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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3

빵순이도 여긴 모르겠지, 홍대·연남 골목 속 빵집 5

사워도우부터 쌀빵까지, 식사빵에 올인했다

두바이쫀득쿠키, 이른바 ‘두쫀쿠’로 시작해 떡을 넣은 버터빵 ‘버터떡’을 거친 올해의 디저트 유행. 그 뒤를 이어 코코아 반죽에 초콜릿을 더한 ‘초코바게트’가 유행의 자리를 꿰찼다. 각종 유튜브와 SNS에서는 ‘초코바게트 맛집’을 찾는 영상이 우리네 빵순이들의 알고리즘을 점령했다. 

 

초코바게트는 두쫀쿠나 버터떡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바게트는 디저트로 먹는 빵이 아니라 ‘식사빵’이라는 것. 식사빵이란 단맛이 적고 담백하고 든든해서 한 끼 식사 대용을 할 수 있는 빵이다. 치아바타와 사워도우, 캄파뉴 같은 류를 말한다. 그러니 맛있는 초코바게트는 식사빵 전문 베이커리에서 더 만나기 쉽다는 사실.

 

그 중에서도 카페와 디저트 가게가 즐비한 홍대와 연남의 골목에서, 식사빵만 취급하는 베이커리는 ‘힘을 숨긴 진짜’처럼 보인다. 커피도, 케익도 팔지 않고 오로지 ‘빵’으로 승부 보는 베이커리들을 엄선했다. ‘빵순이도 여기까진 안 와 봤겠지?’ 싶은 골목골목을 뒤져 찾아낸 숨은 식사빵 맛집들이다.

코코리코

출처: 코코리코

연트럴파크를 걷다가 골목길을 들어서면 나타나는 ‘코코리코’. 이미 빵순이들에게 유명한 식사빵 맛집이다. 코코리코(cocorico)는 프랑스어로 ‘꼬끼오’라는 뜻이다. 그만큼 매일 아침 신선한 빵을 만든다는 것. 천연발효종으로 저온숙성한 빵이 유럽풍의 작은 빵집 내부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식사빵 모형은 코코리코의 시그니처다.

출처: 코코리코

코코리코의 대표 메뉴는 파네토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래된 크리스마스 빵이다. 천연효모로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에 절인 과일을 넣어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 크리스마스, 추석과 같은 명절 시즌에만 판매하지만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리는 천연발효종 반죽 ‘파스타 마드레(Pasta Madre)’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정통 방식을 고집한다.

 

상시로 구매할 수 있는 식사빵도 가지각색이다. 초코바게트에 빠졌다면 코코리코의 ‘츄이 쇼콜라’를 강력 추천한다. 생긴 건 일반 초코바게트와 비슷하지만 쫀득한 초코떡과 헤이즐넛 프랄린, 가나슈가 듬뿍 들어갔다. 초코바게트와 쫀뜩빵의 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별미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9길 4 1층
인스타그램 @cocorico_bread

모토

출처: 모토

연남동 끝자락 주택가에 자리한 ‘모토’는 사장님이 홀로 빵을 굽는 작은 베이커리다. 잘 꾸며진 카페를 찾는 마음으로 들어왔다면 조금 낯설 수 있다. 커피도 안 팔고, 메뉴판도 없다. 빵을 만드는 사람의 작업실에 잠깐 들렀다고 하는 게 맞겠다. 메인 홀보다 뒤편의 제빵실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간에 들어서면 카운터 옆에 투박하게 진열되어 있는 ‘오늘 구운 빵들’을 사장님이 무심하게 설명해준다. 그날의 메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된다. 대표 메뉴는 ‘모토 사워도우’다. 프랑스 통밀과 호밀, 흰 밀과 건포도종, 리퀴드 르방, 호밀종, 토밀종 등을 넣어 만든다. 재료와 레시피가 복잡하지만 생긴 모습은 투박하다. 그래서 모토의 슬로건은 ‘복잡하게 구운 단순한 빵’.

출처: 모토

때로 모토만의 레시피대로 사워도우를 재탄생시킨 메뉴들이 나오기도 한다. ‘메밀 호두 사워도우’, 화이트초콜릿과 바닐라, 절인 크렌베리를 넣은 ‘얼그레이화이트초코 시골빵’ 등 종류가 다양하다. 초코바게트를 찾는다면 ‘카카오체리 시골빵’을 주문하면 된다. 매일 나오는 빵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빵이 있다면 선입금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면 좋다. 개인적인 추천 메뉴는 소고기가 들어간 미트파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7길 34 1층
인스타그램 @mottobakesbread

모닐이네하우스

출처: 모닐이네하우스

좀 더 건강한 빵을 찾는다면 ‘모닐이네하우스’를 기억해 두자. 쌀가루로 빵과 디저트를 만들며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보이는 베이커리다. ‘쌀빵’이라고 하면 쌀로 만든 식빵 정도가 다 아니냐고? 이곳은 쌀빵의 한계를 없앤다. 쌀 파니니, 쌀 베이글, 쌀 츄러스에 쌀 쿠키 같은 간식류까지 다양한 종류를 자랑한다. 전제품 글루텐 프리이지만 비주얼만큼은 일반 밀가루 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쌀 디저트의 모든 것 연구 중’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띈다.

