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습니다. 공간을 채운 가구와 공간이 지향하는 분위기가 어떤 경험을 안겨줄지 기대되기 때문이죠. 특히 시각과 함께 미각을 자극하는 식당이나 카페의 오픈 소식은 휴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됩니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잠시 걷다 술 한 잔 기울이기 좋은, 최근 오픈한 미식 공간을 소개해 드릴게요. 시간 날 때 어디 갈지 고민된다면 공간을 따라 걸어보면 어떨까요? 혼자도 좋지만 경험을 공유할 누군가와 함께 다녀오면 더 즐거울 거예요.
잘게 다진 고기가 들어간 보편적인 타코가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욕 스타일의 타코로 유명한 ‘타크(tac)’. 이미 아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사진 찍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는 비주얼은 물론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조화로운 맛을 선사하며 단숨에 한남동 맛집으로 떠올랐죠. 올해 2월 22일 타크가 리뉴얼해 확장 이전을 했습니다. 기존 매장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타크 홈’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게 되었죠. 공간의 상징적인 구조였던 바 테이블 형식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전과 다르게 바 테이블이 주방과 연결되어 있어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 함께 온 사람, 음식을 내어주는 직원과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바뀌었어요. 공간이 넓어진 만큼 좌석 수도 늘어났고요. 메뉴는 기존과 동일한데 홈(Home)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타코와 페어링하기 좋은 와인을 손님에게 추천하기도 하고 와인과 어울릴만한 안주를 종종 내어주는 등 고객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밝은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로 공간의 전체적인 조도를 설정한 부분도 내추럴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했어요.
피쉬타코와 포크타코 ⓒ헤이팝
ⓒ헤이팝
타크가 있는 건물 2층과 3층도 타크를 운영하는 이치 코퍼레이션의 F&B 브랜드로 채워져 있는데요. 2층에는 샌드위치와 수프를 판매하는 ‘더 트러플 베이커리 샌드위치 클럽(The TRUFFLE BAKERY Sandwich & Soup)’, 3층에는 브런치와 다이닝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더 트러플 베이커리 키친 & 바(The TRUFFLE BAKERY Kitchen & Bar)’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미식 공간으로 채워져 있어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에서 시작해 시내 곳곳 그리고 제주까지 매장을 내며 영역을 넓힌 카멜커피가 경복궁 담벼락 앞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습니다. 지난 3월 4일 정식 오픈한 카멜커피 서촌점은 옛 통의동 우체국이 있던 건물에 들어섰는데요. 매장 내부에서 경복궁 영추문이 정면으로 보이고 매장 앞에는 가로수가 즐비해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기 좋은 포토 스폿으로 벌써 입소문 나고 있죠.
1층 ⓒ김지민
2층 ⓒ김지민
브랜드에서 여러 매장을 낼 땐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적 감각을 공간에 녹여 내 통일감을 주기 마련이에요. 카멜커피는 이들의 시그니처 색깔인 브라운, 우드톤으로 가구와 소품을 배치해 차분하고 빈티지한 무드를 자아냅니다. 2층 규모 구옥을 활용한 서촌점에는 건물의 골조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카멜커피가 지향하는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새 가구를 맞추지 않고 자리마다 다른 빈티지 가구를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이미 존재하던 곳인 것처럼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을 주는 것이 카멜커피만의 고유한 분위기로 자리 잡은 것 같죠. 규모에 비해 좌석 수가 많지 않으니 원하는 자리에 앉고 싶다면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층 창가에서는 경복궁 영추문이 보인다. ⓒ김지민
ⓒ김지민
인근에 회사가 많은 것을 고려한 탓인지 서촌점은 아침 8시부터 문을 엽니다. 가까이에 직장이 있거나 거주한다면 출근길에 들러 잠시 여유를 즐겨도 좋을 것 같아요. 코코넛우유를 넣은 헤리티지 라떼는 서촌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골목에 자리 잡은 ‘벼랑’은 지난 2월 22일 갓 문을 연 한식 주점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주를 메인으로 함께 곁들이면 좋은 음식을 선보이죠. 필로소피라운지, 텅 비어있는삶, 법원 등 F&B 가게를 포함한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는 현현에서 인테리어를 비롯한 브랜딩 전반을 맡았어요. ‘벼랑’이라는 이름은 서울 평창동의 절벽을 오마주한 것으로 낭떠러지라는 뜻도 있지만 전통주의 주재료인 벼와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출처: 벼랑 인스타그램
출처: 벼랑 인스타그램
스튜디오 혜민키가 직접 제작한 나무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조명을 아주 밝지 않게 설정한 덕분에 공간은 따뜻한 기운을 풍깁니다. 우연히 마주친 오두막에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랄까요. 담백하게 꾸민 공간만큼이나 음식도 정갈하게 준비했어요.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한식과 반주하기 좋은 시중에서 보기 드문 전통주로 채워져 있어 하나씩 골라 가며 음미해 봐도 좋겠어요. 새로운 요리도 계속 개발하고 있어 메뉴는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간에 쌓인 히스토리는 많지 않지만 현현에서 10년간 함께 일했던 직원이 독립해 선보이는 곳인 만큼 추후 어떻게 채워질지 기대가 되네요. 평소 술과 음식에 조예가 깊다면 더 알려지기 전에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