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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0

가고 싶어지는 공중화장실

도쿄 공중 화장실 개선 프로젝트.
지금 도쿄에서는 일본의 공공 디자인 트렌드를 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비영리단체 일본 재단이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해 시부야 등 도심의 오래되고 지저분한 화장실을 새롭게 건축하고 있는 것. ‘도쿄 토일럿(Tokyo Toilet)’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 기획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 17곳 중 12곳이 완공된 상태다.

새로 건축된 공중화장실들에는 외적인 아름다움과 위생, 치안 요소 외에도 장애인, 성소수자의 접근성 역시 고려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안도 다다오, 이토 도요, 마사미치 카타야마, 쿠마 켄고, 사토 카시와, 마크 뉴슨, 후지모토 소우, 반 시게루, 마키 후미히코, NIGO® 등 16명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나나고 도리 공원 화장실

사토 카즈 X DISRUPTION LAB TEAM

 

Satoshi Nagare/Nippon Foundation

 

팬데믹 이전에도 공중화장실은 가능한 한 ‘만지고 싶지 않은’ 공공장소 중 하나였다. 광고 회사 TBWA/HAKUHODO의 CCO(Chief Creative Officer) 사토 카즈는 들어갈 때부터 나갈 때까지 단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터치리스’ 화장실을 디자인했다. 60%가 변기 레버를 발로 내리고, 50%가 휴지나 종이타월로 문 손잡이를 잡아본 적이 있으며, 40%는 엉덩이로, 30%는 팔꿈치로 밀어 문을 연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참고했다.

 

이 화장실에서는 먼저 ‘하이 토일럿(Hi Toilet)‘이라는 음성 명령으로 화장실을 불러내 문을 열고, 음악을 틀고, 변기 물을 내리고, 수도꼭지를 틀거나 잠글 수 있다. 마치 아이폰의 ‘헤이 시리’ 명령어를 연상시킨다. 작동 방식뿐 아니라 건물 디자인 역시 흰 반구형으로 깔끔하고 기능적인 모바일 테크 기기의 이미지를 활용했다.

 

 

나베시마 쇼토 공원

쿠마 켄고

 

Satoshi Nagare/Nippon Foundation

 

불편하고 차가운 기존 공중 화장실의 이미지를 벗고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삼나무 숲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화장실의 이름은 ‘숲속에서의 산책A Walk in the Woods.’ 놀이터 옆 수풀이 우거진 곳에 자리를 잡은 이 화장실은 다섯 개의 건물이 계단식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인근 광장과 거리에서 공연 등 행사가 자주 열린다는 특성을 반영하여 행사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을 만한 공간도 마련했다.

 

 

니시하라잇쵸메 공원

사카쿠라 다케노스케

 

Satoshi Nagare/Nippon Foundation

 

해진 후의 공원이 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외관 전체를 부드러운 느낌의 조명으로 감쌌다. 화장실 이름인 ‘안돈’은 종이 등의 갓을 씌운 조명을 뜻하는 일본어다. 디자이너 사카쿠라 다케노스케는 ‘작은 공간이지만 밝고 개방적인 느낌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화장실을 두려움 없이 사용하고, 공원 전체의 이미지도 개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숲 패턴을 넣었다.

 

 

진구마에

NIGO®

 

Satoshi Nagare/Nippon Foundation

 

하라주쿠의 고층건물들 사이로 주위 풍경과 대비되는 작은 단층 집이 서 있다. 패션 브랜드 ‘어 베이딩 에이프(A Bathing Ape)’의 창립자 겸 크리에이터이자, 루이비통 등과 컬래버레이션 한 적 있는 의류 디자이너 니고NIGO®의 디자인이다. NIGO®는 “변화하는 도시 도쿄와 대조되며 조용히 서 있는 오래된 집 같은 느낌의 화장실을 상상했다”고 디자인 의도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940년대에 미국이 도쿄 시내에 지었던 주택단지의 디자인을 따왔다.

 

 

에비스역 서쪽 출구

사토 카시와

 

Satoshi Nagare/Nippon Foundation

 

눈에 띄지 않음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에비스 역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이 화장실은 가벼운 느낌의 흰색 반투명 외벽으로 출입하는 경로를 가려, 건물이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유니클로 로고와 세븐일레븐 컵라면 패키지 등을 디자인하고 브랜드 전략을 세운 사토 카시와의 디자인이다. 에비스 역 서쪽 출구 앞 화장실에 사용한 픽토그램도 함께 디자인했다.

 

 

박수진

자료 협조 도쿄토일럿, 일본재단, TBWA, 패스트컴퍼니, Dez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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