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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4

2025 부산국제건축제, 건축이 문화와 만날 때

OMA의 질문, 도시 전환기에는 어떤 건축이 필요할까?

2025 부산국제건축제(Busan International Architecture Festival)가 개막했다. 올해 주제는 ‘Busan Style – Culture meets Architecture’. 건축이 문화와 만나 도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부산의 바다, 산, 구릉이 만든 복합적 지형을 토대로,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변화에 대응하는 건축적 해법을 모색한다. 

‘Busan Style - Culture meets Architecture’을 주제로 열린 2025부산국제건축제전시장 모습. ©Kwon Sung Hoon

올해로 21회를 맞은 부산국제건축제는 ‘건축을 통한 도시 혁신과 공공성 강화’를 핵심 취지로 삼아왔다. 초기에는 도시재생과 공공건축을 중심으로 도시의 공간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으나, 점차 일상 속에서 건축의 의미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올해는 OMA 특별전과 더불어, 부산의 건축과 건축가를 조명하는 주제전을 마련해 지역의 정체성과 국제적 담론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건축 문화의 장을 선보였다.

2025 부산국제건축제에서 강연중인 OMA 크리스 반 두인 대표 모습 ©Kwon Sung Hoon

이번 축제의 중심에는 세계적인 건축그룹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특별전이 자리한다. 1975년 렘 콜하스가 설립한 OMA는 시애틀 공공도서관, 카사 다 무지카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건축은 하나의 오브제가 아니라 도시와 사회의 흐름 속에서 작동한다”라는 철학을 실천해 왔다. ‘문화와 건축의 만남’을 주제로 기획된 건축전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OMA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문화를 담아내고 관계를 맺어왔는지 보여준다. 

부산 지역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전시된 도시전, 도시의 전환기 ©Kwon Sung Hoon

특별전의 두 번째 축인 도시전, ‘도시의 전환기(City in Transition)’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구조 변화가 주거 형태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급속한 인구 변화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도시를 연결하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로 경사지를 없애기보다, 부산의 지형과 풍경을 보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건축을 지향하는 OMA의 철학을 들었다.

Interview | OMA 크리스 반 두인 아시아 대표

온라인으로 진행한 크리스 반 두인 대표와의 인터뷰.

— 부산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BAF에 참여하게 됐나요.

OMA는 한국에서 25년 넘게 프로젝트를 해왔어요. 지금도 홍익대학교 캠퍼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죠. 자연스럽게 서울 밖 도시에도 관심이 갔고, 그 무렵 부산국제건축제에서 연락받았어요. 제2의 도시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고, 도착해서 바라본 풍경도 흥미로웠죠. 한쪽엔 항만과 부두 같은 산업 풍경이, 다른 한쪽엔 부드러운 곡선의 해변이 보였거든요. 상반된 풍경을 품고 있는 도시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언덕을 따라 형성된 마을도 한 프레임에 들어오더군요. BAF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리서치도 많이 했다고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항상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주변만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까지 함께 보죠. 특히 부산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며 항구가 성장한 곳이라 이야기가 풍부했어요. 알록달록한 경사지에 있는 주거지는 부산의 중요한 풍경이잖아요. 리서치 과정에서 바라보니 풀어야 할 이슈가 보였어요. 

 

첫째, 재개발이 시작되면 도시 고유의 풍경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경사지에서 주거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재개발이 필요한데, 대부분은 아파트로 수렴하니까요. 전면 철거 후 타워가 들어서면 도시의 풍경이 지금과 달라지겠죠. 또 아파트 타워 구조는 이웃과 소통이 단절되기도 쉬워요. 대부분 출입구 하나에 대형 주차장을 갖고 있어, 주차장에서 바로 집으로 연결되니까요.

 

둘째, 인구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인구 감소는 부산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많은 도시에서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예요. 과거 ‘아이 둘·방 셋’ 모델을 전제로 한 평면 구조가 더는 적합하지 않죠.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주거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게 부산 경사지 프로젝트의 연구 과제였죠.

경사지의 단차를 활용해 산책로와 다양한 주거 타입이 혼합된 모델을 제안했다. ©OMA

어떻게요.

