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6

예술의 영감이 되어 온 식물들

미학, 문학, 철학으로 녹아든 식물예찬.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이 현대작가들을 초청해 우리 소장품을 더한 특별전 <식물예찬>을 연다. 오랫동안 꽃과 나무, 풀 같은 식물들은 인간의 삶 속에서 함께하며 생태학적 특성과 아름다움으로 유익함을 제공해왔다. 그 과정에서 식물은 문학과 철학, 미학적으로 다양한 사유의 관점을 투영하는 은유와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는 식물의 다양한 측면을 5가지의 소주제 아래 소개한다.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는 식물에 대한 동시대적 해석을, 조선시대 미술품에서는 식물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을 살펴볼 수 있다.

 

특별전을 구성하는 5가지 소주제는 ‘식물, 관념의 투영’, ‘식물장식과 도안’, ‘길상(吉祥)과 염원’, ‘현대미술과 식물’, ‘식물 아카이브’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식물’을 주제로 작업한 현대작가들을 초청했다. ‘현대미술과 식물’실에서는 김보희, 박일순, 정찬부 작가의 작품을, ‘식물 아카이브’실에서는 김수정, 나현, 엄유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식물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과 표현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애춘화첩(靄春畫帖), 신명연(申命衍, 1808~1886) 지본수묵 28.8x19.3cm

 

1. 식물, 관념의 투영

애춘 신명연은 무과에 등제해 평생 관직에 있으면서 정3품의 당상관(堂上官)을 지냈다. 시·서·화의 대가이던 자하 신위(1769-1845)의 아들로 아버지의 화풍을 이어 서화에 뛰어났는데, 특히 화조와 사군자에 능했다. 이 화첩에는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와 괴석이 각 두 폭씩 총 10폭이 그려져 있다. 운필이 단아하고 우아한데 이는 아버지 자하의 그림에서도 보이는 특징이다. 괴석도의 우측에 적힌 ‘申洪原名命洐號靄春紫霞胤’을 통해 신명연이 홍원(洪原) 현감 재임 시기(1836-1841)인 30대 초반에 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녹원삼(綠圓衫), 조선 19세기, 비단, 중요민속자료 63호 L.145cm

 

2. 식물 장식과 도안

녹원삼은 공주(公主)와 옹주(翁主), 그리고 내외명부가 착용했던 예복의 하나이며, 민간에 혼례복으로 허용되기도 하였다. 이 녹원삼은 도류불수문사(桃榴佛手文紗) 즉, 복숭아와 석류, 불수감의 상서로운 식물을 가득 직조한 겉감을 사용했다. 도류불수문(桃榴佛手文)의 복숭아는 다수(多壽), 석류는 다남(多男), 불수감은 다복(多福)을 상징하여 삼다(三多)무늬라고 불리며 왕실 및 반가의 여성복식에 주로 사용되었는데, 상서로운 의미와 함께 소재의 구성미도 뛰어나서 19세기 여성복식의 대표적인 무늬로 사용되었다. 

 

모란도 8폭 병풍(牡丹圖八幅屛風) 조선 19세기 말-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각 163.5x44cm

 

3. 길상과 염원

모란은 꽃이 크고 화려하여, 고대부터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풍요의 꽃이자 군주를 상징하는 꽃 중의 왕(花中王)으로 여겨졌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하늘이 어진 왕에게 내려주는 길한 징조인 상서(祥瑞)의 하나로 태평성대(太平聖代)의 상징을 담은 모란 그림을 대형 병풍으로 만들어 가례, 길례, 흉례 등 궁중 행사와 의례에서 사용하였다. 이 병풍은 19세기 궁궐에서 사용한 도식적이고 장식성이 뛰어난 모란도 병풍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대형의 모란도 병풍은 19세기 이후 궁궐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요구를 긍정하는 흐름 속에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기복성이 강조된 성격의 길상화로 널리 애호되었다.

 

김보희 2021년, 캔버스에 채색, 194 x 520cm, 작가소장

 

4. 현대 미술과 식물

김보희의 작품은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구분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풍경화의 영역을 이루며, 산수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식물예찬>에 전시된 “Towards”는총 8피스로 구성된 대형 작품으로 김보희의 제주 작업실 정원 풍경을 그린 2021년 신작이다. 작가가 관찰한 정원의 식물들, 야자나무, 로즈마리, 꽃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하늘의 구름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은은한 풍경을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엄유정 2020, 35.6x27.9cm, Gouache & Acrylic on Paper 작가소장

 

5. 식물 아카이브

엄유정은 일상의 삶 속에서 평범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발굴하고 기록한다. 특히 인물과 자연 등의 유기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하는 작가는 3-4년 동안 주변의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였고, 그 경험을 드로잉과 페인트로 표현하였다. “Plant”는 작가의 식물 시리즈 중에 하나로, 작가가 오랜 시간 식물을 탐구한 과정을 추상의 선과 양감, 색으로 표현한 아름다움 작품이다.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1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의 후원으로 준비됐다.

 

 

자료 협조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장소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2층 기획전시관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일자
2021.09.01 - 2021.11.30
링크
홈페이지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예술의 영감이 되어 온 식물들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