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옥인동 편집숍 낫포세일(not for sale)이 세 번째 에피소드 ‘Various forms of love’를 준비했다. 이번 팝업에서는 사랑의 모양을 담은 차, 사진, 도예 그리고 배우들의 낭독극을 경험할 수 있다.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운영되며, 낭독극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각별한 물건들을 내놓은 곳
not for sale은 ‘판매하지 못했던 물건들’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나무로 만든 작품이나 끝내 손에서 놓지 못한 시제품처럼 마음에만 담아뒀던 사물들을 꺼냈다. 작은 정원을 품은 아담한 공간은 평소에는 조용히 운영되지만, 한두 달에 한 번씩 비교적 긴 호흡의 기획을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작가의 완결된 문장 대신 짧은 메모, 복각한 영화 속 소품, 물건을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 그 밖에도 여러 흥미로운 소재들을 소개하며, 서촌이라는 한갓진 동네 안에서 취향과 감각을 천천히 발견하는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공간을 만든 김순영 대표의 이전 작업을 살펴보면 not for sale의 태도는 보다 분명해진다. 그는 물건, 전시, 프로젝트 등을 다뤄온 기획자로 2023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힌지(hinge)를 론칭했다. 힌지는 매 시즌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 예술 분야 전문가와 협업해 생활 속 오브제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창작자의 감각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 제품이 사람들의 일상에 아름답게 녹아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첫 파트너는 그의 남편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물건연구소’를 함께 운영해 온 임정주 작가였다. 나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조명, 선반, 트롤리, 쇼케이스 등을 선보였고, 기본 도형을 조합해 단순하면서도 공간 안에서 또렷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형태를 완성했다.
힌지는 그간 별도 상설 공간 없이 팝업과 브랜드 협업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때마다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문의를 반복해서 받았다고 한다. 돌아보니 쉽게 내놓을 수 없는, 각별히 아끼는 물건들이었다는 깨달음 끝에 문을 연 공간이 바로 not for sale이다. 아끼는 것을 내놓는 마음, 그리고 하나하나 소중히 판매하겠다는 선택이 공간의 이름이자 운영 전반을 관통하는 태도가 됐다.
세 번째 에피소드: Various forms of love
not for sale이 선보이는 세 번째 에피소드 ‘Various forms of love’는 공간 운영자가 평소 애정해온 브랜드, 스튜디오, 작가 그리고 하나의 공연을 엮어 사랑의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이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사랑의 질감과 온도, 맛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국의 다양한 재료로 차를 블렌딩하는 로컬 티 브랜드 앞터(Apter)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토양차를 선보인다. 앞터의 시그니처인 토양차는 레몬과 진저 향이 어우러져 깔끔한 맛이 특징으로 금세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러브 포션’을 연상시키는 색감이 에피소드의 몰입을 돕는다. 스튜디오 테이스트 서울(Studio Taste Seoul)은 『작은아씨들(Little Women)』 속 네 자매의 사랑을 모티프로 한 오브제를 큐레이션하고,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포착한 프랑스 사진을 함께 소개한다. 이야기와 이미지, 사물이 느슨하게 겹치는 구성이다.
이국적인 패턴과 형태의 도자로 알려진 굼바포터리(Guumba Pottery)는 이번 에피소드를 위해 기존 작업과 결이 다른 작품을 선보인다. 드로잉이 중심이었던 평소 작업과 달리 특유의 곡선과 형태를 바탕으로 사랑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깊고 그윽한 회빛 유약은 동화 같은 사랑의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랑의 결을 하나의 서사로 엮는 장치로 낭독극을 마련했다. 개성 넘치는 열두 명의 배우로 구성된 액트월킹(Act werking) 팀이 『작은아씨들(Little Women)』을 낭독한다. 공간이 지닌 아우라와 여러 기물이 어우러지며 공연의 밀도를 더한다. 낭독 공연은 2월 14일 하루, 두 차례 진행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별도 관람료는 없지만, 약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러닝타임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관객에게 예약을 권한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낫포세일, 힌지, 스튜디오테이스트서울, 굼바포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