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시각으로 생명이 긴 디자인의 가치를 대중에게 발신하는 데에 집중하는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는 공간뿐 아니라 2009년부터 ‘롱 라이프 디자인’의 관점으로 일본의 국내 도시를 소개하는 트래블 가이드 북 〈 design travel〉을 발행해 왔는데 일본어판으로만 제작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4년 동안 32개의 도시가 소개된 현 시점에 〈d design travel〉의 한국어판 발행을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어판 2호 가나가와 출간일에 맞춰 나가오카 겐메이가 서울에 방문했다. 8월 4일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에서는 뜨거운 여름밤의 열기가 무색할 정도로 나가오카 겐메이의 토크 이벤트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약 5년 만에 서울에서의 공식행사를 가진 나가오카 겐메이를 만나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d design travel〉의 제작기부터 디자인스토리 그리고 이 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가오카 겐메이(Kenmei Nagaoka)
1965년 홋카이도 출생. 일본 하라 디자인 연구실을 거쳐 1997년 드로잉 앤드 매뉴얼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이전까지의 디자인 작업을 집대성하고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소비의 장을 추구하기 위해 도쿄 세타가야에서 디자인과 리사이클을 융합한 신사업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롱 라이프 디자인으로부터 앞으로의 디자인 본연의 자세를 찾는 활동을 전개해왔으며 2009년 〈d design travel〉을 창간했다. 주요 저서로는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 등이 있으며 현재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의 대표이자 〈d design travel〉 발행인으로 활동 중이다.
interview with 나가오카 겐메이
ㅡ 지난 4일 〈d design travel〉 한국어판 발행 기념 토크 이벤트로 서울점에서 50명이 넘는 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무더운 한여름 밤에 진행된 행사임에도 재미있게 즐기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웃음)
밤 10시가 다 되도록 자리를 지키며 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준 그날의 참석자들에게 너무나 감동이었어요. 일본에서도 〈d design travel〉 신간이 나올 때마다 도쿄 혹은 시부야에서 출판 기념 토크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요. 서울점에서 겪은 열기 가득한 모습은 보기 드물어요. 서울의 많은 분이 제가 이야기하는 ‘롱라이프 디자인’이라는 테마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계시다는 것에 너무 기뻤습니다. 이번 토크 이벤트를 통해 느낀 건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정확히 말해 나에게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내가 짊어지고 있고, 이야기하는 사회적인 테마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그 배경에 있는 사회적인 테마까지도 굉장히 잘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았죠.
ㅡ 오늘 인터뷰를 하는 장소는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의 한국 1호점이자 곧 오픈 10주년을 맞이하는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by MMMG입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해 서울점 공간이 리뉴얼 되었는데 직접 방문해 본 소감은 어떤가요?
제가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처음 창업하던 2000년에 막연하게 ‘이런 가게를 만들고 싶다’라고 상상하던 공간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것 같아 놀랐습니다. 특히 새로운 물건과 오래 지속되어 온 물건을 믹스해 편집된 공간을 완성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하나 하나 개별의 상품이라기보다 전체적으로 편집된 공간의 센스 아래 물건을 보고 느끼고 구매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연결되는 것이죠. 저희는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커다란 테마를 제안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디자인을 소개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에 새롭게 완성된 서울점의 모습처럼 가게 내부를 아주 섬세하고 세심하게 배치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매우 중요해요. 디앤디파트먼트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하고요.
ㅡ 최근 새로운 매장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시는 듯 보였어요. 요즘 근황은요?
