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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1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전, 어떻게 보면 좋을까

한국을 떠난 뒤 시작된 집에 관한 질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서도호는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런던 첫 대규모 개인전 〈Walk the House〉를 열었다. 테이트 모던은 그의 작업을 “집은 장소인가, 감정인가, 관념인가”라는 질문으로 소개했다. 앞서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과 시드니 현대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을 선보였다.

서도호 작가 © Gautier Deblonde, DACS 2025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서도호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회화를, 예일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서울과 뉴욕, 런던 등 여러 도시를 오간 경험은 공간과 기억, 정체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자신이 살았던 집과 그 안의 복도, 계단을 반투명한 천으로 실물 크기로 재현한 설치 작업이다. 그러나 그가 다루는 것은 집의 형태만이 아니다.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과 그곳에서 맺는 관계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떠난 뒤 발견한 집의 의미

〈러빙/러빙: 서울 집〉©헤이팝

서도호는 서울 성북동의 한옥에서 자랐다. 이 집은 그의 아버지인 수묵화가 서세옥이 창덕궁 연경당을 본떠 지은 한옥이다. 서도호는 집이 완성되는 약 6년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미국 유학을 위해 한국을 떠난 뒤에 집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최근 싱가포르의 판화·종이 전문 미술기관 STPI와의 인터뷰에서도 “‘집’이라는 개념은 한국을 떠난 뒤에야 또렷해졌다”라고 말했다.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던 공간이 부재를 통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러빙/러빙: 서울 집〉은 성북동 한옥의 표면을 한지로 떠낸 작품이다. 작품명은 ‘문지르다(rubbing)’와 ‘사랑하다(loving)’의 비슷한 발음에서 나왔다. 서도호는 오랫동안 집의 표면을 문지르는 행위가 사랑하는 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작가는 집 전체를 한지로 감싼 뒤 흑연으로 문질러 문살과 기둥, 손잡이의 형태와 질감을 옮겼다. 한지를 집에 붙여둔 약 1년 동안 종이는 비를 맞았고, 나무가 계절에 따라 수축하고 팽창한 흔적도 받아들였다. 이후 종이를 떼어낼 때 마른 피부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서도호는 이를 집의 피부를 벗겨내는 듯한 경험이라고 설명했고, 이 작품을 아버지와 자신을 함께 담은 자화상이라고도 말했다. 작업은 2013년에 시작해 2022년에 완성됐다.

실로 이어진 관계

〈Who Am We?〉©헤이팝

서도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계’가 눈에 띈다. 멀리서 하나의 형상으로 보이던 작품도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사람이 이어지고 겹친 모습이 드러난다. 가느다란 실이 겹쳐 만든 선은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작품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Who Am We?〉는 고등학교 졸업앨범 속 인물 사진으로 만든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벽지 무늬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작은 인물 사진이 빼곡히 들어있다. 제목에서도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문법대로라면 ‘Who Are We?’가 맞지만, 복수 주어 ‘we’에 ‘am’을 붙였다. 서로 다른 얼굴이 모여 하나의 무늬가 되는 작품의 구조와도 닮은 제목이다.

 

이러한 세계는 〈바닥〉에서도 이어진다. 투명한 유리판 아래에는 양팔을 들어 바닥을 떠받치는 작은 인물들이 빼곡히 서 있다. 〈Who Am We?〉에서 서로 다른 얼굴이 모여 하나의 무늬를 이뤘다면, 〈바닥〉에서는 수많은 인물이 함께 하나의 바닥을 만든다.

〈바닥〉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기억이 겹쳐진 공간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헤이팝

서도호는 자신이 살았던 집을 측량하고 도면으로 남겨왔다. 공간의 크기는 물론 문손잡이와 콘센트, 전등 스위치, 수도꼭지의 크기와 위치까지 기록했다. 집에 살면서 벽의 높이를 매일 의식하지는 않지만, 손잡이를 잡고 스위치를 누르는 일은 반복된다. 서도호가 눈여겨본 것은 몸과 직접 맞닿는 부분이다.

 

그는 이렇게 기록한 공간을 반투명한 천으로 재현했다. 천으로 만든 집은 해체해 접은 뒤 다른 도시로 운반하고, 새로운 공간에 다시 설치할 수 있다. 실제로 1999년에는 작품을 여행가방 두 개에 담아 로스앤젤레스로 가져가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이다. 현재 거주하는 런던 집의 내부를 반투명한 천으로 재현하고, 그동안 거주했던 곳의 문손잡이와 스위치, 콘센트 등을 원래 높이와 위치에 맞춰 겹쳐 놓았다. 여러 도시에서 보낸 시간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작품이다. 

길이 22m의 작품 〈둥지/들〉에서 여러 집의 문과 복도, 계단이 하나의 통로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작품 안을 걸으며 서로 다른 공간을 차례로 통과한다. 반투명한 벽 너머로 먼저 지나간 사람과 뒤따라오는 사람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작품이 새로운 미술관에 펼쳐질 때마다 설치되는 공간과 이를 통과하는 사람이 달라진다. 같은 작품에도 새로운 도시와 관람객의 경험이 포개진다.

©헤이팝

〈사랑의 기억〉은 어머니가 서도호에게 사준 코트에 가족이 입었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를 단 작품이다. 작가는 완성된 코트를 입었을 때 가족의 따뜻한 에너지가 자신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도호는 옷을 몸에 가장 가까운 개인 공간으로 바라본다.

 

〈서도호 〉전은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키아프·프리즈 서울이 기간인 9월 1일부터 6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디오가이드는 배우 박보검이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어플에서 이용할 수 있다.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
서도호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일자
2026.08.27 - 2027.02.09
Art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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