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5

미래와 조우한 클래식, 로우클래식 미래빌딩 ①

: file no.1 : 로우클래식의 변곡점이자 신당동의 구심점

Briefing

로우클래식 미래빌딩

로우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감각과 가치를 전하는 패션 브랜드로, 2009년 6월 론칭 후 꾸준하면서도 단단히 내실을 다져 왔다. 간결한 실루엣과 내구성을 갖춘 소재, 타임리스한 디자인으로 명실상부 국내 패션계의 흐름을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여성복 시장에서 오랜 기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성장세를 이어온 것이 방증한다.

지난해 6월, 로우클래식은 브랜드 론칭 14년 만에 새로운 오피스 빌딩을 마련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디자인부터 소재 개발, 캐드, 재봉 등 의류 샘플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인하우스에서 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사옥이다. 로우클래식 이명신 대표와 박진선 이사는 “브랜드의 분위기를 함께 공감하고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하며, 기존 업무지와 인접한 약수역 근처 미래빌딩을 최적의 위치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미래빌딩은 1960년대 총리 관저로 알려진 건물로, 리모델링 과정에서 유지·보수에 중점을 뒀다. 파사드를 보존하고 낡은 난간과 창을 맞춤으로 제작해 새것과 헌 것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골조와 자재를 활용하는 동시에 1960년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착안한 공간 콘셉트로 로우클래식의 정체성을 부여했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는 “건물의 인상을 바꾸는 게 아닌, 단정히 가꾸는 데 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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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건물

서울의 건축은 근대화 이후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 빌딩도 예외가 아니다. 이 건물은 1950~1970년대에 자리를 잡으며 당시 유행하던 근대 건축 양식을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 빌딩에 대한 자료 대부분이 수기 문헌으로 남겨져 다수 유실되었고, 관련 내용은 주로 주변 주민이나 소유주의 구술을 통해 파편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미래 빌딩은 약수동과 장충동, 신당동 일대가 정치 중심지로 활용되던 시기에 박정희 정권하에서 국무총리였던 정일권이 관저로 사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최근 로우클래식이 새롭게 리모델링해 공개한 미래 빌딩 오피스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이 건물은 1960년대에 지어진 기존 골조를 유지하며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재탄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둥근 벽돌 기둥, 대리석 마감, 청동 낙수관 등 원형의 주요 요소를 오롯이 살렸다. 이러한 재생 작업은 과거의 것을 완전히 소거하지 않고 시대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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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o Z, 모든 작업 공정이 인하우스에서

로우클래식은 한국 패션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퓨전 라인인 Lc를 선보였다. Lc는 심플한 실루엣과 편안한 소재를 사용해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구성하여 일상에서 착용하기 적합한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제공한다. Lc 컬렉션은 다양한 취향에 맞춘 매력을 발산하며,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이를 위해 의류 제작의 모든 단계를 사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의류 산업에서는 드문 사례로, 디자인부터 캐드, 패턴, 재봉까지 전 과정을 인하우스에서 소화한다. 샘플링을 직접 진행하는 회사는 많지 않지만 로우클래식은 이를 고수해 왔다. 단순히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1층에 위치한 작업실에는 미싱과 실, 오버로크 등 다양한 장비가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외부에 작업 지시서를 전달하지 않고 내부에서 샘플을 직접 제작하며 품질 관리와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불량률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되어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직원들이 이러한 과정에 큰 역할을 한다고. 특히 패턴팀의 팀장은 입사 후 10년 동안 근속하며 디자이너들에게 깊은 신뢰를 쌓아왔다. 현재 로우클래식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블라우스와 셔츠, 트렌치코트와 더플코트 등의 패턴을 뜬 주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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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열어둔 가변적인 디자인

로우클래식의 3층은 팝업, 전시, 파티 등 다목적 공간으로 변모했다. 공간의 다양한 활용성을 위해 설계된 이곳은 유리 패널과 같은 가변적인 구조물들이 특징이다. 패널 유리와 같은 구조물들은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 필요에 따라 개방하거나 닫을 수 있다. 이러한 설계는 자연광을 더 많이 받아들여 답답함을 해소하고 기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지하 공간에는 솔리드한 마감 대신 유리를 사용하여 개방감을 주었으며, 필요에 따라 떼거나 붙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채택했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요소는 층별로 움직이는 키네틱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처음 기획 당시부터 3개 층을 관통하는 요소로서 계획되었으며, 향기를 통해 각 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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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곳

명동에 위치한 로우클래식 매장은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미래빌딩의 매장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국내외 고객부터 동네 주민들까지 찾아와 큰 호응을 얻었다. 디자인실이 2층에 자리 잡고 있어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바로 확인하고 고객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소통을 일으키며 더욱 책임감 있는 디자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외부 방문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공사 중에도 주민들은 나무나 담쟁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실제로 이러한 피드백이 반영되었다. 특히 카페와 같은 공간 활용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민들이 오랜 기간 민원을 넣었던 은행나무를 제거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며, 이에 따라 조경과 조명을 새롭게 구성해 골목길을 환하게 밝혔다. 로우클래식은 단순히 옷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로우클래식 미래빌딩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15길 43

운영 시간 12:00 – 20:00

기획 로우클래식 ·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 디자인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시공사 AA 스튜디오 호미

협력 작가(키네틱 아트)  금은동 스튜디오

면적 1,324.72 ㎡

 

링크

로우클래식(홈페이지인스타그램) |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인스타그램)

 김세음 객원 기자

사진 강현욱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로우클래식,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미래와 조우한 클래식, 로우클래식 미래빌딩 

▶ : file no.1 : 로우클래식의 변곡점이자 신당동의 구심점

      : file no.2 : 브랜드 기류를 뒤흔든 공간

      : file no.3 : 지금, 생동하는 서울의 브랜드

프로젝트
[Post-It] 로우클래식 미래빌딩
장소
로우클래식 미래빌딩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15길 43
시간
12:00 - 20:00
기획자/디렉터
기획 | 로우클래식 ·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크리에이터
공간 디자인 |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시공사 | 스튜디오 호미
참여작가
협력 작가 | (키네틱 아트) 금은동 스튜디오
김세음
글쓰기를 즐기는 디자인 전공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면면이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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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조우한 클래식, 로우클래식 미래빌딩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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