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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9

2026 빙수 트렌드, 철학이 담긴 빙수 전문점 5

제철 식재료 담은 빙수부터 전통과 도시의 맛까지

뜨거운 무더위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특수를 누리고 있는 시장도 있다. 바로 ‘빙수 특수’. 빙수 전문 프랜차이즈 카페 설빙에 따르면 장마 종료 후 12일간 (7/27~8/7) 직전 동일 기간 대비 빙수 판매량이 35%나 증가했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의 ‘컵 빙수’ 경쟁도 치열하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이디야커피 등 저가형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1인용 빙수를 선보이며 ‘길빙’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간단히 ‘길빙’을 할 수 있는 빙수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 그 반대편에는 빙수 한 그릇을 요리로 만드는 가게가 있다. 제철 식재료를 찾아 농장까지 찾아가고, 셰프의 경력을 메뉴에 녹인다. 이들에게 빙수는 간단한 간식이 아니다. 계절과 전통이 들어간 디저트다. 완두콩과 소금부터 프로슈토, 막걸리, 제주 바다까지. 한 그릇에 계절과 이야기를 담는 빙숫집을 모았다.

한 그릇에 사계절을 갈아 넣은 ‘부빙’

위) 감태카라멜빙수 아래)완소 빙수 출처: 부빙

부암동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작은 빙수 가게 하나와 마주친다. 2013년 문을 연 ‘부빙’이다. ‘부암동 빙수집’을 줄인 소박한 이름처럼 아담한 내부. 다만 메뉴만큼은 독특하다. 가령, 부빙의 대표 메뉴 ‘완소빙수’. 제철 완두콩으로 만든 퓌레에 소금을 뿌려 먹는 빙수다. 3호점인 연남점에서만 판매하는 메뉴 ‘감태카라멜빙수’는 간장맛 연유 위로 카라멜 소스와 감태를 얹었다. 

부빙은 김소연, 김아연 자매가 2013년 당시 20대 후반의 나이로 문을 연 빙수 전문점이다. 일본에서 조리학을 공부한 동생 김아연 대표에게 언니 김소연 대표가 창업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빙수를 아이템으로 고른 건 팥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2020년 북촌점을, 2025년 연남점을 오픈했다. 매장을 찾으면 여전히 두 대표가 주방에서 과일퓌레를 만드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출처: 부빙

부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철 재료와 신선함이다. 매 계절 제철 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 올여름에는 상큼한 파인애플 퓌레를 올린 얼음에 진한 코코넛 크림을 얹은 ‘피나콜라다빙수’, 피자두를 사용한 ‘자두빙수’, 초당 옥수수 퓌레 위에 후추를 뿌려 먹는 ‘옥수수빙수’ 등을 선보였다. 다만, 수확 철이 끝나는 동시에 메뉴가 내려가기 때문에 맛보고 싶은 빙수가 있다면 타이밍이 관건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6
인스타그램 @ice_boobing

전통과 도시의 단맛 ‘적당’

을지로점 내부 전경과 막걸리 빙수. 출처:적당

을지로의 빌딩 숲 안쪽, 높은 책장 뒤로 붉은 카펫과 원목이 어우러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 기획 기업 오티디코퍼레이션이 2019년 론칭한 팥 전문 디저트 브랜드 ‘적당’이다. 한자로는 붉을 적(赤)과 엿 당(糖)을 쓴다. ‘붉고 단’이라는 이름처럼 양갱, 아이스크림, 모나카 등 붉은팥로 만든 다양한 한국식 디저트를 판매한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준우승 출신의 김태형 셰프가 운영한다.

 

빙수 역시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부안 팥으로 만든 팥크림을 올린 팥빙수는 기본에 충실한 적당의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얼음 위에 배청과 마스카포네 배크림을 올리고 조각 배와 배 칩을 올려 마무리한 배빙수, 막걸리 브랜드 ‘담음’과 협업해 탄생한 막걸리빙수 역시 시그니처다. 막걸리 특유의 산미와 발효 향을 차가운 크림에 옮겼다. 

출처: 적당

적당의 빙수가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적’이라는 말을 한옥이나 전통 문양에만 기대지 않기 때문이다. 팥과 배, 막걸리처럼 오래 먹어온 재료를 새로운 질감과 조합으로 보여준다. 매장에 들를 수 없다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양갱, 팥차, 보늬밤, 백설기 앙버터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맛볼 수 있다. 다만 정갈한 도자기 그릇에 담긴 새하얀 막걸리빙수는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29 부영을지빌딩 1층
인스타그램 @euljiro.jeokdang

레스토랑의 문법을 따른 ‘기댈빙’