출처: 모닐이네하우스

독특한 건 사장님이 쌀 디저트 연구하다가 초콜릿 전문가가 되었다는 거다. 모닐이네하우스가 만드는 빈투바 초콜릿은 2026년 국제초콜릿어워즈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특히 상큼한 리치와 한국의 참외를 넣어 만든 ‘리치 앤 참외 60%’ 빈투바 초콜릿은 오직 모닐이네하우스에서만 만날 수 있다. 공방카페로 운영됐던 독특한 이력 덕분인지, ‘액막이 명태 빈투바초콜릿’ 같은 유쾌한 제품도 만날 수 있다. 빈투바 초콜릿 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초콜릿도 맛있지만, 추천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노에그 미니 피자다. 페퍼로니 피자부터 불고기피자, 마르게리타까지 다양한 종류를 판매한다. 피자를 건강하게 먹고 싶다면 모닐이네하우스를 찾아라. 피자와 함께 칠리스프를 주문하면 양식집 못지않은 정식이 완성된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6길 9 1층
인스타그램 @monil2_house

사워도우 랩

출처: 사워도우 랩

이제 식사빵과 조금 친해졌다면 사워도우 고수로 거듭나 보자. 오로지 사워도우만을 좁고 깊게 파는 빵집, ‘사워도우 랩’이다. 사워도우는 이스트 대신 밀가루와 물만 사용해 발효시킨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말한다. 발효종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빵을 굽기까지도 꼬박 하루가 걸리지만, 오직 이 사워도우만을 연구하고 판매하는 빵집이 홍대입구역과 신촌역 사이에 있다. 

사워도우 랩이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재료는 오직 세 가지다. 친환경 밀가루와 물, 소금. 그럼에도 빵이 나오는 오전 11시,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메뉴가 품절된다. 그래서 예약도 안 되고, 택배도 안 되고, 클래스도 안 한다. 한 품목당 구매 수량도 2개로 제한이다. 

출처: 사워도우 랩

그럼에도 줄을 서는 이유,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신뢰 덕이다. 〈생활의 달인〉 사워도우 편에도 소개된 사워도우 연구가 사장님이 홀로 발효부터 제빵, 판매 모든 걸 담당한다. 플레인 사워도우, 올리브 사워도우, 통밀 사워도우 등 아주 기본적인 메뉴가 전부이지만 100% 프랑스산 밀가루만 사용한다는 점, SNS에 꾸준히 올라오는 사장님의 발효와 반죽 노하우가 ‘이 곳은 진짜다’라고 말해준다. 매장에 방문하면 ‘카레에 찍어 먹기’, ‘피자 만들어 먹기’ 등 사워도우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안내 받을 수 있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39 1층
인스타그램 @sourdough__lab

SF베이글

출처: SF베이글
출처: SF베이글

사워도우의 정석을 배웠으니 다음은 응용편이다. 유럽 빵인 사워도우와 미국 빵인 베이글이 만나, 사워도우 베이글이 탄생했다. 연남동 동진시장 인근에 자리한 ‘SF베이글’이다. 이름의 SF는 샌프란시스코의 줄임말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양한 사워도우 발효종으로 베이글을 만들기 때문. 이름과 달리 분위기는 동네의 작은 가게다. 2015년 문을 열고 10년 넘게 운영 중이다. 가게 구석구석 그 세월이 묻어나 더 정감 간다.

플레인과 통밀부터 양파, 블루베리, 치폴레 체다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잠봉과 메이플 버터가 들어간 잠봉 샌드위치나 루꼴라과 바질치즈가 들어간 그린 잠봉 샌드위치를 구매해 작지만 분위기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맛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베이글 가게이니만큼 베이글을 반으로 잘라 무화과꿀, 허니피넛 등 매장에서 직접 제조한 크림치즈를 곁들여 먹는 게 가장 정석이다.

 

베이글만 보고 돌아서기에는 아쉽다. 설탕을 줄인 바나나브레드와 사워도우 시나몬롤, 생크림스콘 같은 디저트 빵류도 함께 선보인다. 연남동 산책을 하다가 출출한데 더부룩해지긴 싫다면, 가볍게 들러 포장하기에 안성맞춤인 동네 터줏대감 SF베이글을 들러 보자.

출처: SF베이글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46길 29 수목원 1층

인스타그램 @sfbagels

새로운 빵집을 찾는 일은 맛집을 찾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빵을 향한 열정과 애정, 오로지 그것만으로 새벽 일찍 일어나 빵집으로 출근하는 제빵사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거기에 어떻게 조금 더 건강하게 손님들의 배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추가된 음식. 그게 바로 식사빵이다. 그들이 정성스레 발효시킨 반죽이 내일 내 아침 식사를 책임진다. 이 은둔 고수들이라면 우리의 위장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 않겠는가.

글 김은빈 객원기자

김은빈
서울과 로컬의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글을 씁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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