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가 ‘2025 F/W UNIQLO : C’ 컬렉션 글로벌 론칭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그간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에서 열렸던 UNIQLO: C 컬렉션 론칭 이벤트가 서울을 무대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패션쇼가 아닌 전시 형식으로 기획됐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공근혜 갤러리와 갤러리 도스를 연계해 컬렉션의 무드와 철학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나의 컬렉션이 어떻게 공간에 스며들었는지 그 현장을 살펴봤다.
UNIQLO : C의 시작, 클레어의 발자취

‘UNIQLO : C’의 중심에는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가 있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그는 끌로에, 지방시 등 럭셔리 브랜드의 총괄 디렉터로 다양한 컬렉션을 이끌며 명성을 쌓았다. 2018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려 그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클레어는 2023년 ‘UNIQLO : C’ 컬렉션을 시작하며 실용성과 미학이 교차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어 2024년 9월, 유니클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공식 임명되며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번 25 F/W 컬렉션의 주제인 ‘모더니티 인 모션(Modernity in Motion)’은 그녀가 생각하는 현대 패션의 본질을 담고 있다. 우아함과 편안함의 조화를 통해 단순한 의복이 아닌 도시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반영하는 모던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리셉션과 케이터링이 마련된 갤러리 도스는 클레어의 여정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그가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서 쌓아온 시간과 유니클로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도전의 순간을 국내외 언론 기사와 시각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오늘의 컬렉션이 한 명의 디자이너가 걸어온 고유한 발자취에서 비롯되었음을 체감하며, 이번 전시가 단순 신제품 공개를 넘어 디자이너의 철학을 공간으로 확장한 자리임을 느낄 수 있다.
Modernity in Motion ㅡ 전시가 된 컬렉션


공근혜 갤러리로 들어서면 2025 F/W 컬렉션 테마인 ‘모더니티 인 모션(Modernity in Motion)’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공간이 펼쳐진다. 현대적인 우아함과 일상의 편안함을 탐구한 이번 컬렉션의 시그니처 룩이 여섯 개의 토르소에 전시되고, 맞은편 미디어 월에서는 영국 런던에서 촬영한 키 비주얼 영상이 상영된다. 스크린과 오브제가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스위스 취리히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의 세계로 자연스레 발을 들여놓게 된다.

2층으로 이동하면 이번 컬렉션을 위해 유니클로가 첨단 섬유 기업 도레이(Toray)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기능성 소재 퍼프테크(PUFFTECH)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섬유 일부를 머리카락 약 5분의 1 두께로 만들어 탄력성과 보온성을 동시에 갖춘 퍼프테크는 간절기 레이어링에 유용할 뿐 아니라 손세탁이 가능해 관리까지 쉽다. 전시장 한켠에 퍼프테크 소재가 마련되어 있어 가볍고 부드러운 촉감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지난 시즌 처음 선보인 ‘히트텍 캐시미어 블렌드’도 이번 컬렉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니클로 대표 기술인 히트텍에 캐시미어를 혼합한 ‘히트텍 캐시미어 블렌드’는 기본 히트텍 제품보다 1.5배 더 따뜻하고, 엑스트라 웜 히트텍보다 30% 더 가벼운 것이 특징으로, 이번 시즌에는 남성 라인까지 확장했다. 크루넥과 터틀넥 두 가지 스타일로 출시되며, 색상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마지막 구역에서는 이번 시즌의 키 컬러인 액센트 그린, 블루, 차콜, 캐러멜을 스와치로 전시하고,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직접 그린 스케치를 함께 공개한다. 한 벌의 옷이 완성되기까지의 창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공간은 컬렉션의 구상 단계부터 우리를 마주한 현재까지 맞물리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동시대 가장 역동적인 도시, 서울

이번 25FW UNIQLO : C 글로벌 론칭 이벤트가 서울에서 열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뉴욕, 파리, 도쿄 등 세계적인 패션 거점에서 진행되던 컬렉션의 첫 무대가 삼청동의 두 갤러리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서울이 이제 글로벌 브랜드가 주목하는 패션·문화의 교차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청동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장소다. 오래된 한옥과 현대적인 갤러리가 어우러지는 이 지역은,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이번 시즌 주제로 삼은 ‘Modernity in Motion’의 개념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과거와 현재가 섞여 흐르는 서울의 역동적인 풍경은 컬렉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완성했다.

유니클로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하나의 컬렉션은 단순히 입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서울 삼청동이라는 장소가 만난 이번 전시는 패션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유니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