제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아이치현(Aichi)의 아구이(Agui)라는 동네에 작은 매장을 하나 열었어요. ‘디 뉴스(D news)’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하는 가게인데요.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가 일본의 도도부현이라는 큰 행정구역에서 전개하는 매장이었다면, 디 뉴스는 인구가 3만 명 이하인 아주 작은 소도시에 여는 매장이에요. 기본적으로는 물건도 팔고 커피도 팔지만 쇼핑만을 목적으로 두는 공간이 아닌, 해당 마을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또 마을 생산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죠. 특히 이 아구이 지점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하고 저희의 활동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알려서 클라우드 펀딩을 받아 진행된 프로젝트였어요. 그 과정에서 이 공간이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 운명이 정해지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탄생한 디 뉴스 아구이점은 제가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제가 직접 내려드리는 커피를 제공받을 수 있어요.(웃음)
ㅡ 아구이라는 동네는 어떤 매력을 가진 동네인가요?
방금 제가 보여드린 이미지처럼 그런 느낌의 동네에요.(웃음) 푸른 들판이 많고 평화로운 곳으로 소개를 해보자면 쌀의 산지이고 직물, 섬유 산업이 발달한 마을이에요. 인구가 정말 적어서 작은 소문도 금방 퍼질 만큼 정말 작은 마을이죠.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가 매체나 미디어를 통해 저희의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디 뉴스는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저희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곳이라 그만큼 인간관계가 정말 중요한 가게죠.(웃음) 조심해야해요.
ㅡ 대표님이 2009년 창간한 〈d design travel〉은 그동안 일어판과 영문판으로만 발행되어 왔는데요. 지난 5월부터 교토 편을 시작으로 〈d design travel〉의 한국어판 발행 소식을 알렸어요. 한국어판을 발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파트너 MMMG 배수열 대표님이 〈d design travel〉의 한국어판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왔어요. 그래서 같이 시작해보자고 했죠. 한국어판 발행은 전적으로 MMMG에서 도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ㅡ 디자인 트래블 가이드 북 〈d design travel〉을 창간한 것이 어느덧 14년 전의 일입니다. 지역을 소개하는 책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었나요?
제가 이 책을 창간하기 한참 전부터 생각했던 막연한 바램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데요. ‘다음 달에 가나가와 여행을 갈 예정이니 가나가와 여행 소개서를 사야겠다’의 마음으로 구매하는 책이 아니라, 어디로 떠날 예정도, 계획도 없었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가나가와가 궁금해졌어. 한번 가볼까?’와 같이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라며 제작을 시작했어요. 저희가 소개하는 도시 그리고 장소와 사람들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며 전혀 관심 없던 도시임에도 발걸음을 옮기게끔 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죠. 그러한 생각의 배경에는 이미 발행하고 있던 〈d long life design〉이 있었어요. 롱 라이프 디자인을 주제로 한 소책자인데 이 책을 만들면서 기른 롱 라이프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고, 여기에 여행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보태어 〈d design travel〉로 재탄생 시켰어요.
ㅡ 디앤디파트먼트는 〈d design travel〉을 ‘하나의 지역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광 가이드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이번 한국어판 발행을 계기로 처음 접하게 될 한국 독자들을 위해 〈d design travel〉이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려요.
처음 이 책을 만들 때 저의 생각은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모든 세대에게 ‘디자인의 관점’이 매우 중요해져 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도시의 유행을 쫓기 보다 지역 고유의 토착적인 매력을 발견하기 위해 ‘디자인의 관점’으로 지역을 소개하는 관광 가이드 북이에요. 일본은 크게 47개의 도도부현으로 구성되어있는데 47개 현의 47개 도시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발행 중이며, 모든 도시는 콘텐츠 구성과 페이지 수가 동일합니다.
이 책을 소개할 때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을 드리곤 하는데요. 첫 번째는 카테고리입니다. 보통 여행을 떠나면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숙박업소에서 잠도 잘테죠. 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상점에서 쇼핑을 하고, 유명 관광지를 둘러볼테고요. 이처럼 크게 여섯 가지 카테고리인 d 마크 리뷰를 기준으로 만드는 지역 소개 책이에요. 해당 카테고리 안에서 우리가 소개하고자 하는 것들이 지역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선별하기 위해 지역민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진 후, 책에 소개될 장소와 사람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죠. 두 번째로는 동일한 관점 아래 동등하게 소개한다는 가치관이에요. 각 지역마다 면적 크기와 유명세가 다르지만, 조건 불문하고 저희는 늘 같은 원칙과 분류를 통해 책을 만들고 있어요. 〈d design travel〉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 지역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생각해서 만들어 간다는 데에 있습니다. 단순히 정보 가득한 여행 잡지가 아닌 디앤디파트먼트의 감각이 살아있는 디자인 트래블 가이드 시리즈죠.