경사지를 밀지 않고, 지형을 활용해 다양한 주거 타입이 혼합된 구조를 만들었어요. 단차를 따라 테라스와 마당을 두고, 그 위에 테라스형, 타워형, 연속형 주거가 함께 놓인 시나리오로요.

 

외부 공간은 입주민 전용이 아니라 공공 영역으로 열었어요. 걷기 좋은 수평 동선, 상·하부를 잇는 계단, 편의점·버스정류장 같은 생활 거점과 세밀한 연결을 통해 단지를 고립되지 않게 만들려 했어요. 이웃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경험이 곧 주거 환경의 질과 직결된다고 생각했어요. 문을 열면 빵집, 카페, 놀이터가 맞이하는 골목을 상상했죠. 변하는 인구구조에 맞춰 서로 돌보고 연결될 수 있는 공간, 그게 우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주거 환경이었어요.

건물은 결국 도시의 일부입니다. 하나의 건축물이 세워지면, 그 도시에 수십 년간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동네와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광안리 해변을 무대로 한 공공 프로젝트

OMA는 부산국제건축제에서 광안리 해변을 무대로 한 공공 프로젝트도 선보였다. 광안리 일대의 공중화장실과 휴식 공간을 새롭게 설계하는 작업으로, 대규모 복합건축을 주로 다뤄온 OMA가 소규모 도시 디자인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시도다. 편의 시설이지만, 공공성과 문화가 만나는 기능을 살렸다. 모래 사장 위 공간을 활용한 의자가 대표 사례다. 낮에는 쉼터이자 전망대, 밤에는 무대로 변하는 구조다. 

광안리 일대 공공화장실과 야외 좌석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모습

화장실 설계도 이러한 아이디어를 잘 보여준다. 낮에는 시민이 이용하는 화장실이지만, 밤이 되면 내부 조명이 켜지며 일종의 ‘나이트 시어터’로 변한다. 도시의 시간과 빛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달라지는 구조로, 공공성과 사적 경험이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한다.  OMA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When Culture Meets Architecture’라는 전시 주제를 광안리를 무대로 구체화했다.

부산에서 보여준 아이디어는 OMA가 오래 다뤄온 화두와도 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년간 OMA가 진행한 주요 프로젝트를 비롯해, 공모전에 제출했지만 실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들도 함께 공개됐다. 이 작업을 통해 OMA의 사고 과정과 실험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공모전에 제출한 휘트니뮤지엄. 기존 건물에 새로운 공간을 확장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OMA

—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은 아이디어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건축은 설계한 만큼 모두 지어지지 않아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마주하죠(웃음). 그렇지만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공모를 준비하며 조사하고 쌓은 아이디어에는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공모전은 상업 프로젝트보다 자유도가 높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아이디어의 과정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건축 전시에서 미실현 작을 공개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사고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두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의 흐름을 보기 위해선 실현되지 않은 작업도 함께 봐야 한다는 거예요. TGB(파리 트레 그랑드 비올리오테크)에서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가 나중에는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진화했거든요. 결국 프로젝트 사이에 연결되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요.

BAF에 전시된 시애틀공공도서관 모형(아래)과 실제 건축된 모습(위) ©OMA

— 과거 ‘휘트니 뮤지엄’, ‘Seoul S’ 프로젝트를 보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확장하는 아이디어가 공통으로 보입니다.

맞아요. OMA는 언제나 한 공간이 갖고 있는 가치를 없애기보다는 살려서 보완하려 해요. 부산에서는 ‘경사지’였고, 휘트니 뮤지엄도 비슷합니다. 이미 브라운스톤과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의 건물이 각각 제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브라운스톤은 고전 회화 전시에, 브로이어는 전후 미술을 위한 공간을 활용 중이었죠. 그 건물 위에 새로운 동을 확장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새로운 동은 기존의 건물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보완하고, 이동 자체가 전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었죠.

 

우리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없애지 말고, 더한다.’ 조건이 다른 여러 공간을 만들어, 작품 성격에 따라 맞춤형 조합이 가능하도록 택했어요.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 OMA에게 중요한 가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요.

과거의 답을 반복하지 않고, 그 장소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게 목표예요. 중요한 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일이고요. 건축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주변과의 관계, 그리고 과거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연속성이에요. 

김지오 기자

취재협조 OMA, 양현수 부산국제건축제 기획위원장, 김유진 부산국제건축제 실장

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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