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9

추위로 길에서 목숨을 잃을 수는 없다

패션 디자이너가 개발한 노숙인 셸터 슈트
2014년 어느 날, 네덜란드의 한 젊은 패션 디자이너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자신의 친구 아버지가 노숙하다 저체온증으로 유명을 달리한 것.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고급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던 그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추위를 막아줄 따뜻한 옷 한 벌 없어 길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값비싼 옷을 만들어 파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21년 타임 매거진이 차세대 리더로 선정한 디자이너 바스 티머가 셸터 슈트 재단Sheltersuit Foundation을 설립한 히스토리다. ​바스 티머가 만든 셸터 슈트는 슬리핑백이 결합된 일종의 재킷이자 노숙인들이 잠을 청할 수 있는 쉼터다. 외부는 방풍과 방수 기능이 있는 통기성 텐트를 원단으로, 내부는 업사이클링 소재의 침낭으로 제작해 견고하고 튼튼하다. 슬리핑백을 더 크고 따뜻한 담요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후드가 달려있어 비와 눈, 가로등의 불빛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해 준다. 방한 기능도 갖추고 있어 추운 날씨에도 적합하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처음에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노숙인들을 위한 구호단체에 셸터 슈트를 제공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그 누구도 노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원칙 때문이다. 그 때문에 노숙을 하는 이들에게 셸터 슈트를 준다는 발상 자체가 구호 단체들이 결코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역으로 자신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재단, 스타트 파운데이션 등의 재단 후원을 받으며 네덜란드는 물론, 뉴욕과 케이프타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바스 티머가 자신의 고향인 엔스헤데Enschede에 설립한 셸터 슈트 봉제 아틀리에는 현재 14명의 직원과 27명의 자원봉사자가 전 세계에 있는 노숙인들을 따뜻하게 감싸 줄 셸터 슈트를 제작하고 있다.


글 비비안 김
자료 협조 셸터 슈트 공식 홈페이지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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