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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졸업전시 이대로 괜찮은가

미대생 세 명이 모여 질문을 던지다.
사루비아가 국내 미술대학의 관행적인 과제전시와 졸업전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 전시 <제3의 과제전>을 개최한다. 2015 년 시작되어 5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변화된 비대면 실기 수업 방식에 대한 학생과 교강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자 기획됐다.
《제3의 과제전 2021》 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1

 

참가자 공모는 국내 미술대학 4 학년과 대학원 석사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2020 년 3 월 이후 휴학생 및 수료생 포함)를 대상으로 올해 4월 진행됐다. 전국 38 개 대학에서 총 207 명이 지원했고 코로나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창작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관한 고민과 이야기가 오갔다. 

 

(왼쪽 - 오른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장한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자리야, 2021, korean paint on hanji, 35×27cm 장한이, 이대로 잠들기엔 아쉬워, 2021, korean paint on hanji, 35×27cm 장한이, All me, 2021, korean paint on hanji, 35×27cm 장한이, Should’ve Gone to Bed, 2021, korean paint on hanji, 35×27cm (오른쪽) 장한이,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걸 자꾸만 까먹네, 2020, korean paint on hanji, 162×130cm

 

올해는 전시와 더불어 학생, 교강사의 답변을 엮은 자료집이 함께 기획됐다. 전국 14곳 미술대학의 교강사 25명으로부터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교육, 강의 환경에 대한 답변을 받아 엮은 것이다. 이렇듯 <제 3 의 과제전 2021>은 전시와 자료집을 통해 팬데믹 상황을 맞이한 예비 작가들의 고민이 공유되는 뜻깊은 자리가 될 예정이다. 

 
김상소,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1, 2021, oil on canvas, 193.4×130.3cm 김상소,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2, 2021, oil on canvas, 193.4×130.3cm 김상소,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3, 2021, oil on canvas, 193.4×130.3cm 김상소,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4, 2021, oil on canvas, 193.4×130.3cm

 

김상소는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작업으로 풀어낸다. 회화의 구성 요소에 대한 실험을 거치며 평면의 회화를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의 형식에 집중하는 두 가지 시리즈를 선보인다.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2021) 시리즈는 만화책을 읽는 규칙에서 그 형식을 빌려왔다. 캔버스 위에는 여러 이미지가 뒤섞여 서로 중첩되거나 프레임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도 하고, 거친 붓터치만 남아 구체적인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조각난 이미지를 회화적 물성으로 바라보면서 구상적인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내용을 지워낸다. 서사를 잃어버린 이미지는 규칙과 형식에 따라 서로 연결되어 물질적인 회화 자체로 존재하게 된다.

 

<뽑아 듣는>, <뽑아 보는>(2021) 시리즈는 색과 형태에 따른 감각에 대한 실험이다. 그는 회화의 작은 단위를 나타내고자 전형적인 색과 도형을 에어 브러시를 사용해 아크릴 위에 납작하게 표현한다. 관객이 직접 작업을 뽑아 보는 행위에서 연결된 감각적 서사를 만든다. 그의 두 시리즈 작업에서 ‘회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대답과 각자의 ‘회화적 서사’를 마주하길 기대해본다.

– 김재연 (사루비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장한이, 《제3의 과제전 2021》 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1

 

장한이는 일상의 다양한 생각과 깨달음을 객관화된 조형 언어로 옮기는 것에 관심 있다. 이번 작업의 연결고리 또한 주변 환경 및 관계에서 파생된 감정들이다. 작가는 평소 곱씹는 생각과 순간적인 감상을 치밀하게 기록하고, 이로부터 스케치를 시작하여 작업의 틀을 마련한다. 즉흥적으로 작업의 소재들을 수집한 후, 이를 짜임새 있게 분류하고 여과하여 도식화된 기호들을 남기는 것이다. 그 결과 화면 위를 부유하는 간결한 형상들의 기반에는 쉬이 코드화될 수 없는 직관의 흔적이 자리하게 된다.

 

작가는 화면의 조각들을 별도로 분리하여 재해석하거나 동일한 기호를 중첩 및 나열하며 그가 감각하는 세상을 구성해 나간다. 이로써 나타난 규칙적이고도 생동한 리듬은 경쾌한 기운을 자아내는 한편, 긴 제목 속엔 복잡하고 소란한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이처럼 장한이는 자신의 내면을 한차례 정제하여 이야기함으로써 스스로를 다독이고, 동시에 우리 주변을 떠다니는 익숙한 감정을 섬세히 헤아리며 공감하고 위로하는 세상을 꿈꾼다.

– 강수빈 (사루비아 인턴)

 

최정고은, 《제3의 과제전 2021》 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1

 

최정고은은 경계 사이로의 이동에 의한 변화와 누락에 주목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이전 작업이 이동에 따른 변화라는 ‘결과’에 관한 것이라면, 지금은 물질들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작업은 작가의 방 안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물질이 공간 안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하여, 물성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가구를 해체하여 의미를 누락시켰다.

 

해체된 가구는 사적인 장소에서 공적인 공간으로 옮겨진다. 가구는 이동 과정에서 의미를 새로 획득한 오브제와 그렇지 않은 파편으로 나뉜다. 자연스럽게 한쪽 구석으로 빠진 파편들은 새로운 흐름을 갖기보다는 공간을 점유한다. 오브제는 전시공간에서 여기저기로 파편화되어 각각 혹은 유기적 관계로서 설정되는 동시에 바닥에서부터 5cm가량 떨어져 그림자를 남기는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형성한다.

– 박지예 (사루비아 인턴)

 

 
 
김상소
1996년생.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재학 중이다. 간접적인 표현들이 조합되어 만들어내는 감각과 전달에 재미를 느낀다. 맑은 지속을 중요하게 여긴다. 

 

장한이
1995년생.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동양화과에 재학중이다. 하루 중 마주치는 사건, 상황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물음, 생각, 감정들을 차곡차곡 담아 화면 안에 비유로 치환된 이미지를 그린다. 

 

최정고은
1996년생.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변화량을 포착해 물질과 공간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로선 운동의 주체에 관심이 있다. 

 

 

자료 협조 사루비아

장소
사루비아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 B1F)
일자
2021.09.01 -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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