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보브 어스, 스테오라

이솝이 새롭게 선보인 오 드 퍼퓸 ‘어보브 어스, 스테오라(Above Us, Steorra)’는 이름 그대로 하늘 위에서 스쳐 지나가는 별빛을 향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번 향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조향사 셀린느 바렐(Céline Barel). 어린 시절부터 향수 미니어처를 모으며 후각적 감각을 키워온 그는, 자신만의 직관으로 깊이 있는 향을 빚어내는 조향사로 성장했다. 이솝과는 2015년 시트러스 계열 향수 ‘Tacit’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꾸준히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보브 어스, 스테오라’는 멜버른 콜린스 스트리트 매장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부서진 이솝 병들이 박혀 있는 천장은 그에게 별빛을 연상시켰고, 바렐은 이를 재해석해 향으로 구현했다. 스파이시한 카다멈으로 시작해 바닐라 빈이 은은히 스며드는 구조로 마치 별똥별이 스치는 순간처럼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찾아가는 향의 여정

이솝은 신작 어보브 어스, 스테오라 출시를 기념해 향을 다채로운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팝업을 열었다. 고즈넉한 부암동 골목에 자리한 이번 팝업은 하늘 위의 별을 뜻하는 이름처럼 별빛을 따라가는 여정을 공간에 담아냈다. 단순 시향을 넘어 하나의 서사와 경험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입장은 소수 인원 예약제로 운영되며, 쌉쌀한 맛이 감도는 차 한 잔과 함께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을 수 있을까?”라는 미지를 향한 질문을 품고, 안내자의 낭독을 들으며 몰입감을 높인다. 이어 카다멈, 프랑킨센스 등 향의 원재료를 직접 만져보고, 향이 스며든 천을 밤하늘처럼 바라보며 향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마지막 공간에 도착하면 왜 부암동이어야 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는 대구에 있던 180년 된 한옥을 이축해 세운 것으로, 너머로 인왕산 풍경이 펼쳐진다. 실제 작동하는 천체망원경도 들여 놓아, 밤이 되면 별을 관측할 수도 있다. 대청마루에 앉아 잠시 향이 품은 질문에 답을 해보는 여운을 즐겨도 좋겠다.
글 김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