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지 못한 경험에 관하여>는 강예신 작가 특유의 상상적 내러티브에 주목하여 전개된다. 전시장에 펼쳐지는 작품은 페인팅 및 드로잉 20여 점. 특히 강예신은 “숲의 깊은 녹음은 약보다 더 훌륭한 안정제가 되었다”라며 현실에서 비롯된 심리적 동요와 복합한 심정을 비우고, 평정과 치유를 경험하는 상징적인 공간을 화면 위에 드러냈음을 밝혔다.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원초적 의지로부터 발현되어 몽환적인 세계를 재현한 듯한 공간은 친근하고 익숙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낯선 화면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화면 속에 종종 등장하는 토끼, 곰, 양 등 평범하고 익숙한 동물 형상의 캐릭터는 작품 세부에 드러나는 섬세한 표현과 작가 특유의 은유적 화법을 통해 관객에게 따스한 감성을 전달한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삶에 대한 태도를 직설적으로 풀어낸 새로운 캐릭터가 담긴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레드룸’ 시리즈는 심드렁하면서 악동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작가가 경험하는 환경과 관심사가 변모함에 따라 작품에서 등장하는 모티프는 변화한다. 강예신의 새로운 캐릭터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서정적이고 따뜻한 감성이 담긴 캐릭터들과 또 다른 독립적이고 유니크한 개체로 화면 안에 새롭게 자리한다. ‘레드룸’ 시리즈는 현재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풀어냈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택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책장 시리즈는 그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작가의 책장 시리즈는 2011년 이후 지난 10년간 계속되어오고 있는 연작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이라는 대상과 작가 특유의 동화적 세계가 담긴 드로잉을 공존시킨다. 오브제와 드로잉이 한 화면에 연출된 그의 작업은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다층적 형상 속에 밀도 높은 내러티브를 담아내며, 평면회화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자료 협조 아틀리에 아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