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온 차, 꿀, 테이블웨어를 기반으로 한국에서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해 온 브랜드 에디션덴마크(Edition Denmark)가 코펜하겐 한복판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첫 해외 무대를 열었다. 지난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북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3 Days of Design〉에 공식 참여한 것. 브랜드 설립 이후 처음 선보이는 해외 행사로, 그간의 협업 사례부터 브랜드 철학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행사 장소다. 1890년 설립돼 덴마크 디자인의 심장부로 불리는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Designmuseum Danmark)’에서 진행됐기 때문. 공간 설계는 IKEA의 디자인 랩 ‘SPACE10’을 만든 코펜하겐 스튜디오 ‘Spacon & X’가 맡았다. 별도의 벽이나 설명 없이, 긴 테이블 하나로 관람객의 동선을 유도하고, 머무는 방식으로 브랜드의 협업 철학을 공간에 녹여냈다.
차를 마시고, 앉고, 둘러보고, 이야기 나누는 방식. 감상보다는 경험, 설명보다는 질문에 가까운 이 행사에서는 덴마크 왕실 티 브랜드 A.C. 퍼치스(A.C. Perch’s)와의 토크, 오픈 티 바, 티 세리머니가 이어졌고, 영화감독 김종관이 제작한 브랜드 필름도 상영됐다. 그 테이블 위에 어떤 이야기가 놓였는지, 에디션덴마크 팀과 함께 직접 들여다봤다.
Interview with 에디션덴마크
이지은(에디션덴마크 대표), 허수연(에디션덴마크 브랜드팀 팀장), 김희진(북유럽문화원 대표)
에디션덴마크,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다
— 브랜드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서 브랜드를 선보인 자리였잖아요. 에디션덴마크에게 이번 〈3 Days of Design〉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요?
이번 행사는 브랜드 설립 후 처음 선보이는 공식 해외 무대였어요. 밖으로는 에디션덴마크가 어떤 브랜드인지, 지금까지 어떤 협업과 시도를 해왔는지 보여주는 자리였고요. 안으로는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그런 의미가 기획 전반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됐겠어요.
네, 단순히 결과물만 나열하기보다는 아이디어가 처음 떠오른 순간부터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메모, 프로토타입, 시행착오 같은 모든 흐름이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런 구성을 브랜드팀의 허수연 팀장이 총괄해 구조화했고, 북유럽문화원의 김희진 대표와 함께 더 깊이 있는 이야기와 자료들도 발굴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의 핵심에는 ‘협업’이라는 키워드가 있었어요. A.C. 퍼치스, Danish Beekeepers, Spacon & X, Studio0405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쌓아온 관계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죠. 예를 들어 테이블 세팅에서는 ‘코리안 휘게(Korean Hygge)’라는 주제를 시도했어요. 덴마크가 식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을, 한국적인 감각으로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관람객이 그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 수 있도록 연출했습니다.
—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세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고자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째, 에디션덴마크가 글로벌 브랜드라는 인식을 현지에 심어주는 것, 둘째,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 숍에 입접하는 것, 셋째, 덴마크 현지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에 대한 니즈는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요?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고자 하는 니즈는 202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어요. 오프라인 매장에 해외 고객들이 점점 많아졌고,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서 제품 구매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체감하게 되었죠. 특히 일본과 미국에서의 반응이 두드러졌고, 이를 계기로 두 지역을 우선 진출 시장으로 삼고 준비를 시작했어요. 같은 해 하반기에는 덴마크 출신 마케팅 팀원을 채용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글로벌 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스토어 개설, 일본 출장 등 점차 실행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하고, 외부에 보이는 이미지와 콘텐츠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다듬으며 본격적인 확장을 준비해왔습니다.
한국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 해외에서 선보이는 첫 브랜드 행사의 테마가 ‘식탁 위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차 의식의 재해석’ 이었는데요.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였는지도 소개해 주세요.
저희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덴마크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 전하고, 다시 덴마크에서 소개한다’는 그 여정 자체였어요. 한국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덴마크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전체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했어요. 먼저 브랜드의 협업 여정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 그리고 덴마크 티 문화와 ‘서울 블렌드’ 티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티 세션, 마지막으로 관람객이 머무르고, 향을 맡고, 맛보고, 질문할 수 있는 체험형 테이블 세팅이었어요.

특히 A.C. 퍼치스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서울 블렌드’는 작년 11월 퍼치스 코리아 론칭 이후 처음 공개하는 브랜드 티로, 덴마크의 티 문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에요. 티 세션에서는 클래식 티부터 아이스티, 밀크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즐기는 순간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고요.

전시 구성에서도 한국적인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한지, 노방, 명주 같은 소재를 통해 공간 전반에 한국적 정서와 장인의 감각을 녹였고, 덴마크적인 단순함과 품질이라는 미감을 자연스럽게 잇는 장치가 되었어요. 결국 이 모든 경험이 향하고자 했던 지점은 ‘협업’, ‘연결’, ‘재해석’이에요. 서로 다른 문화가 식탁이라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만나고, 그것이 어떤 새로운 감각과 태도를 만들어내는지를 함께 체감해 보시길 바랐습니다.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을 선택한 이유