ㅡ 보통 잡지 한 권을 만들 때에는 여러명의 편집부원이 있기 마련인데 〈d design travel〉은 편집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요.
원래부터 제가 직접 혼자 현지에 2달 가량 살면서 취재를 진행하고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책으로 발행할 생각으로 만든 책이었어요. 제가 취재할 당시에는 가게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차에 올라 운전석에 앉아 기사를 바로 작성하곤 했어요. 책 10권을 주기로 편집장을 교체하겠다는 초창기의 원칙 아래 편집부 인원을 늘리기 보다는 컨트리뷰터 에디터들과 함께 해 책을 만들고 있죠. 1호 훗카이도 편을 시작으로 10호 오키나와 편까지는 제가 혼자 취재를 다니며 제작했고 11호 도야마 편부터 20호 나라 편까지는 구가 오사무(Osamu Kuga) 편집장이, 최근에는 신도 히데토(Hideto Shindo) 편집장이 몇 년 간 홀로 책을 집필하고 있어요. 편집장이 취재부터 광고에 대한 영업 그리고 집필까지 모두 홀로 도맡아 진행하는 체제 아래 운영되고 있는 것이죠.
나가오카 겐메이는 동등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지역을 소개하기 위해 취재 대상 선정과 편집에 관한 원칙을 세웠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d design travel〉의 편집 원칙
1. 반드시 자비로 이용한다. 실제로 숙박하고, 식사하고, 물건을 구매하여 확인한다.
2. 진심으로 감동하지 않은 것은 소개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느낀 점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
3. 다소 문제점이 있더라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문제를 숨기지 않고 추천한다.
4. 취재 당사자의 원고 확인은 사실 확인에 그친다.
5. 롱 라이프 디자인적 관점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만을 소개한다.
6. 사진 촬영은 특수 렌즈를 사용하여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촬영한다.
7. 소개한 장소와 사람과는 책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교류를 이어나간다.
<취재 대상 선정에 대하여>
– 지역다운 것이어야 한다.
– 지역의 소중한 가치와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야 한다.
– 지역 사람이 하는 일이어야 한다.
–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ㅡ 10년 전 한국 매체와 나눈 인터뷰에서 언젠가 〈d design travel〉 서울 편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었는데 그게 발단이 되었던 걸까요. 현재 2024년 봄 발간을 목표로 〈d design travel〉 첫 해외 특집호 ‘제주’ 편을 작업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어요.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 운영 초창기 도쿄 본점만 있었을 때에 누군가 훗카이도 점을 내고 싶다고 제안을 해온 적 있어요. 그때 저의 생각은 ‘내가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테마로 도쿄에 오픈한 공간인데 훗카이도에서 이 가게를 내도 될까?’였었고 저의 답은 무리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처음엔 여러 제안들을 거절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문득 ‘하나의 사회적 테마 아래 가게를 운영을 하고 전개를 하는 것이라면 일관성을 갖춘 상태에서 다른 지역에서 운영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와 마찬가지로 〈d design travel〉도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테마 아래 제작하는 디자인 트래블 가이드 시리즈이기 때문에 여러 도도부현의 도시를 디자인 시선에서 소개할 수 있었죠. 여기서 더 나아가 지구 어느 곳에 가도 〈d design travel〉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첫 해외 특집호인 ‘제주’ 편 제작을 들어가게 된 거예요. 다만 해외 특집호 1호가 반드시 제주여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고 이 시기에 우리가 바로 취재에 들어갈 수 있는 도시가 딱 제주였어요.
