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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8

옥승철이 그리는 낯선 감각의 얼굴들

클로즈업한 만화 캐릭터를 캡쳐하다.
회화, 설치 그리고 브랜드 컬래버레이션까지 꾸준하고 깊이 있게 창작 활동을 전개하며 아트 컬렉터의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대중적으로도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는 작가 옥승철. <언 오리지널>un original, 2018과 <제이펙 서플라이>PEG SUPPLY, 2020에 이어 오는 9월 12일까지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리는 옥승철의 세 번째 개인전 <相상>은 캔버스 위에 보이는 이미지를 넘어 작가의 창작 과정과 회화적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한다.
ID picture, 2021, acrylic on canvas, 220 x 180cm
up, 2021, acrylic on canvas, 180 x 200cm

 

옥승철이 그려내는 작품세계는 상당히 뚜렷하다. 어딘가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얼굴, 화면 위를 둥둥 떠다니거나 캔버스를 가득 채울 만큼 클로즈 업된 얼굴, 극적이거나 아무 감정이 안 느껴지는 표정까지. 꽤나 단순하고 간결하게 표현되는 그의 작품이지만 실제 그것이 완성되는 과정은 과정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정도로 정교하고 체계적이다. 작가는 여러 애니메이션과 만화 속 인물들의 클로즈업 장면들을 캡처하고 이를 디지털 툴을 이용해 재조합하여 새로운 얼굴을 만든다. 그는 재구성한 얼굴을 프로젝터로 캔버스 위에 비추고 이를 정교하게 덧칠하며 채색하는데 완성작은 마치 고해상도 출력물처럼 붓 자국 없이 매끈하다.

 

 

아티스트가 캔버스에 남긴 흔적 중 하나인 생생하고 입체감 있는 붓 터치는 사진과 회화를 구분 짓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동시에 작품의 분위기와 작가의 감정을 전달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어 왔다. 하지만 앞서 그의 창작 과정을 살펴보았듯 옥승철은 전통적 회화의 논리를 전혀 따르지 않으며 독자적인 창작 언어로 작품세계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원본’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과 회화, 원본과 밈meme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관계망을 시도하며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 감정을 배제한 채 그래픽처럼 매끈하게 그려진 그의 회화에서는 오로지 극적으로 클로즈 업된 만화 캐릭터 같은 얼굴만이 보는 이에게 낯선 감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번 전시 제목 <相>(상)은 작가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서로 상’(相)은 약 20개의 뜻을 가지고 있는 간단하면서도 복합적인 한자이다. ‘관찰하다’, ‘자세히 보다’, ‘고르다’와 같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의미들이 있는 반면, ‘빌 양’(相)자로 쓰일 때는 ‘빌다’, ‘푸닥거리하다’ 등의 생경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의 글자에 여러 층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전시의 제목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이미지와 원본의 정체성과 그로부터 기인하는 다양한 변주를 탐색해온 작가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옥승철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개인 SNS를 통해서 소개되기도 하는데, 이는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 내며 ‘좋아요’와 ‘공유’의 행동으로 연결되고 있다. 디지털과 캔버스를 넘나드는 형식적 확장뿐만 아니라 이미지의 재조합과 공유, 복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위를 유발하는 작가의 작업세계는 하나의 동시대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련의 소통의 장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공간 곳곳에 설치된 작품을 자유롭게 관람하며 ‘相’의 다양한 의미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이건희

자료 협조 스페이스 이수

장소
스페이스 이수(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84)
일자
2021.07.08 -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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