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9

쎄봉 작가는 ‘어쩌다’ 팝업을 열게 됐을까?

IPX 신규 캐릭터 쎄봉라마 작가 인터뷰 〈어쩌다 열린 팝업〉
디지털 IP 엔터테인먼트 기업 IPX가 신규 캐릭터 ‘쎄봉라마(SSEBONGRAMA)’ 공개를 기념해 라인프렌즈 스퀘어 성수에서 ‘어쩌다 열린 팝업’을 열었다. 이번 팝업은 11월 6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다.

일상의 작은 틈을 포착해 위트와 위안을 건네온 일러스트레이터 쎄봉이 자신의 세계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했다. IPX와 함께 선보인 신규 캐릭터 IP ‘쎄봉라마(SSEBONGRAMA)’는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늘 귀찮음을 달고 사는 ‘부리’, 작은 몸집과는 다르게 단단한 태도를 가진 ‘코코리’, 자비 없는 월요일 알람 유령 ‘먼데’로 구성된다. 15년 동안 1,700여 점의 작업물을 소셜미디어에 꾸준히 올려온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은 현대인의 무기력과 번아웃을 ‘그래도 괜찮다’는 유머로 되돌려주며, 많은 이들의 일상에 가벼운 숨을 틔워주고 있다.

 

쎄봉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한 작가이기도 하다. 글로벌 테크·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와는 2022년부터 다섯 차례 협업을 이어왔고, 아시아 베스트셀러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화면 너머로 팬덤을 키워온 그의 작업이 이제는 IP 형태를 지나 물리적 공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팝업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라인프렌즈 스퀘어 성수에서 열리고 있는 〈어쩌다 열린 팝업〉은 쎄봉라마의 세계관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모든 게 귀찮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다는 소개처럼 작가의 작업실을 모티브로 게으름과 창작의 경계를 한 장면 안에 담아냈다. 누워있는 부리 포토존과 원화 일러스트, 그리고 일상에서 쓰일 라이프스타일 굿즈들로 이어지며 디지털 이미지로만 접하던 캐릭터들은 비로소 물성을 갖고 관람객을 마주한다. 

 

이번 팝업은 작가가 그동안 쌓아온 서사를 처음으로 공간에 펼치는 자리이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화면 속 캐릭터들을 현실의 공간으로 옮겨왔을까. 그 답을 듣기 위해 쎄봉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with 쎄봉 작가

IPX(구 라인프렌즈)  아티스트

ㅡ 최근 IPX 소속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개인으로 활동할 때와 비교해 작업 방식의 차이가 있나요?

편하게 배려해 주셔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는 그림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에요. 특히 IPX는 라인프렌즈부터 다양한 IP를 기획·제작·론칭 그리고 성공적으로 키워온 역량이 있잖아요. 쎄봉라마가 더 많은 분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

 

 

쎄봉라마는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입니다. 월요일을 싫어하고, 커피를 수혈하고, 달을 보며 복권 당첨을 빌죠. 사람들이 쎄봉라마를 보고 어떤 감정을 얻길 바랐나요?

쎄봉라마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거나, 특별한 영웅이 아니에요. 그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감정’에 얼굴을 붙인 친구들이죠. 작고 평화로운 섬 오리 타운(ORI TOWN)에서 생기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공감 가는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도 쎄봉라마를 보면 잠깐이라도 피식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려놓고 봐도 즐겁거든요(웃음). 누군가 제 그림을 보고 웃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복권 당첨을 빌고, 사무실에서 멍 때리는 모습이 우리를 닮았다 출처: 쎄봉 작가 인스타그램

ㅡ 쎄봉라마를 대표하는 ‘부리’의 정체성은 어떻게 구축됐나요? 이전에 그린 새 캐릭터 ‘죠드’와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죠드를 아신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죠드는 무리를 지어 사는 ‘멍충미’ 가득한 새 캐릭터였어요(웃음). 그런데 일상적인 상황에 녹이기는 조금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오리를 그리게 됐는데, 잠을 자거나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 유난히 저와 비슷했어요. 목이 길어서 그런지 거북목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부리가 탄생했습니다.

죠드. 쎄봉라마 이전에 그린 많은 캐릭터 중 하나다.

