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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

이번 무인양품 팝업, 자세히 보면 더 재밌다

쇼핑백과 폐목재까지 다시 쓰는 공간 디테일
무인양품 팝업스토어 〈MUJI Logue 2 오늘을 여미는 시간〉이 열렸다. 향을 맡고 몸을 씻는 일부터 피부를 돌보고 잠옷을 입는 순간까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서를 공간으로 옮겼다.

서촌 통의동 골목, 1970년대에 지어진 단독 주택을 개조한 ‘미술관 옆집’의 유리창 앞으로 하얀 샤워볼이 늘어져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종이백을 엮은 조형물이 걸려 있고, 그 옆으로 욕조를 연상시키는 타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한쪽에는 크고 작은 라탄 바구니가 무질서하게 쌓였다. 평소 무인양품 매장에서 흔히 보던 생활용품이지만, 진열 방식은 사뭇 다르다. 

 

지난 8월 21일 문을 연 〈MUJI Logue 2 오늘을 여미는 시간〉은 무인양품이 국내에서 여는 두 번째 공식 팝업스토어다. 주제는 이름 그대로 하루를 ‘여미는’ 시간. 따뜻한 물의 온기와 포근한 타월의 감촉, 은은한 향처럼 하루의 끝에서 반복하는 행동을 ‘환기(Refresh)’, ‘비움(Cleanse)’, ‘멈춤(Stillness)’, ‘돌봄(Care)’, ‘다독임(Embrace)’이라는 다섯 단계로 나눠 브랜드를 오감으로 경험하게 한다.

무인양품이 보여주는 생활의 장면

무인양품 브랜드 이미지 출처: 무인양품 인스타그램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에서 시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소재의 선택, 공정의 점검, 포장의 간략화’라는 세 가지 원칙 아래 의복과 생활용품, 식품 등 일상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왔다. 장식을 덜어낸 디자인만큼 중요한 것은 물건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특정한 취향을 강하게 제시하기보다, 쓰는 사람과 생활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온 것이 무인양품의 특징이다.

작년에 진행한 무인양품 팝업스토어 출처: 무인양품 인스타그램

국내에서 팝업스토어를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LCDC SEOUL에서 열린 〈자연의 힘, 피부에 닿다〉는 발효 쌀겨를 활용한 부스터 세럼 출시를 계기로 마련됐다. 콘크리트 구조에 식물과 자연 소재를 결합한 설치작품 〈콘크리트 속 숨결(Breath in Concrete)〉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업사이클링 소품 제작, 요나와 함께하는 쌀겨 라이프스타일 워크숍, 봉태규 작가 북토크  등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 하나의 제품에서 출발해 무인양품이 중요하게 여기는 자연과 소재의 이야기를 공간 전체로 확장한 팝업이었다.

 

이번 팝업은 특정 제품을 앞세우는 대신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시간과 행동을 설정했다. 향을 맡고, 하루를 씻어내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피부를 돌보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는 일련의 과정에 따라 서로 다른 제품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 팝업이 하나의 제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넓혀갔다면, 이번에는 생활의 한 장면을 먼저 만들고 그 안으로 여러 제품을 불러들인 셈이다. 익숙한 무인양품의 제품을 조금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다섯 단계로 경험하는 마무리 루틴

〈MUJI Logue 2 오늘을 여미는 시간〉는 환기, 비움, 멈춤, 돌봄, 다독임, 담음의 순서로 이어진다. 첫 번째 ‘환기’ 공간에서는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여러 가지 향을 차례로 맡아볼 수 있다. 입장할 때 건네받은 리플렛은 문고리에 걸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향을 뿌려 집으로 가져가면 팝업에서 만난 향을 일상에서도 이어 즐길 수 있다.

 

이어지는 ‘비움’에서는 직원이 건네는 핸드 타월로 손을 닦고 안으로 들어선다. 테이블 위에는 클렌징과 배스 용품이 놓여 있어 평소 궁금했던 제품의 향과 제형을 살펴볼 수 있다. 세 번째 ‘멈춤’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도를 낮춘 공간에 물과 빛을 활용한 장치를 설치해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잔잔한 소리와 빛의 변화에 집중하도록 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혀도 좋다. 이어지는 ‘돌봄’에서는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며 피부를 돌보고, ‘다독임’에서는 잠옷과 패브릭 등 피부에 닿는 소재의 감촉을 경험한다. ​향에서 소리와 빛, 촉감으로 감각의 초점이 천천히 옮겨가는 흐름이다.

하루를 정돈하는 다섯 가지 루틴을 경험하고 나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담음’ 구역으로 이어진다. 이번 팝업스토어를 위해 럭키드로우와 포인트 증정 이벤트도 준비했다. 마지막에는 무인양품 음료와 함께 초록 풍경이 보이는 소파에 앉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제품을 고른 뒤 한숨 돌릴 자리까지 마련해, 팝업의 여정을 느긋하게 마무리하도록 했다.

오래된 집, 다시 쓰인 물건들

팝업이 열린 ‘미술관 옆집’은 1970년대 단독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방과 계단,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등 오래된 집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새롭게 지은 전시장이나 인파로 붐비는 성수동 중심가 대신 생활의 시간이 쌓인 집을 무대로 택하면서, 하루의 끝에서 몸과 마음을 정돈한다는 이번 팝업의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공간을 채우는 재료와 이를 사용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리창을 따라 늘어뜨린 샤워볼과 천장을 가득 채운 샤워 타월은 무인양품에서 판매하는 익숙한 생활용품이지만, 크기와 배열을 달리하자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 차례 쓰임을 마친 물건과 재료에도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매장에서 사용했던 쇼핑백은 가로세로 촘촘하게 엮어 천장에서 내려오는 행잉 오브제로 만들고, 제품 포장에 쓰인 지관은 스킨케어 제품을 올려두는 진열대로 바꿨다. 2층의 테이블 역시 허문 집에서 나온 폐목재와 기와를 활용해 제작했다.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물건과 재료의 쓰임을 다시 찾아내는 방식은 무인양품이 꾸준히 이야기해온 자원 순환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MUJI Logue 2 오늘을 여미는 시간〉팝업은 8월 30일까지 열린다. MUJI 앱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회차별로 비교적 여유를 두고 운영해 현장 대기도 가능하다. 서촌을 걷다 잠시 들러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하루의 끝을 천천히 경험해봐도 좋겠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무인양품

프로젝트
〈MUJI Logue 2 - 오늘을 여미는 시간〉
장소
미술관 옆집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길 22
일자
2026.08.21 - 2026.08.30
시간
매일 11:00 - 20:00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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