ㅡ 제주 편을 시작으로 해외 특집호의 지속적인 발행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저희는 〈d design travel〉을 출판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테마와 가치관을 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도 저희가 발신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죠. 우리의 출판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찾아 펀딩이나 투자를 받아 다 같이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싶어요.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기업의 지원이나 광고를 받는 부분도 있고요. 저희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언제 어디서든 함께 하고 싶어요.
〈d design travel〉의 최종 목표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곳’과 ‘풍토가 좋은 곳’ 등을 소개하고 독자가 그 지역에 살고 싶게끔 만드는 것 등이라고요. 지역이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매력을 가져야 할까요?
지역이 어떠한 매력 포인트를 가진다기 보다 지역 스스로 지역 다운 것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잘 발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그것이 다른 지역들과 차별화가 되어있어야 할 테고요. 많은 지역이 자신의 매력을 정확히 알고서 사람들에게 메시지와 문화를 발신한다면 제2의 지역으로 이주를 하려는 이들이 본인의 성격과 성향과 부합하는 지역을 보다 쉽게 찾아 나설 수 있겠죠. 지역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죠. 그러한 면에서 〈d design travel〉은 외부인이 한 지역에 두 달 가량 머물며 그곳의 매력과 개성을 발견해 발신한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ㅡ 지금까지 소개된 총 32개의 도도부현 중 대표님이 한 번쯤 꼭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도시가 있을까요?
열 번째 도시로 소개했던 오키나와(Okinawa)요. 오키나와는 아주 복합적인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에요.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휴양 도시이기도 하며, 전쟁의 아픔도 갖고 있죠. 기본적으로 오키나와는 같은 일본인임에도 타지인들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요. 우리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어두운 면을 가진 도시이자 리조트 관광지 도시의 밝은 면모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게 오키나와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일본을 생각하는 장소로서의 오키나와입니다. 오키나와에는 역시 ‘본토, 일본의 원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오키나와에 있으면 일본 본토의 정보보다 오키나와의 정보가 더 많고, 그 안에는 ‘오키나와를 통해 느끼는 일본’의 정보가 정말 많아요. 자연과 사람과의 거리감 등 정말 참고해야 할 것이 많은 도시죠. 2018년에 오키나와 편을 내면서 역사 투어를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고요. 세 번째 디 뉴스 지점을 오키나와에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건축가도 모두 섭외해두었어요. 부동산만 있으면 됩니다.(웃음)
그렇다면 현재 대표님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는 지금 네 개 지역을 오가며 지내고 있는데요. 도쿄, 아구이, 시즈오카 그리고 사실은 오키나와에서도 살고 있어요.(웃음) 제가 〈d design travel〉을 1호부터 10호까지 직접 제작하면서 그중 마지막 도시였던 오키나와에 푹 빠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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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있으면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 ‘본질’을 생각해야 하지만
오늘, 내일 당장 결정해야 하는 속도감에 ‘본질’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오키나와에 오면 도쿄와 일본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감각이 생기고
오키나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지금 d에서 판매할 선물 패키지에 들어갈 설명서 원고를 의뢰받아쓰고 있는데
도쿄에서는 좀처럼 쓸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키나와에서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효능이 있다.
2022년 7월 28일 나가오카 겐메이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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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디앤디파트먼트가 롱 라이프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회사인 만큼 〈d design travel〉의 책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 보려 해요. 디자인의 첫 번째 이야기로는 바로 로고인데요. ‘D&DEPARTMENT PROJECT’를 표기할 때와는 다르게 소문자 d를 메인으로 사용한 의도 혹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문자 d는 회사를 대표하는 로고에도 사용된다.)
