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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8

위로가 필요한 날엔 경희궁길 산책 코스

미술관·영화관·궁궐을 따라 걷는 여유로운 하루

365일,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이는 광화문. 이 서울의 중심지에서 20분만 걸으면 한적한 골목길이 나온다. 길 하나 차이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순식간에 달라진 분위기에 놀랍지만, 익숙해지면 어느새 잔잔한 이 거리를 즐기게 될 것이다. 오래된 연식이 느껴지지만 예쁜 주택과 사무실 건물이 늘어서 있고, 사이사이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 바쁜 도심 속에서 휴식과 위로가 숨어있는 경희궁길 산책 코스를 소개한다.

성곡미술관

좌) 우순옥 작가 회고전 포스터 ©성곡미술관 우)〈12편의 신기루〉 ©허영은

경희궁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 성곡미술관은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열린다. 지금은 10월 3일까지 우순옥 작가의 회고전〈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가 개최되고 있다. 한국 현대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개념미술 세계를 구축한 우순옥 작가는 사물과 공간, 시간의 흔적, 삶과 예술의 관계 등을 평생에 걸쳐 이야기했다. 연기, 빛, 온도 등 오감으로 느껴지는 작품들은 오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현대미술 하면 언뜻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순옥 작가의 작품은 마음을 열고 보면 쉽게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벽은 세상과의 단절을 뜻하지만, 작품 〈따뜻한 벽(2003)〉은 이를 따뜻함으로 치환해 죽음과 생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작가의 어린 시절 사진과 일상의 사물을 재구성한 작품은 개인의 일생을 둘러보는 것만 같다.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운영시간 10:00 – 18:00 (화-일,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홈페이지 www.sungkokmuseum.org

따빠마드레

따빠마드레 해물 빠에야. 출처: 따빠마드레

2016년에 문을 연 따빠마드레는 스페인어로 ‘엄마의 타파스’라는 뜻을 지닌, 스페인 가정식 레스토랑이다. 스페인산 올리브유와 치즈, 최상 등급의 이베리코 하몽과 갈리시아산 문어 등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식재료로 조리한 음식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맛있다. 덕분에 따빠마드레는 한국 최초로 스페인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이 되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미식가들에게 알려진 맛집으로, 블루리본서베이에 연이어 선정될 정도였다. 대표 메뉴로는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스페인 요리인 감바스 알 아히요, 빠에야가 있지만, 저녁에 방문한다면 주류와 함께 작은 빵이나 바게트 위에 각종 식재료를 올려놓은 핀초스를 추천한다. 스페인의 다채로운 미식 문화를 즐기기에 좋은 메뉴다.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3

운영시간 11:30 – 22:00 (월-금), 11:30 – 21:00(토) (15:00-17:30 브레이크 타임)

인스타그램 @tapamadre2016

커피스트

좌) 허영은 우) 출처: 커피스트

2000년대 초 핸드드립 커피 붐을 일으켰던 카페 중 한 곳인 커피스트는 경희궁길에 20년 넘게 자리한 이 동네의 터줏대감이다. 긴 시간 동안 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커피스트의 맛을 증명한다. 이와 함께 원두가 다양한 메뉴판 역시 커피스트의 전문성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바리스타가 능숙한 솜씨로 내려준 드립커피는 풍부한 향과 깊은 맛이 느껴진다. 가게에 들어서면 세월을 품은 가구와 소품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자연스럽고 정겹게 느껴져 언제 오든 손님들을 반겨준다. 날이 좋은 날엔 가게 밖 좌석에 앉아 햇볕과 바람을 느끼기에 좋다. 골목길을 바로 마주하지만,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는 동네라 시끄럽거나 지인과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다.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39

운영시간 09:00 – 21:00 (월-토), 12:00 – 18:00(일)

인스타그램 @coffeest_com

바쿠스라이브러리

파란색 쇼윈도가 특징인 바쿠스라이브러리 © 허영은

경희궁길의 끝자락, 파란색의 쇼윈도가 눈에 띈다면· 그곳이 출판사 수류산방이 운영하는 독립서점 겸 전시 공간 ‘바쿠스라이브러리’다. 수류산방은 인문, 예술 아카이브 서적을 펴내는 출판사로, 책의 만듦새가 높아 출판사의 출판사라고도 불린다. 바쿠스라이브러리는 수류산방의 책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자 수류산방이 큐레이션 한 주제에 따른 전시와 문화 행사도 열린다. 책이 진열되어 있는 작은 통로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역시나 작은 전시 공간이 나타난다. 운이 좋다면 바쿠스라이브러리에 상주하는 고양이와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전시와 행사는 비정기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미리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7-1

운영시간 10:00 – 19:00 (13:00 -14:00 휴게시간)

인스타그램 @bacchuslibrary

에무시네마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에무시네마와 루프탑에서 열리는 별빛영화제 ©에무시네마

경희궁길의 낮은 언덕길을 오르면 영화관, 카페, 공연장, 갤러리, 루프탑이 한 건물에 모인 복합문화공간 ‘에무시네마’가 있다. 이곳의 2, 3층에 있는 영화관에서는 직접 큐레이션 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해 시네필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공간이다. 영화를 보기 전,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상영관 앞에 마련된 도서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에무시네마를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한다. 루프탑에서 열리는 ‘별빛영화제’ 때문이다. 목~일요일 저녁에 열리는 야외 상영제인 별빛영화제는 경희궁 숲이 펼쳐지는 풍경을 배경으로 의자 혹은 빈백에 누워 밤하늘 아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덕분에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매주 월요일, 차주 상영할 영화 예매가 오픈되므로 에무시네마의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자.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운영시간 10:00 – 21:00

인스타그램 @emuartspace

경희궁

좌) 경희궁 숭정문 출처: 서울관광재단

고즈넉한 운치를 즐기고 싶다면? 경희궁으로 가야 한다. 경희궁은 처음 방문하면 조금 놀랄 정도로 규모가 작다. 여기엔 슬픈 이유가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궁궐의 주요 건물들이 헐려 나가면서 궁궐의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은 1985년 이후 복원한 것이다. 아픈 기억이 남아 있지만, 서울 내 다른 궁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특히 영조의 어진을 보관한 ‘태령전’ 뒤에 기이한 모양의 바위 ‘서암’은 신기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고 계속 보게 된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태령전에 잠시 앉아 멍을 때려봐도 좋다. 바로 옆 울창한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고요한 궁의 풍경과 함께 우리를 위로한다. 이 외에도 고요한 궐내는 산책하기 좋고, 궁 앞에 조성된 공원에서는 잠시 앉아 쉬어갈 수도 있다. 여러모로 도심 속 작은 여유를 찾기에 좋은 장소다.

주소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45

운영시간 09:00 – 18: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입장료 무료

허영은 객원기자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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