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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5

서울에서 만나요, 볼 빨간 ‘미라이짱’

카와시마 코토리 첫 번째 내한 전시 〈사란란〉
일본의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첫 번째 내한 전시 〈사란란〉이 2월 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석파정 서울미술관 별관 M2에서 열린다.

‘카와시마 코토리(かわしまことり)’라는 작가의 이름은 생경하더라도, 미라이짱의 얼굴을 보면 단번에 ‘아’ 한다. 겨울딸기처럼 붉게 상기된 볼, 인중을 타고 흐르는 콧물, 머리칼을 물들인 눈. 대상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진 「미라이짱」 연작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년간 일본 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미라이짱 사진을 포함해 그의 첫 연작 「BABY BABY」부터 서울에서 촬영한 신작「사랑랑」까지 총 309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명 〈사란란〉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사랑’과 ‘사람’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이다. 한국어를 못하는 작가에게 두 단어는 동음 ‘사란’으로 들렸다. 작업 노트 표지에 적힌 서투른 손 글씨 ‘사란란’에서 외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낯선 도시, 서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 고운 정서를 살리고자 전시명을 ‘사란란’으로 정했다. 이번 전시는 카와시마 코토리의 첫 국내 개인전이다. 2023년부터 서울을 오가며 준비한 〈사란란〉전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28년간 모은 309개의 순간
ⓒ헤이팝

 “아주 좋은 순간을 놓치면 굉장히 아쉬워요. 그 순간은 단 한 번 뿐이니까요.” – 카와시마 코토리

〈사란란〉전은 서울미술관 별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세 개 층에서 진행된다. 작가 한 명의 개인전으로는 제법 규모가 큰 편이다. 전시되는 작품의 수만 309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미라이짱」부터 20여 년의 결과물을 묶어낸 연작 「좋은아침 여보세요 사랑해요」, 한 명의 친구를 4년 동안 촬영한 사진을 모은 첫 연작 「BABY BABY」, 3년간 서른 번에 걸쳐 대만을 방문해서 남긴 시리즈 「명성」, 일본 배우 나카노 타이가와 작업한 「길」, 「(세계)²」 등 열 개의 연작 시리즈가 전시된다. 1997년부터 2024년까지 카와시마 코토리가 걸어온 작업의 연대기를 하나의 공간에서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작가가 암실에서 직접 젤라틴 실버 프린트, C-Print 방식*으로 인화한 작업물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젤라틴 실버 프린트: 전통적인 흑백 사진 인화 방식 중 하나. 젤라틴이라는 물질에 은염(Silver Halide)을 섞어 만든 감광지를 사용해 사진을 인화한다. 깊이 있는 명암 표현이 가능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있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C-Print: 크로모제닉 프린트(Chromogenic-Print)를 줄여서 C-Print라 말한다. 컬러 사진 인화에 사용되는 방법으로 감광지에 포함된 염료(Chromogen)가 현상 과정에서 반응해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식. 선명한 컬러 표현이 가능하며, 전시용 상업 사진에 많이 사용된다. 출처: 채수창 사진 아카데미

“왕 크니까 왕 귀엽다, 미라이짱”

「미라이짱」은 이례적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형성된 사진 연작이다. 「미라이짱」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스크린이나 지면을 벗어나 벽면을 커다랗게 채운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관람의 이유는 충분하다. 미라이짱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가섬에 살던 친구의 딸이다. 2년 동안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 정도 함께 지내며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다. 이번에는 같은 시기에 촬영한 「Vocalise」도 전시되어 있다. 미라이짱과 함께 프랑스, 영국, 핀란드 등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으로, 2024년에 사진집 형태로 발간됐다. 낯선 이국의 땅을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미라이짱의 눈빛과 싱그러운 여름 풍경이 여운처럼 남는다.

낯선 눈으로 바라본 서울의 풍경들

전시작의 절반에 가까운 150여 점은 이번 〈사란란〉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사진들이다. 작가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7개월의 기한을 정해두고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사진을 촬영했다. 낮에는 고즈넉한 서촌을 걷고, 해가 지면 을지로의 바 ‘신도시’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셨다. 종로의 낡은 간판, 빌딩과 행인, 흐트러지는 별빛을 닮은 한강 노을, 카메라를 바라보고 웃는 거리의 중년 남성, 쓰레기와 고양이… 그렇게 서울에서 마주한 것들 수만 장을 찍고 추려내어 ‘사랑랑’이라 이름 지었다. 오랜 세월 사진을 직업으로 삼았던 그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찍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무심하게 스치던 풍경은 낯선 외지인의 시선을 통해 생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코토리의 사람들, 사람들의 코토리
작가 카와시마 코토리

코토리의 사진에 담긴 인물들은 꾸밈이 없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에서 추레함이 아닌 신비감이 느껴진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민낯이랄까. 피사체로 담긴 일본 배우 나카노 타이가, 우스다 아사미, 일본 뮤지션 아이묭, 한국 영화 감독 양익준이 남긴 인터뷰 형식의 추천사를 전시장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그들이 곱씹는 작가에 대한 감정과 에피소드를 소화하면, 전시작들이 단순한 작업을 넘어 마음을 통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한 컬래버레이션도 진행됐다. 코토리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싱어송라이터라 밝힌 우효의 음악 ‘돌아온 울고있을레게’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 형식의 작업물을 제작했다. 이는「사랑랑」 연작의 일부로 서울을 촬영한 영상을 활용했다. 이번 작업은 20여 년간 사진에 매진한 작가가 최초로 시도한 영상 작업물이다. 생명을 갖고 움직이는 코토리의 피사체와 우효의 목소리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몰입의 순간이다.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서울미술관

프로젝트
〈카와시마 코토리: 사란란〉
장소
석파정 서울미술관 별관 M2
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일자
2025.02.26 - 2025.10.12
시간
수-일요일 10:00 - 18:00 (17시 입장 마감)
월, 화요일 휴무
주최
서울미술관
주관
서울미술관
참여작가
카와시마 코토리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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