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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6

성장을 파는 서점, 오키로북스

서울 합정동으로 온 오키로북스
© designpress

12월이면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신년에 세웠던 계획 중 몇 개나 지켰을까? 분명 계획을 세울 땐 양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 손도 많다. 우리가 못 지킬 것 알면서도 매해 신년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오늘보다 성장한 내일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작은 시작이 어렵다. 독립서점 오키로북스는 그 작은 시작을 어려워하는 어른들을 위해 ‘성장을 파는 서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독립출판부터 워크숍, 팝업과 전시 기획까지 영역을 확장했던 독립서점 ‘오키로북스5KmBooks‘는 지난 3년간 온라인으로만 운영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키로북스의 활동 영역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여전히 책을 판매했고, 온라인으로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기업과의 연계 프로그램도 꾸준히 기획하고 운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삐 움직였던 오키로북스는 올해 7월, 다시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합정동으로 옮겼고 공간이 넓어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공간이 바뀐 오키로북스는 지향점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독립출판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곳이었다면 합정동에서는 성장을 파는 서점이 되었다.

새로운 오키로북스에는 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 designpress

“스몰 브랜드는 운영자의 취향을 따라가니까요.” 오키로북스의 손님에서 운영자가 된 김경희 작가는 변신의 이유를 운영자(김사장과 오팀장)의 관심사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중요해진 시대, 이제 서점은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그래서 브랜드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서점도 그 모습을 달리한다. “오키로북스가 생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고, 변화하고, 움직이거든요.”

오키로북스의 장점 중 하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발판을 만들어 나가는 워크숍이다. 그림, 글쓰기 등 부천에 있을 때부터 워크숍을 진행했던 경험을 살려 현재는 습관노트, 유튜브, 북클럽, 러닝 등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워크숍의 목적은 간단하다. ‘성장’이다. 혹자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튜브를 찍는 것이 성장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물어볼 것이다. “우리가 정의하는 성장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예요. 오늘과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 어떤 것도 성장이 될 수 있어요.”

성장이라는 가치를 팔며 함께 성장하자고 독려하는 오키로북스. 과연 이들이 또 다시 꿈꾸는 서점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진다.

왜 서점 이름이 오키로(5km)인지 궁금하셨죠? © designpress

Interview with 김경희

오키로북스 사장 겸 작가

─오키로북스가 하는 일이 진짜 많아요. 오키로북스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성장을 위한 서점’이자 ‘성장과 연결된 다양한 키워드를 다루는 콘텐츠 겸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스스로도 한 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아요. 책이 좋아서 시작한 서점이 이렇게 성장했으니까요.

─ 지난 몇 년간,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다가 다시 서점을 열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에 어떤 힘이 있길래 다시 할 생각을 했어요?

일찍이 온라인으로 쌓은 경험이 있어서 저희에겐 오히려 코로나가 기회였어요. 하지만 사람과의 교류에서 얻는 에너지는 부족해졌죠. 아무리 온라인에서 잘해도 결국 오키로북스가 하는 일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다시 손님들을 만나고 싶어서 오프라인 서점을 오픈했어요. 서점도 브랜드처럼 연결점이 없으면 소비자와 이어지기 힘들거든요.

© designpress

─ 서울 합정동으로 옮기면서 서점 규모도 커졌어요.

한 층만 사용한다면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았어요. 대신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면 워크숍, 전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전시 등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겠다 싶었죠. 공간이 넓어지면 생각의 범위도 넓어지더라고요.

─ 지금 서점은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세상의 많은 이야기 중 왜 성장인가요?

이전에는 독립출판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독립서적을 소개하고 종종 제작도 했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경영/경제와 성장으로 관심사가 바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와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스스로가 달라지고 발전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 지향점이 달라지면서 기존의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잘 적응할 지 걱정은 안됐나요?

모든 사람이 우리를 좋아할 수 없고, 우리도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겁먹기보다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했죠. 우리를 따라오는 고객도 있는 만큼, 왜 변했냐며 서운함을 표현한 고객도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들의 관심사도 우리처럼 변한 거예요. 이젠 오키로북스의 플로우를 따라온 기존 손님과 함께 새로 합류하는 손님까지 더해져서 고객층이 더 다양해졌어요.

이젠 2층은 오키로모드가 아닌, 전시와 팝업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 designpress

─ 2층은 핸드폰을 잠시 맡겨 두고 집중하는 공간으로 운영했죠?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니까 너무 좋아서 이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또,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으니까 책만 사고 나가는 게 아니라 인상깊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런데 설득이 쉽지 않았고, 2층을 위해 1층도 조용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11월부터는 우리가 기획한 전시와 팝업이 열리는 공간으로 운영할 생각이에요. 우리 공간이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계속 시도해 보려고요.

