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1

작가 서도호가 12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사유의 흔적을 따라서
설치미술의 대가로 불리는 서도호 작가의 국내 개인전이 12년 만에 열린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되는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는 완성된 결과물로서 작품을 보여주는 통상적인 미술 전시와는 다르게 구성되었다. 20년간 '완벽한 집은 무엇이고, 또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을 이어온 서도호는 이번 개인전에서 예술적 실천 그 저변을 이루는 개념과 과정, 조사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이 가진 사유의 흐름을 드로잉, 축소된 모형, 시물레이션 영상으로 시각화해 보여준다.
전시 그래픽, 디자인: 반스튜디오, 제공: 아트선재센터
작가 서도호.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작가의 삶과 세상에 관한 성찰, 불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스페큘레이션(speculation)’을 사유의 전략으로 삼아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시간, 공간, 기억, 움직임의 주제를 재구성하며 대안 세계에서 가능한 것들을 탐구한다. 사변, 추론, 사색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인 ‘스페큘레이션’은 개인과 공동체,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서도호의 숙고와 가설, 상상력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 그는 자신의 창작 활동을 ‘스페큘레이션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정서적인 동시에 육체적인 삶의 복합적인 특성에 접근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12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개인전

 

서도호는 자신이 실제 거주했던 집이나 작업실 공간을 천으로 구현해 장소 특정적 미술의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단단한 물질을 재료로 삼아 특정한 장소에 고정되는 조각들과 달리 빛이 투과되는 성질의 천으로 만든 서도호의 집은 어디로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이 관객들에게 서도호의 공간을 경험하게 한 것이라면,〈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는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서도호의 사유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완성된 결과물로서 작품을 보여주는 통상적인 미술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적 실천 그 저변을 이루는 개념, 과정, 조사에 초점을 맞추어 서도호가 가진 사유의 흐름을 드로잉, 축소된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시각화해 펼쳐 보인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설치 전경.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다리 프로젝트」, 2024, 애니메이션,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약 24분.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다리 프로젝트」 (구명복 프로토타입)>, 202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다리 프로젝트

 

아트선재센터 1층 더그라운드에서는 서도호의 다리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당신을 위한 완벽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 서도호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이 집이라고 느끼는 두 도시, 뉴욕과 서울을 태평양 위로 연결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자신의 완벽한 집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첫 번째 다리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2010–2012)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대륙 사이의 이동에 대한 사변적 사유를 드로잉을 기반으로 건축가, 생물학자, 물리학자, 이론가, 산업디자이너 등 여러 협력자들이 함께 모여 태평양의 조류와 바람을 버틸 수 있는 집을 지어보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서도호의 두 번째 다리 프로젝트는 작가의 현재 거주지인 런던을 추가해 서울, 뉴욕, 런던 세 도시를 등거리로 연결한 지점에 ‘완벽한 집’을 설계한다. 서도호는 북극 보퍼트해 인근 축지(Chukchi) 고원(좌표: 77°55’33″N 161°23’49″W)에 위치하게 되는 이 집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사고 실험을 통해 작가는 다른 공간 사이를 이동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기후 환경, 고립, 장벽, 다시 세워지는 국경을 포함한 사회적 문제들에 관한 잠재적인 대안을 실험하고자 한다. 

서도호, 「별똥별(1/23 스케일)」, 2024, 혼합 재료, 157.1 x 103.3 x 65.5 cm.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설치 전경.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공인들 (1/6 스케일)」, 2024, 제스모나이트, 나일론, 스테인리스스틸, 레진, 모터, 48 x 34.9 x 47.8 cm.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공인들 (1/6 스케일)」, 2024, 제스모나이트, 나일론, 스테인리스스틸, 레진, 모터, 48 x 34.9 x 47.8 cm.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 필연적으로 사변적 성질을 띠는 작업들 

 

2층 스페이스 1에서 소개되는 서도호의 작업들은 물리적 혹은 개념적으로 장애물이 있거나 실행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사변적인 성질을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완벽하게 실현된 결과물로서 작품이 아닌 가설이나 다이어그램, 애니메이션, 모형, 글의 형태로 존재하며, 미완의 상태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서도호의 ‘완벽한 집’에 대한 개념적 탐구, 공공미술에 관한 생각과 태도, 공간 사이를 연결하고 움직이게 하는 통로 공간에 대한 오랜 관심이 유기적으로 섞이며 작품 간의 관계망을 만든다. 바다와 하늘을 가로질러 서울의 한옥을 런던으로 옮기거나, 작가의 기억이 담긴 장소를 트럭에 싣는 등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도전에서부터, 기념비를 둘러싼 관습과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전복하는 등 시스템에 대한 도전에 이르기까지, 20년에 걸친 서도호의 폭 넓은 시도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서도호의 대표작인 「공인들」(1998)을 작가가 처음부터 구상했던 키네틱 버전으로 마침내 구현해 최초 공개한다. 고정적이고 장소특정적인 동상의 성질에 도전하는 키네틱 버전의「공인들」(2024)은 동상을 받치고 있는 다수의 인물들이 동상대를 이동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서도호, 「연결하는 집, 런던 (1/125 스케일)」, 2024, 판수지, 레진, 종이, 스테인리스스틸, 144.6 x 144 x 144 cm.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비밀의 정원」, 2012, 혼합 재료, LED 조명이 부착된 디스플레이스 케이스, 199 x 180 x 82cm.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향수병 (1/80 스케일)」, 2024,  혼합 재료, 119.5 x 80 x 80 cm.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서도호, 「동인아파트」, 2022,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션, 20분 32초.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 공간과 공동체의 의미를 담은 기록과 재현 

 

3층 스페이스 2에서는 서도호의 「동인아파트」(2022)와 「로빈 후드 가든, 울모어 스트리트, 런던 E14 0HG」(2018)를 순차 상영한다. 이 두 영상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공동 주택 단지를 카메라로 느리게 기록하고 재현함으로써 시간과 기억, 공간과 공동체의 의미를 탐구한다. 공동 주택 시설에 켜켜이 쌓인 기억의 현재를 탐구하는 서도호의 사변적 시도는 공동체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성찰을 경험하게 한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기자간담회.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사적인 기록과 내면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아티스트북과 업사이클링 디자인 브랜드 래코드(RE;CODE)와 협업한 티셔츠도  아트선재센터 한옥에 마련된 더북스 서점과 온라인 몰(래코드 공식 홈페이지, 코오롱몰)에서 전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이어진다.

글·영상  김지민 인턴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장소
아트선재센터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아트선재센터
일자
2024.08.17 - 2024.11.03
시간
화요일 - 일요일 12:00 - 19:00
주최
아트선재센터
주관
아트선재센터
클라이언트
협찬 | 매일유업㈜, 벽산엔지니어링·파워·엔터프라이즈, LG 올레드, 코오롱스포츠,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자/디렉터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 조희현(아트선재센터 전시팀장)
참여작가
서도호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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