ㅡ 죠드를 비롯해 곰, 악어, 브런치 패밀리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려왔어요. 쎄봉라마로만 작업을 이어가는 데에 아쉬움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사실 이전 캐릭터들도 여전히 그리고 있거든요. 요즘은 쎄봉라마에게 손이 더 가는 것뿐이에요.

 

ㅡ 최근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세계관을 병합하는 협업도 많습니다. IPX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데요. 쎄봉라마와 케미가 기대되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라인프렌즈 샐리(SALLY)요. 샐리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수영대회 한 번 붙어보자 샐리!”

쎄봉 작가는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행복작당과 협업했다 출처: 행복이가득한집 인스타그램

ㅡ ‘2025 행복작당 부산’에서 선보인 에임빌라 협업전은 가구와 캐릭터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신선했습니다. 당시 협업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그동안은 마음이 가는 대로 그렸다면, 행복작당에서 선보인 협업전은 ‘누군가에게 선보이는 작품’으로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주로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던 캐릭터를 오프라인 공간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죠. 부리, 코코리, 먼데의 아늑한 집과 공간, 그리고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마치 부산으로 여행 온 세 친구가 에임빌라에 잠깐 머무는 것처럼 연출했어요. 캐릭터들의 공간에 실제로 들어와 그들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한 쎄봉라마 폰 케이스 출처: 쎄봉 작가 인스타그램

ㅡ 쎄봉라마의 확장을 고민할 때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공간, 제품 혹은 전혀 다른 장르여도 괜찮습니다.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 경험’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2022년부터 케이스티파이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매일 쓰는 폰케이스에 쎄봉라마 특유의 유쾌함과 느긋함이 묻어나는 게 좋더라고요. 아티스트들의 한정판 원화를 판매하는 오디티(ODITI)라는 온라인 아트 플랫폼을 통해 섬세한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원화도 곧 선보일 예정이에요. 거창한 확장보다는 쎄봉라마 감성과 어울리는 브랜드들과 함께 팝업, 전시 혹은 한정판 컬렉션 등을 선보이면서 예술적 영감과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커다란 오브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습니다.

 

ㅡ 팝업스토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콘셉트부터 굿즈, 전시 동선까지 어떤 흐름으로 준비했나요?

쎄봉라마는 성공이라는 목표보다, 가벼운 낙서에서 시작된 친구였어요. 그래서 팝업을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펀치를 맞은 느낌이었죠. “나 진짜 팝업을 열게 된다고?”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어쩌다 보니 열린 팝업’이라는 콘셉트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해졌어요. 귀찮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팝업을 준비했다는 캐릭터의 세계관과 유머를 담았죠.

팝업 동선은 방문객들이 쎄봉라마에게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입구로 들어서면 제 작업실 테이블을 모티브로 한 공간이 나오고, 안쪽에는 소파에 누운 부리 포토존과 원화 액자들이 벽을 채워요. 그 공간에 플러시, 키링, 블랭킷 같은 제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해 쎄봉라마 집에 놀러 온 듯한 아늑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첫 팝업인 만큼 공간 구성부터 제품 제작, 현장 운영 등 고민이 많았지만, IPX의 다양한 팝업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준비 과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ㅡ 마지막으로 〈어쩌다 열린 팝업〉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팝업을 열기 전까지 ‘사람들이 과연 올까’, ‘내 굿즈를 사줄까?’ 하며 매일 걱정했어요. 그런데 오픈 날부터 팬분들이 찾아와주시고, 귀엽다고 웃어주는 분들이 많아서 행복했어요. 제가 느꼈던 이 감정이 방문하는 분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합니다.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제가 그린 오일파스텔 원화를 전시 중이니, 소소하게 즐겨 주시면 좋겠어요. 특별히 이번 팝업을 기념해 현장에서 직접 그린 작품도 있답니다. 그리고 코코리는 누워 있는 인형입니다. 다들 세워두려고 하시는데, 코코리는 누워 있어야 해요(웃음). 서두르기보다는 쎄봉라마답게 여유로운 속도로 느긋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내다 가시길 바랍니다. 소파에 앉아 사진도 한 장 꼭 찍으시고요.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및 사진 출처 IPX, 쎄봉

프로젝트
〈어쩌다 열린 팝업〉
장소
라인프렌즈 스퀘어 성수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 77
일자
2025.11.06 - 2025.11.23
시간
월요일 - 금요일 12:00 - 20:00
토요일 - 일요일 11:30 - 20:30
참여작가
쎄봉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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