─ 소목장세미가 가구를 디자인했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소목장세미에게 부탁한 점이 있나요?

너무 좋아하는 디자이너라 안목을 믿었기에 따로 요청한 건 없었어요. 브랜드의 키컬러와 서점의 특징(성장을 파는 서점)만 설명했죠.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화살표 형태의 매대와 표지판 분위기의 선반을 디자인해 주셨어요. 화살표에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표지판에는 손님에게 이정표가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표지판, 화살표의 의미를 담은 소목장세미의 가구 © designpress
오키로북스 책에는 운영자들이 읽고 직접 작성한 추천의 글이 붙어 있습니다. © designpress

─ 책이 많지 않지만 책마다 추천의 글이 보인다는 점이 좋아요. 개인적으로 대형서점에 가면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엄청 고민하거든요.

우리가 읽어봤는데 좋았던 책과 읽어보고 싶은 책을 비치해요. 책이 많지 않아서 재미없다는 손님이 있는 반면, 오히려 코멘트와 책에 쳐진 밑줄을 볼 수 있어서 더 좋다는 손님도 있죠. 지금은 경제/경영과 자기 계발에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라 선반에 빽빽하게 꽂는 것보단 추천하는 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어요.

─ 오키로북스 홈페이지를 보니까 정말 많은 워크숍을 운영하더라고요. 워크숍도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서 기획하나요?

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성장이란, 돈을 많이 벌고 크게 성공하는 게 아니예요. 해보지 않았던 일로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거나, 새로운 영역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지면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 워크숍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요?

우리가 직접 효과를 본 경험과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중심으로 기획해요. 예를 들어 브랜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브랜드와 관련된 워크숍을 열어요. 스스로 공부할 판을 만드는 거죠.

─ VOD로 제작한 워크숍도 있더라고요.

워크숍 운영을 효율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주 고객의 대부분이 참여했거나 널리 알려진 워크숍들을 VOD로 제작해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요. 기업 콘텐츠로 연결되는 계기도 되었고요. 덕분에 콘텐츠를 잘 만들어 두면 이렇게도 운영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 오키로북스의 워크숍과 콘텐츠를 보면 ‘함께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워크숍으로 맺어진 관계와 깊어진 친밀도 덕분에 오키로북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희뿐만 아니라 참여자들도 꾸준히 함께 워크숍을 하면서 변화가 일어났고, 그 경험이 좋아서 다른 워크숍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 서점, 워크숍, 전시, 콘텐츠… 다양한 일에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각 잡으면서 시작한 일보다 큰 생각없이 했던 일들로 기회가 만들어졌어요.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앞서 나가는 브랜드를 보며 자극도 받지만 결국 ‘우리만 잘 하는 것’을 찾으려고 해요. 그리고 ‘아님 말고’의 정신으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 시도하죠. 툭툭 던지다 보면 반응이 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만약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면 우리가 무엇을 놓쳤고, 사람들 생각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꼭 가져요.

오키로북스 한 켠에는 여전히 애정하는 독립서적과 워크숍 도와주는 여러 아이템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 designpress

─ 이른바 오키로북스의 시즌 2가 시작된 셈인데, 현재 오키로북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궁금해졌어요.

‘오키로북스가 매력적인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오프라인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책으로만 사람을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획이 중요해요. 그래서 자체 팝업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있어요. 오키로북스만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잘 하는 일을 찾아 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예요.

─ 오키로북스만이 할 수 있고 잘 하는 일은 워크숍이 아닐까요?

워크숍은 오키로북스의 장점이지만,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운영자의 컨디션에 따라 진행의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워크숍을 제품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학습지처럼 얇은 워크북을 만들고, 워크숍 멤버들과 피드백을 주고받고자 해요. 이 밖에 오키로북스와 고객의 일상이 연결되고, 그 안에 녹아 들어 갈 수 있는 지점도 찾고 있어요.

오키로북스가 사랑스러운 이유 = 서점 사이, 사이에서 발견되는 따뜻하고 친절한 문구에서 오키로북스의 배려를 느낄 수 있어요. © designpress

─ 그렇다면 오키로북스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거네요?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어요(웃음). 서점 운영에는 청사진이 필요하지만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삶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허영은 객원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오키로북스

장소
오키로북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4길 14 1,2,3층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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