— 한편, 전시 장소로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을 택한 것도 의미심장한 선택이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사실 이 공간은 저희가 직접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매년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주목받는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파빌리온을 디자인하게 하는데, 이번 〈3 Days of Design〉 기간에는 저희가 그 자리에 함께하게 됐죠. 디자인뮤지엄은 1890년 설립 이후 덴마크 디자인의 흐름을 상징해 온 장소이고,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철학이 공간 전체에 깃들어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에디션덴마크가 추구하는 감각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 현장에서 그 상징성을 실감한 순간도 있었다면요?
무엇보다 디자인뮤지엄의 공식 프로그램 ‘Collaboration on Display’의 콘셉트가 바로 ‘협업’이었는데요. 그 중심 자리에 저희가 초청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였어요. 덴마크 디자인의 전통과 현재가 만나는 무대에서, 한국에서 풀어온 우리의 감각을 다시 덴마크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요. 브랜드로서는 일종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느낌이기도 했고요.
또한, 저희가 준비한 아카이브 전시와 체험형 콘텐츠들이 디자인뮤지엄이 전통적으로 디자인 유산을 전하는 방식과 잘 맞아떨어졌어요. 과정과 감각을 공유하는 구성 덕분에 공간과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냈고, 관람객들도 그런 조화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공간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디자인 스튜디오 ‘Spacon & X’와 협업하셨다고요.
이번 행사에서 공간은 말 그대로 ‘브랜드의 철학을 담는 그릇’ 같은 역할을 했어요. 별도의 벽이나 설명 없이, 긴 테이블 하나를 중심으로 관람객이 앉고 걷고 멈추며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동선을 구성했죠. 공간 설계는 코펜하겐 기반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Spacon & X가 맡았는데, 이들은 이케아(IKEA)의 실험적 디자인 랩 ‘SPACE10’, Slurp Ramen Bar, Tableau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주목받아온 팀이에요. 브랜드의 내러티브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능숙한 팀답게, 협업 자체도 유연하고 매끄럽게 흘러갔습니다.
Spacon & X에서 디자인한 야외 파빌리온은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어요. 저희는 그 구성을 최대한 활용해 공간 내에서 자유로우면서도 흐름이 있는 콘텐츠를 전시하고자 했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두 줄로 길게 놓인 테이블에는 관람 동선에 따라 브랜드 아카이브와 테이블 세팅을 배치했고, 그 주변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개더링 하거나 감상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기획 의도가 현실화된 장면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에디션덴마크의 다음 챕터는?

—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코펜하겐 현지에서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브랜드를 소개할 때 현지 관람객들이 신기하고 반가워하는 반응이 인상 깊었어요. 한국에서 덴마크 문화를 소개한다니 기특하고도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죠. 특히 그들조차도 일상 속에서 점점 멀어졌던 전통문화를 저희가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는 방식에 관심을 보이셨어요. ‘우리 고유의 문화를 다시 보는 것 같다’는 말도 들었고요.
또한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한 전시물 앞에서는 오랜 시간 머물며 만져보고, 질문을 건네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그 모습을 보며 ‘이건 성공적인 기획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저도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습니다.
이외에도 행사 기간 동안 덴마크 디자인뮤지엄 외벽에 저희 브랜드 포스터가 걸리는 영광을 얻었고, 덴마크의 대표적 건축 복합문화공간이자 셀렉션 숍으로 유명한 ‘덴마크 건축 센터Danish Architecture Center’에도 입점하게 되었어요. 이 두 가지 모두 앞으로의 브랜드 확장에 있어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 그간 한국에서의 행사 준비와는 분명 또 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덴마크 문화 속에서 새롭게 느낀 점이 많았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삶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무언가를 준비할 때 열정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는 것이 기본이라면, 덴마크는 세심하게 살피되 힘을 빼고, 적절한 거리를 두는 방식이 자연스러웠어요. 그런 유연한 태도가 일뿐 아니라 삶 전반에서 드러나더라고요. 그래서 일상은 여유롭고, 일에서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죠.
물론 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한국은 진행 과정의 모든 단계를 면밀히 공유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문화인데, 그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도 했어요. 또 어떤 순간에는 그들의 ‘적정 거리’가 한국인의 감정 코드에서는 조금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한국은 아무리 업무적인 관계여도 자연스럽게 정이 오가고, 서로를 챙기는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 ‘정’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잠깐 낯설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걸 점점 이해하게 됐고, 그런 차이 속에서도 현지 파트너들의 따뜻함과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서로 다른 문화 안에서 좋은 균형을 찾아가며 함께할 수 있었던 경험에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 이번 행사를 계기로 브랜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이 경험을 어떻게 나누실 계획인가요?
가장 크게 느낀 건 ‘우리가 만들어온 것들이 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이에요. 그동안은 제품 하나, 협업 하나에 집중하느라 전체적인 흐름을 되짚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꺼내보고 파트너들과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도 브랜드의 궤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어요.
또한 이 경험을 통해 해외에서 에디션덴마크를 소개하는 방식에 대해 자신감도 생겼어요. 언어는 달라도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감각과 분위기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고, 앞으로 해외에서의 협업이나 전시도 더 주체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 흐름은 한국에서도 이어갈 계획이에요. 〈3 Days of Design〉에서의 경험을 단순히 현장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과 철학을 한국에서도 공유하고자 해요. 에디션덴마크는 자체 저널을 통해 전시 이야기와 브랜드의 시선을 담은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고, 7월 말 한국에서도 〈3 Days of Design〉을 전하고 브랜드 필름을 공개하는 행사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신제품 ‘에디션덴마크 커피, 유리티필터, Studio 0405 테이블웨어’도 순차적으로 한국에서 론칭할 계획입니다.
Edition Denmark x 3 Days of Design
장소 덴마크 디자인뮤지엄
기간 2025년 6월 18일 – 19일
행사 기획 및 디렉팅 이지은(에디션덴마크 대표·브랜드 디렉터)
전시 기획 리드 허수연(에디션덴마크 브랜드팀 팀장)
참여 기획자 김희진(북유럽문화원 대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Flake
브랜드 필름 제작 김종관 감독
공간 디자인 Spacon & X
글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에디션덴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