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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0

빛, 바람, 물이 만든 찰나의 순간

앨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는 자리.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세밀한 유화를 그리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회고전 <앨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는 자리>가 10월 24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청량한 자연의 풍경과 빛을 담은 앨리슨 달튼의 그림은 지친 우리의 마음에 편안한 휴식을 선사한다.
정적인 순간(In the Quiet Moment), 2021 © Alice Dalton Brown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었지만 높고 푸른 하늘과 새하얀 뭉게구름,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은 노을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때마다 자연의 힘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한다면 유난을 떠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자연 풍경이 인간에게 안정과 휴식을 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빛, 바람, 물이 만든 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옮겨 놓은 앨리슨 달튼 브라운의 그림에서 평화로움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룽거리는 분홍빛(My Dappled Pink), 1992 © Alice Dalton Brown

 

마이아트뮤지엄의 <앨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는 자리>展은 해외 최초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작가의 50여 년간의 활동을 총망라하는 자리다. <부부의 세계>, <비밀의 숲> 등 유명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알려진 <황혼에 물든 날(Long golden day, 2000)>의 오리지널 유화 작품과 신작 3점을 포함 8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4가지 주제로 작품을 분류하고, 작가의 변화를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1970년대 포토리얼리즘 작품을 접하면서 극사실주의 화풍을 정립한 작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라보는 시점을 바꾼다. 사진처럼 느껴지는 극사실화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봄의 첫 꽃나무(First Spring Tree), 1988 © Alice Dalton Brown

 

작가는 실내와 실외를 나누는 건물의 경계와 실내의 빛이 머무는 자리를 그린다. 1980년대에는 건물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 경계를 중점으로 그렸다. 외부 현관에서 마당에 핀 벚꽃나무를 그린 <봄의 첫 꽃나무(First Spring Tree, 1988)>와 늦은 오후 빛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늦오후의 현관(Late Entrance, 1983)>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포착한 작가의 시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작가는 실내로 들어간다. 이 시기에는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장면을 그리는데 어두운 실내를 비추는 햇빛과 창가의 불어오는 바람 등을 표현했다. 빛과 바람이 딱 맞아 떨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때의 감정까지 표현하는 앨리슨 달튼 브라운의 놀라운 능력을 느낄 수 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완전한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기 이른다.

 

황혼에 물든 날(Long Golden Day), 2000 © Alice Dalton Brown

 

예순에 이르러서 본 친구의 집 창가의 풍경은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라 하면 떠오르는, 커튼이 있는 물가의 풍경을 그린 <여름 바람(Summer Breeze)> 시리즈가 이때 시작된다. 작가는 이 시리즈에서 서로 다른 두 공간을 결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기도 하는데, 여동생의 집 베란다와 이타카에 위치한 카유가 호수의 풍경을 결합한 <황혼에 물든 날(Long golden day, 2000)>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느지막이 부는 바람(Late Breeze, 2021)은 작가가 온전히 창조한 장소로, 그림 속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과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은 왠지 모를 그리움과 고요함, 안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느지막이 부는 바람(Late Breeze), 2012 © Alice Dalton Brown

 

<여름 바람> 시리즈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답게 전시의 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이 섹션에서는 자연의 소리가 들리면서 공감각적인 관람을 할 수 있다. 2~3m 되는 대형 작품과 은은하게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는 관람에 더 집중하게 만들며 명상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마지막은 작가가 이탈리아에 가서 본 풍경을 담은 것으로, 유럽 남부의 햇살과 그것이 만들어낸 색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여행을 가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이탈리아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림을 보며 풀어본다.

 

밤이 드리운 아카데미(Night Over the Academy), 2018 © Alice Dalton Brown

 

섬세한 붓 터치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을 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지쳤던 마음을 달래 본다. 요즘처럼 부드러운 햇살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유유히 흘러가는 강가의 풍경을 그리워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멀리 떠날 수 없는 우리에게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은 우리에게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은 조용히 위로를 속삭인다.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내한한 작가의 사인회와 인터뷰가 열린다고 하니 작가의 그림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감사 인사를 전해도 좋겠다.

 

 

허영은

자료 협조 마이아트뮤지엄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518 섬유센터빌딩 B1)
일자
2021.07.24 -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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