멜론프로슈토빙수. 출처:기댈빙

빙수에 멜론과 프로슈토, 후추가 올라간다. 레스토랑 혹은 칵테일 바의 메뉴가 아니다. 성수동 대표 빙수전문점 ‘기댈빙’의 대표 메뉴, ‘메론프로슈토빙수’다. 이 낯선 조합의 배경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육가공 전문점 ‘세스크멘슬’ 출신 셰프 김종찬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오랜 주방 생활 끝에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 조사를 통해 성수동에 개성 있는 빙수전문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오래된 치킨집을 인수해 2023년 ‘기댈빙’을 오픈했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이 잠시 기대어 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망고스틴빙수. 출처: 기댈빙

‘기댈빙’은 김 대표가 잘 아는 셰프의 문법으로 운영된다. 떡은 2대째 이어지는 전통 있는 떡집에서 공수받고, 프로슈토는 이탈리아 파르마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고르는 식이다. 재료마다 어느 지역의 어느 공급처와 거래하는지 SNS에 세세하게 공개한다. 그뿐만 아니라 파리에서 경험한 초콜릿 무스의 질감을 빙수로 재해석한 ‘포레누아 빙수’, 태국산 망고스틴으로 마치 마늘과 같은 모습을 만든 ‘망고스틴빙수’ 등 비주얼부터 맛까지 완성된 빙수를 경험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9-8 1층
인스타그램 @gd__bing

차와 페어링하는 ‘무심’

콩국수 아이스크림과 참외 빙수. 출처:무심

후암동의 작은 디저트 바 ‘무심’은 2025년 5월 문을 열었다. 오픈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입소문으로 SNS에서 ‘빙수 맛집’으로 알려졌다. 주문 제작 케이크로 유명한 연남동의 ‘무무대베이크’와 연희동 카페 ‘보케’가 합심해 론칭한 빙수와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다. 두 브랜드는 현재 영업 종료 상태다.

무심은 제철 과일을 재료로 한 멜론과 아이스크림, 딱 두 종류의 디저트만 판매한다. 올해 여름 메뉴는 멜론 참외 빙수와 콩국수 아이스크림이다. 멜론 참외 빙수는 멜론 우유 빙수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참외 생크림과 참외 머랭, 멜론 한 조각을 얹었다. 콩국수 아이스크림은 콩 맛 아이스크림에 콩물, 완두배기, 소금 거품와 오이, 토마토를 재료로 콩국수의 모양을 표현했다.

출처: 무심

독특한 점은 차와의 페어링이다. 디저트마다 차 한 잔이 제공되며, 2026년 8월 기준으로 여름과 잘 어울리는 냉보리차가 페어링 되고 있다. 시즌에 따라 자두 아이스크림, 토마토 빙수 등 다채로운 제철 빙수를 맛볼 수 있으니 달라지는 메뉴를 지켜보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후암로13길4 1층
인스타그램 @moosim_dessertba

제주 풍경을 꾸미는 DIY 빙수, 제주돌창고

출처:제주돌창고

이번엔 서울을 벗어나 보자. 여름 휴가철 시원한 바다를 풍경으로 맛볼 수 있는 제주의 빙수, ‘제주돌창고’를 소개한다. 제주시 한경면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제주돌창고는 현무암으로 쌓은 건물에 자리한다. 1972년 지어진 방앗간을 대표 부부가 직접 고쳐 만든 카페다.

 

제주돌창고는 ‘제주다움’을 지키기 위해 오픈한 카페다. 제주의 전통 음식과 로컬 푸드를 디저트와 음료로 재해석하고, 수입 식자재 대신 제주 농부들과 직거래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다. 제주산 말차로 한라산을 형상화한 ‘한라산빙수’와 보리를 맷돌에 갈아 분말로 만든 보리개역으로 올레길을 표현한 ‘올레빙수’는 보는 맛까지 있다.

출처: 제주돌창고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메뉴도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금능바다빙수’를 주문하면 제주 한라 우유를 갈아 만든 파란색 빙수, 보리개역, 초코 크런치, 애니멀 젤리와 야자나무 피규어 등이 함께 나온다. 해당 재료를 활용해 원하는 대로 얼음 위를 꾸며 맛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더 특별한 추억이 될 테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경면 조수7길 8
인스타그램 @jeju_stoneshed

컵빙수가 빠르고 간편하게 더위를 식혀준다면, 이 5곳의 빙수는 일부러 찾아가 천천히 먹어야 할 이유를 만든다. 한 번 지나가면 계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꾸미지 않은 전통의 맛과 지역의 풍경까지, 중요한 건 빙수 위에 어떤 이야기를 올리느냐인지도 모른다. 사라지지 않는 여름의 트렌드 빙수, 올여름은 깊이를 맛보기 위해 색다른 곳을 찾아가 보자. 

김은빈 객원기자

김은빈
서울과 로컬의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글을 씁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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