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7

집 8채가 만든 작은 도시

MMCA 청주 앞마당 집들이 오세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에서 MMCA 청주프로젝트 2021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9월 17일부터 2022년 7월 24일까지 펼쳐질 <천대광: 집우집주> 전이다. MMCA 청주프로젝트는 매년 청주관 야외공간에서 국내 신·중진 작가의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를 말한다. 관객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모습을 야외 공간에서 신선하게 경험할 수 있고, 선정된 작가는 드넓은 공간에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전시 전경

 

<집우집주>는 ‘우주’라는 단어가 집 ‘우(宇)’, 집 ‘주(宙)’로 이루어졌듯, 우리가 사는‘집’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더 나아가‘우주’가 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천대광은 청주관 잔디광장에 다채로운 재료와 형상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를 제작했다. <집우집주>는 한국의 대종교 경전인 『천부경』과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인 ‘카발라(Kabbalah)’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작품의 배치는 ‘카발라’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지혜를 담은 생명의 나무’ 도상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 2021, 목재, 철, 페인트, 아크릴, 조명

 

천대광은 이번 신작에서 다양한 건물의 외관을 섞기도 하고, 새로운 문양을 넣기도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미감으로 재해석해 가상의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도시 건축물을 변형하고 재창조하는 예술을 통해 미래의 이상적인 거주 공간과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집우집주>는 총 8점의 ‘집’을 중심으로 벤치, 테이블 등의 가구로 구성된다. 이 조각들은 모두 작가가 아시아 국가를 직접 여행하며 기록하고 수집한 건축 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다양한 장소에 놓인 건축물의 재료와 양식은 산업화 이후 정치와 문화가 어떻게 건축물에 새겨졌는지, 그 흔적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보여준다. 

 

, 2021, 철, 골함석, 조명 등

 

국내 건축물을 모티프로 제작한 <건축적 조각/보잘것없는 집/가파리 240번지>는 척박한 자연 환경속에 살아가는 가파도민의 고단한 삶을 풍부한 색채로 표현해 그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건축적 조각/양평터미널>은 터미널이라는 공간과 골함석이라는 건축 재료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여러 층위에서 살핀다. 

 

, 2021, 목재, 골함석, 페인트, 조명, 아크릴 등
, 2021, 목재, 아크릴, 조명, 페인트 등
, 2021, 목재, 페인트, 조명

 

아시아 국가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건축적 조각/다리 없는 집/캄퐁 플럭의 수상가옥 1~3>은 캄보디아 캄퐁 플럭(Kampong Phluk)에 있는 수상가옥을 모티프로 제작한 작품이다. 수상가옥에 얽혀 있는 역사와 그곳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을 통해 행복한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건축적 조각/수랏타니의 집>은 건물에 녹아있는 태국의 종교와 기후에서 발견한 독특한 특성을 새로운 조각 작품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건축적 조각/크노르 벤치>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 산하 브랜드 ‘크노르(Knorr)’ 광고가 그려진 벤치를 모티프삼은 작품으로, 선진 자본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일상까지도 잠식하는 현상을 비틀어 보여준다. 

 

, 2021, 목재, 아크릴, 조명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청주에 있는 근대건축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작품도 선보인다. <건축적 조각/후천개벽(後天開闢) 탑>은 청주에 있는 ‘탑동양관(塔洞洋館)’을 모티프로 하여 불교의 탑 양식을 뒤섞어 만든 새로운 형식의 조각이다. 한국 문화에 영향을 끼친 불교, 근대기 도입된 절충식 서양 주택 등 다양한 건축물의 양식을 혼합해 동서양의 종교 문화가 복잡하게 얽힌 양상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거주하는 현 시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도시를 추구함에 따라 인구 밀집과 환경오염, 집값 상승 등 도시 문제는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며 이는 더욱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천대광 : 집우집주> 전시는 낯익은 일상 공간을 낯설게 재창조해 우리 주변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둘러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집이 모여 도시가 되고 우주를 이루듯,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나은 도시를 찾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자료 협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일자
2021.09.17 - 202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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