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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한남동 주택에 뿌리 내린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 보금자리

카페부터 한국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까지, 모두 한남 플래그십 부티크에서

서울 한남동에 새로운 플래그십스토어가 들어섰다. 1970년대에 건축된 주택을 개조해 88평 규모로 조성된 메종 마르지엘라의 국내 첫 플래그십 부티크가 바로 그 주인공. 이곳에서는 의류부터 가죽 소품, 신발, 액세서리, 주얼리, 향수까지 메종 마르지엘라 브랜드 제품의 전반을 만날 수 있다. 독일 베를린의 유명 커피인 보난자 커피와 제휴를 맺어 운영되는 ‘메종 마르지엘라 카페’도 플래그십스토어 내부에 마련되어 있어 한층 더 다채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공간 속 디테일

그간 국내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었던 메종 마르지엘라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브랜드만의 고유한 공간에서 선보이면서 공간 설계에도 많은 힘을 썼다. 세월이 묻어있는 주택의 색을 지우지 않으면서 프랑스 오트 쿠튀르 브랜드답게 메종 마르지엘라만의 개성을 적절히 녹여냈다. 관습을 타파하는 브랜드의 코드를 살려 ‘부적절한 것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매장 외관과 실내, 카페, 정원을 추상적이면서도 미니멀하게 풀어냈다.

 

브랜드를 나타내는 시그니처 컬러인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석고 기둥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메모리 오브’라는 표현 방식을 풀어낸 공간의 키 아이템이다. 플래그십스토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물에는 마감의 익명성(anonymity of the lining)* 기법이 반영되어 있다. 형태를 해체하는 메종 마르지엘라만의 상징적 기법인 데코 사용해 계단과 건축 요소를 세심하게 복원하기도 했다.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모양인 타비 슈즈 발자국이 찍혀 있는 바닥을 만든 것도 이들이 설계한 세심한 디테일이다. 

*마감의 익명성은 의복에서 감춰져 있는 안감과 내부 구조를 드러낸다는 의미로 메종 마르지엘라가 사용하는 용어다.

오직 플래그십 부티크에서,〈해킹: 5AC 백 전시〉

한국 첫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스토어 내에서 10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한국의 동시대 작가들과 함께한 예술 프로젝트 〈해킹: 5AC 백 전시〉를 진행한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상징성을 띠는 5AC백을 한국 예술가 세 명 송승림, 정나영, 정다운 그리고 일본 작가 비엔(BIEN)이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재해석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에게 ‘해킹’이란 직물의 색상이나 프린트, 옷이나 모티프를 다른 종류로 변형시키거나 그 진짜 속성을 드러내는 행위로 이어지는 일종의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4 봄, 여름 Co-Ed 패션쇼에서 선보인 ‘튜일 소재로 감싸진 슬립오버 백’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시 관람은 스토어 오픈 시간과 동일하게 운영된다. 

| 송승림 작가 

 

〈익명의 시로 커버한 5AC 봉투 백〉

| 자수 실을 자유자재로 재봉해 섬유 조형물을 빚는 송승림 작가의 작품 주제는 익명의 시구절들이 수 놓인 봉투 백이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트롱프뢰유 콘셉트에서 영감받아 재봉틀 작업으로 수놓은 시구절들과 자유로운 자수 패턴으로 작가만의 실루엣을 만들었다. 글의 윤곽선이 형상화되는 자수 패턴의 이미지가 시각의 재미를 살린다무한한 창조성을 지닌 소재로 만든 텍스처로 가방을 감싸서 해킹을 완성했다.  

| 정나영 작가 

 

〈꽃잎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5AC 백〉

| 주로 흙을 매체로 삼아 물성의 변화와 변형을 통해 퍼포먼스와 설치미술 작업을 진행하는 정나영 작가는 꽃잎을 해부하여 하나씩 핀을 꽂아 꽃의 해부학적 구조를 통해 익명성과 비익명성의 경계를 꽃잎의 외관 속 숨겨진 내면을 활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린 듯한 이 가방의 구조는 디지털 해킹과 노마드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전통적인 한국의 소재와 현대 디지털 개념의 융합을 탐구하는 시도이다. 

 

| 정다운 작가 

 

〈패브릭 드로잉으로 완성한 5AC 백〉

|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전형적인 회화 재료 대신 천을 예술 표현의 소재로 이용해 정형화된 회화를 뛰어넘어 공간으로 그 개념을 확장하는 정다운 작가는 2024 봄, 여름 오트 쿠튀르 패션쇼에서 영감받아 한국의 노방천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전통 의상에서 사용되는 얇고 투명한 질감이 특징인 소재로 파리의 모던한 감각과 한국의 전통미가 어우러져 문화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길 의도했다. 

| 비엔(BIEN) 작가 

 

〈5AC 백을 위한 가시적 관찰〉

|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엔 작가는 회화, 영상, 조각, 설명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한다. 작품을 통해 불변의 물질과 환상, 이미지와 허구로 가득한 세상을 풀어내는 그는 정면에서는 5AC 백의 외형적 실루엣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구조를 이루는 다양한 형태가 숨어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가방이라고 인식되는 5AC도 이름을 떼어내면 하나의 장르로 분류될 수 없는 조형물들처럼 무언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질적인 오브제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김지민 인턴 기자 

자료 제공 메종 마르지엘라

프로젝트
〈해킹: 5AC 백 전시〉
장소
메종 마르지엘라 한남 플래그십 부티크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11길 8-7
일자
2024.10.30 - 2024.11.30
시간
월요일 - 일요일 11:00 - 20:00
참여작가
송승림, 정나영, 정다운, 비엔(BIEN)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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