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변수민 작가
아크릴을 주소재로 핸드백을 제작하고 있어요.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라고요.
저는 금속조형디자인학과를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대학원생이었고 대학원 졸업 작품을 2021 공예트렌드페어에 출품하며 외부에 제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어요.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당선되어 아크릴 핸드백과 트레이를 전시할 수 있었죠. 지난 2021 공예트렌드페어가 첫 전시이자 큰 이벤트였어요.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하는 단계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중이랍니다.
공예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 모이는 자리라 작가님께 의미가 깊은 자리였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요?
소재와 기능에 관해 궁금해하시는 분이 대다수였어요. 반짝이게 광을 낸 작품을 보고 작품 재료가 유리인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제가 아크릴로 만들었다고 설명드리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또 작업 공정을 궁금해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직접 ‘밴딩’이라는 과정을 거쳐 가공해 형태를 완성했다고 말씀드리면 신기해하시더라고요.
한편으로 핸드백에 아크릴이 적합한 물성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시는 분도 있었어요. 충분히 메고 다닐 수 있고 실제로 물건을 넣었을 때 물건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 드렸죠. 기능적으로 사용에 무리는 없습니다. 잠금 장치도 잘 작동하고요. 아크릴 핸드백 디자인을 제가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장신구나 가구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작업하니까요. 저 역시 넓은 선택지 중에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담는 용도로서 핸드백을 선택했답니다.
‘물건을 넣는 용도보다 이미지를 담는 표현 방식’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장신구 가운데 가방이 여성에게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잖아요. 누군가는 자신을 대변하는 요소로 핸드백을 메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귀걸이, 목걸이, 반지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느꼈는데 가방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과시보다는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요? 핸드백에 여성에게 의미가 크듯, 저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전공은 금속 공예라고 들었는데 작업 소재는 주로 아크릴을 활용합니다. 계기가 있나요?
원하는 색감과 작업 방식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부 신입생 때 금속을 다루면서 느낀 게 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한계가 있더라고요.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선호해서 도색도 해보고 제게 맞는 작업을 고민해 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죠. 그러다 마침 아크릴을 수업에서 다루게 된 거예요. 아크릴 판에 금속을 가미해 어떤 상자를 만들었는데요. 그때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어요. 한때는 시각 디자인을 부전공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화면 속에서 컴퓨터로만 조정하는 것보다는 손맛이 느껴지는 작업이 즐겁더라고요. 아크릴이 투명하면서도 염색을 거쳐 다양한 색상 표현이 가능한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상감’을 활용한 아크릴 핸드백을 제작하고 있어요. 아크릴로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아크릴로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구현하기 위해 애썼어요. 아크릴 표면에 그림을 그릴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전사나 프린팅을 활용해야 할지 고민했죠. 접착 없이 결합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어요. 제가 ‘인터로킹’이라고 퍼즐처럼 딱 들어맞게 가방 금속 장치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요. 마침 학교에서 상감 특강을 듣게 되면서 ‘절상감’과 ‘각접기’라는 기술을 다시금 익히게 됐어요. 배웠던 기술을 잘 접목하면 아크릴에도 활용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기더라고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 작업 방식에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표면의 패턴은 아크릴 레이저 커팅 후 조각을 끼워 완성했다고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각 조각이 견고하게 고정돼 있어요.
‘상감’으로 패턴을 심는다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핸드백 도면을 바탕으로 몸통을 따로 짜고요. 상감할 조각들을 끼워 맞춥니다. 몸판은 전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옆면을 고정할 때만 사용합니다. 옆면만 외부 업체에 접착 의뢰를 맡기고 있어요. 표면의 패턴 조각이 떨어질 염려는 없는데 엄청난 노하우가 있지 않는 이상 접착제를 사용하면 지저분한 자국이 남기 마련이거든요. 사실 접합을 하지 않는 방식 때문에 어려운 점이 엄청 많긴 해요. 간혹 레이저 가공 기계에 따라 오차가 생기기도 하고, 제가 오차 설정을 실패하는 경우에는 상감 작업을 진행하며 아크릴이 손상되기 때문이에요. 깨지고, 갈라지고, 부서지는 일이 빈번합니다. 작업 초반이면 괜찮은데 마지막 조각이 남았을 때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판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죠. 그래서 중간 단계에 스크래치나 본드 자국이 남지 않도록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한답니다.
작업 순서가 궁금해요. 컴퓨터로 먼저 핸드백의 형태를 확인한 후 1:1 비율로 종이 모델링을 진행한다고요.
컴퓨터로 전체적인 핸드백 디자인을 3d로 확인한 다음에 그 형태를 일러스트 파일을 이용해서 도면을 만들어요. 전개도를 제작해 프린트해서 종이로 모델링을 하거든요. 핸드백의 전체적인 크기나 비례를 먼저 보는 거죠. 형태가 괜찮다고 느껴지면 이제 다음 단계인 패턴 작업을 해요. 손으로 직접 스케치를 하고 컴퓨터로 옮겨서 또 다시 3d을 통해 결과물의 디자인을 미리 확인하죠. 이러한 사전 작업을 마쳐야 전반적인 도면과 커팅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최종적으로 아크릴 조각을 염색하고, 직접 제작한 목형에 맞춰 밴딩한 몸판에 합쳐서 작품을 완성합니다.
컴퓨터 작업이랑 손으로 하는 작업을 계속 오가네요. 제작 단계에서 여러 번 확인을 하니까 확실히 오차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물 작업 전에 최대한 완벽하게 작업을 해 둬요. 컴퓨터 3d 작업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실물로 봤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화면으로는 아름다운 비율로 보였는데 막상 종이로 모델링해 보면 너무 투박하거나, 볼드하거나 원하는 느낌이 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좀 절차가 복잡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거쳐 꼼꼼하게 검수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염색 과정은 어떤가요? 은은한 색을 내기 위해 샘플도 많이 제작하셨겠어요.
원래 금속을 주로 다루다 보니 아크릴 염색법을 주변에 많이 물어보고 다녔죠. 재료상에 가서도 여쭤봤는데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윤새롬 작가님께 메일로 간청해 자문을 구했어요. 아크릴을 활용해 아트 퍼니처 작업을 해 오신 분이라 확실히 데이터가 많으시더라고요. 직접 작업실까지 다녀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꾸준히 작업을 지속하며 점차 염색이 깔끔하게 잘 되는 물 온도도 체득하고, 빨리 염색하는 것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염색하는 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크릴 밴딩을 위해 목형까지 직접 제작하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목형을 직접 제작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도 있고, 사실 개인적인 만족감도 커요. 목형 표면은 전부 사포질을 하고 아크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천을 덧댑니다. 목형 제작이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한 번 만들어 두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서 모든 작가님들이 작업할 때 이런 마음으로 임하시지 않을까 해요. 저는 제가 하는 작업 방식에 확신을 가지려고 합니다.
아크릴 핸드백으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작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가고 싶나요?
기존에 제작된 아크릴 가방이나 다른 핸드백 디자인을 참고하기는 해요. 하지만 상감을 활용한 핸드백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기는 어려워서 스스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아직 표현할 수 있는 형태가 훨씬 다양하고 많은데 제가 그걸 많이 시도해 본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다양한 핸드백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어요. 공정 과정에서 상감처럼 섬세한 부분도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고요. 잠금장치나 패턴 같은 디테일도 연구를 계속하며, 여러모로 조금 더 발전된 작품을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글 김세음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변수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