와 건축가의 협업 결과는 세운상가 곳곳에 전시되어 그 앞을 지나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다.

 

 

현재의 도시는 여러 가지 위기를 맞이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위기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던지는 질문과 답은 시기적절했고, 앞으로 도시의 미래를 이끄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총감독 도미니크 페로가 참여한 오프닝 토크와 큐레이터, 참여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으므로 도시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할 때, 찾아가서 보면 좋을 것이다.

 

 

허영은

자료 협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자
2021.09.16 -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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