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걸음마를 떼고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어릴 때는 쉽게 대답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니 점점 더 답하기가 어려워진다. 사회 제도, 타인의 시선, 처한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꿈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dreamer, 3:45am”은 꿈꾸는 자와 꿈을 잃은 자 모두를 위한 전시다. 전시명의 새벽 3시 45분은 꿈을 꾸거나, 꿈을 그리는 시간을 뜻한다. 10명의 시각 아티스트와 뮤지션이 팀을 이뤄 구현한 꿈의 공간은 꿈을 잃은 자들을 위로하고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일으켜 세운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전시 구성은 경험의 몰입도를 높여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x 임용주
Nevertheless, Dreams Come True
춤으로 자유롭게 자신들을 표현하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한국 전통 장단을 전자음악으로 선보이는 사운드 아티스트 임용주는 꿈꾸는 사람을 응원하는 춤과 음악을 만들었다. 작은 신호들이 모인 진동으로 음악을 만든 임용주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지친 이에게는 위로를 전하고자 했다. 이 음악에 맞춰 구성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은 단절된 신체로 표현되었다가, 전시가 진행되면서 하나, 둘씩 합쳐진다. 그리고 꿈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큰 꿈을 이루듯이 하나의 완벽한 춤으로 완성된다. 작은 꿈이 모여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긴 이들의 작품은 전시의 시작, 중간, 끝에 위치하여 꿈의 길잡이가 된다.
패브리커 x 코드 쿤스트
The Shape of Dreams
저 멀리 빛이 보이는 좁고 기울어진 통로가 있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 소음, 반복적인 신호음이 뒤섞인 음악이 들려온다. 패브리커와 코드 쿤스트는 꿈을 좇을 때의 불안감을 공간적 경험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통로를 지나면 드디어 두 아티스트가 해석한 꿈의 형태를 마주할 수 있다. 패브리커는 손으로 빚은 점토 조형물로 꿈의 형태를 3차원으로 표현하며, 코드 쿤스트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바뀌는 구성을 가진 곡으로 꿈의 양면성을 표현한다. 방 안을 가로지르는 대형 조형물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평면의 원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원을 그린 무수한 과정이 겹쳐져 있는 입체 구조로 보인다. 이에 대해 패브리커는 “꿈이란 끊임없이 원을 그리는 과정이다. 타인에게는 이것이 여러 개의 선이 중첩된 평면의 원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노력의 과정이 숨어있다.”라고 설명했다.
UVA x 페기 구
Chaotic Times
신기술과 신소재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방향을 제시하는 아트 스튜디오 UVA는 조명을 활용하여 공간을 확장한 <베니싱 포인트(Vanishing Point)>를 선보인다. 하나의 소실점에서 뻗어 나온 빛줄기는 허공에서 분할되고, 페기 구의 음악에 맞춰 변칙적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빛의 움직임은 가상의 원근감을 만들어내어 공간이 확장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UAV의 작품과 착 붙는 페기 구의 음악 “Green Light”는 일레트로닉/하우스댄스 장르 곡이다. 페기 구는 몽환적이고 강렬한 리듬을 통해 한계가 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빛의 현란한 움직임, 빠른 템포의 리듬은 멈춰 있는 감각을 깨워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의 에너지를 전한다.
사일로랩 x 프랭킨센스
Inspirational Pauses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스튜디오 사일로 랩과 뮤지션 및 프로듀서 듀오 프랭킨센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술로 구현한다. 사일로 랩은 천장의 조명과 바닥의 물을 통해 빛이 물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을 전시장 안에 재현한다. 물과 빛의 잔잔한 일렁임을 표현한 프랭킨센스의 노래에 맞춰 움직이는 조명은 마주 보고 있는 수면 위에 고스란히 비쳐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하다. 프랭킨센스의 첫 번째 곡 “윤슬”에 맞춰 변화하는 사일로 랩의 <윤슬>은 관람객이 솔직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만들거나, 사색에 빠지도록 돕는다. 이어 보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포인트인 두 번째 곡 “Ripple”에 맞춰 움직이는 조명과 수면에 비친 풍경은 일상에 지친 관람객에게 휴식과 위로를 전한다.
스튜디오 아텍 x 윤석철
Eternal Journey
스튜디오 아텍과 윤석철은 꿈의 속성에 주목한다. 코딩을 이용한 그래픽 작업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작품을 디자인해 온 스튜디오 아텍은 이번 전시에서도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투명 올레드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전시장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스튜디오 아텍이 구현한 꿈의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세 번째 작품 “Gong : journey”는 스튜디오 아텍이 현실에서 본 공간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그래픽으로 재현한 미디어아트다. 스튜디오 아텍은 현실의 기억을 재편집해서 보여주는 꿈의 속성을 따라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을 3D 입자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이와 함께 뮤지션 윤석철이 작곡한 노래가 입체 서라운드 시스템을 통해 전시장에 퍼진다. 잠들기 전 들었던 음악이 꿈으로 이어져 여러 장면으로 이어지고 전환되는 상황을 청각적 심상으로 그려낸 이 곡은 꿈의 여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스튜디오 아텍의 작품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고 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각박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꿈을 잊지 않는 의지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전시 “dreamer, 3:45am”에서 만난 아티스트의 작품은 꿈을 잊은 우리를 위로하고 힘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제 다시 꿈을 꿀 때다.
글 허영은
자료 협조 롯데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