책 디자인과 관련해 이렇게 디테일한 질문은 처음 받아봐요.(웃음) 재미있네요. 사실은 〈d design travel〉을 제작하던 초창기에 메인 로고로 대문자 D를 넣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는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라는 우리 회사를 알리는 게 목표가 되기보다 각 지역을 바라보는 우리의 고유한 관점과 방법을 제안하고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현재의 디자인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표지 아래에 삽입되어 있는 대문자의 회사 로고도 탈락시키고 표지의 가운데 소문자 d만 남기는 것을 구상하고 있기는 해요. 그럼 소문자 d가 무슨 의미이길래 강조하려 하느냐 궁금해하실 텐데요. 저희는 소문자 d라는 이 글자를 ‘오래 지속되고 있는 훌륭한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책과 물건 그 어느 곳에 소문자 d 로고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부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전할 수 있는 거죠. 커버 디자인이라 하면 오롯이 편집부가 2달간 그 지역에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지역 다운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ㅡ 커버 디자인은 아주 간결한 형태이지만 그것이 곧 〈d design travel〉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다가와요. 창간 당시 가이드북 커버와 내지 디자인을 모두 직접 하셨다고요. 가운데 정렬의 디자인 레이아웃은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 또 매 호마다 바뀌는 커버 이미지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는 디자인 회사임에도 커버만큼은 별도로 특별한 디자인을 하지 않았어요.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에서 발행하는 모든 출간물, 리플릿, 전단지, 명함 등을 같은 비율로 규격화를 시켰다는 거예요. 〈d design travel〉의 판형은 지금의 사이즈가 손에 들고 읽기에 가장 좋을 것 같았고, 이 가이드북이 우리의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라는 사실이 쉽게 보여지기 위해 로고와 회사 이름이 가운데에 정렬되는 디자인을 구상했어요. 제가 취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유일하게 이 책에 크게 관여하는 부분이 바로 표지 이미지 부분입니다. 매 호마다 편집장이 취재를 다니며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 수십 장을 수집한 후, 편집장의 판단하에 3~5장으로 간추려 저에게 시안을 가져다줍니다. 표지 이미지만큼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제가 셀렉 하고 있어요.
ㅡ 지역을 대표하는 무수한 이미지 중 최종 커버 이미지를 선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취재원은 두 달 동안 취재를 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장면 즉,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마주하게 되죠. 이를 토대로 그래픽이나 컬러, 사진 등 다양한 조각들을 모아요. 정말 많을 때는 한 지역에서만 200개 정도 되는 이미지를 모을 때도 있어요. 그것들을 최종적으로 쭉 훑어보면서 ‘해당 지역을 잘 모르는 이들이 이 표지를 딱 봤을 때 이 지역에 대해 이런 이미지를 가졌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을 담아 최상의 이미지를 찾아 추려 나가요. 여기서 중요한 건 직접 현지에 있었던 취재원의 시선이 잘 담겨야 한다는 것이에요. 가령 어떤 것들이 있느냐 하면 3호 오사카 편에는 오사카 지역을 대표하는 대기업 컵라면의 패키지를 사용하였고, 6호 도치기는 도자기 산지로 유약 처리한 도자기들을 촬영한 사진을 커버로 사용했죠. 또 2호 가고시마의 경우 주도 학원이라는 장애인 시설에 계신 분들의 작품 패턴을 커버로 사용했어요. 그래서 어느 지역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이 지역에 이 작가를 소개하고 싶다는 의도가 담겼다기보다 ‘아 이곳은 이런 이미지구나!’를 알 수 있도록 지역의 분위기 혹은 뉘앙스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ㅡ 2023년 현재 〈d design travel〉 발행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도시를 발견하는 〈d design travel>〉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나라의 도시에 가서 동일한 편집 원칙을 적용해 소개함으로써 숨겨진 지역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 저희가 소개하는 해외 특집호에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웃음)
ㅡ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평소 즐겨 읽는 잡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매거진 를 자주 읽어요. 테크놀로지가 주제인 잡지인데요. 지금 현대인의 삶은 테크놀로지 없이 설명이 안되잖아요. 이 잡지에서는 의료부터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테크놀로지를 소개하고 있어 꾸준하게 흥미를 가지고 보고 있어요.
글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by MM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