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갤러리”가 보여준 밀라노 한복판 중심에서 자개상은 빛내
한국의 1세대 화랑 두손갤러리가 나전칠기의 고장 통영의 장인과 디자인계 내로라하는 이름이 협업한 자개상 전시 ≪Mother-of-pearl Tables≫를 진행했다. 아틀리에 멘디니의 디자인 디렉터를 비롯해 마르셀 반더스, 알레산드로 멘디니와의 협업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대표 디자인 뮤지엄 트리엔날레 밀라노에 모인 여섯 작가의 자개상은 저마다의 의미가 깃든 가구이자 예술적 오브제 그 이상의 위용을 보여줬다. 푸른빛을 띈 유기적인 패턴에 실용성을 겸비한 차영희의 ‘오션(Ocean)’, 갓을 모티프로 우아한 라인과 균형미를 갖춘 엘레나 살미스트라로의 ‘몰란(Molan)’, 붉은 옻칠에 자연의 순수한 요소를 표현한 마르코 자누소 주니어의 ‘소반Soban)’, 한 그루의 무성한 나무를 닮은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벚나무(Cherry Tree)’, 특유의 화려함을 보여준 마르셀 반더스의 ‘꽃 화석(Fiore Fossile)’, 마지막으로 거장의 ‘잎(Foglia)’은 아틀리에 멘디니의 아카이브에서 차영희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현장에서 만난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의 모습에서 오랜 기간 준비한 전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하리만치 매끈한 흑색에 영롱한 빛을 품은 보석 같은 생활공예품의 문화적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귀중한 자리였다.
|가장 핀란드 다운 소재 “Habitarematerials”
핀란드 최대 가구·디자인 박람회(Habitare)를 위해 헬싱키 기반의 NEMO architects가 2019년 론칭한 소재 라이브러리 ‘Habitarematerials’가 핀란드 밖으로 나왔다. 최초의 해외 전시를 위해 선택한 무대는 알코바로, 올해 9만여 명이 다녀간 만큼 핫한 장소의 초입에서 Habitarematerials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필수 코스였다. 테라초부터 전통적인 패턴 벽지, 목재, 금속, 패브릭까지 보기 좋게 펼쳐진 샘플은 누구나 직접 만져보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유용했다. 지속 가능성과 혁신성을 추구하며 재료 과학 연구원을 포함해 Durat, Karava, Luonnonbetoni 등 14개 소재 브랜드를 큐레이션한 NEMO architects의 설립자 Jussi Laine와 Maria Klemetti Laine는 “실험적인 소재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핀란드다움을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만난 작은 샘플이었지만 더 나은 공간을 찾는 이들을 위한 창의적 영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햇살 좋은 수영장에서 열린 가구 쇼 “GUBI”
Porto Romana의 한적한 골목 안, 비밀스럽게 위치한 시립 수영장 Bagni Misteriosi를 배경으로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준 GUBI. ‘Under the Sun’을 테마로, 실내·외 공간을 위한 가구 및 조명 컬렉션을 소개했다. 에어리한 풀사이드 바와 특별히 준비한 오렌지빛 와인, 스트라이프 패턴 패브릭으로 업홀스터리한 Mathieu Matégot의 ‘Tropique’ 체어까지 그곳이 바로 지중해 휴양지였다. 고전미를 뽐낸 ‘Satellite’ 조명은 펜던트와 플로어 램프로 구성된 브랜드 최초의 야외 컬렉션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서재를 비롯한 아늑한 실내는 Gabriella Crespi, Joe Colombo, Pierre Paulin의 컬렉션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했다. GramFratesi의 ‘Beetle Chair’ 10주년 기념전 ≪Ten: Beyond the Beetle≫은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크리에이터 10인이 재해석한 뉴 Beetle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지향적인 GUBI의 비전을 잘 보여줬다.
|과학에서 예술로, 실험실의 진화 “LABÒ”
Tortona에서 더 벗어난 밀라노 외곽, 철제 캐비닛과 낡은 타일 등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제약사의 실험실은 영화 세트장 같았다. 이탈리아 제약사 Società Prodotti Antibiotici와 Rodolfo Ferrari 재단의 회장인 Alisée Matta가 만든 플랫폼 LABÒ는 이렇게 역사적인 공간 속에서 과학, 문화, 예술의 공존을 추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Design Blender와 Alisée Matta가 큐레이팅 했고, 예술가, 디자이너 및 갤러리가 함께했다. 파리의 아트 에디팅 하우스 ColAAb, 영국에서 온 유쾌한 타일 브랜드 Dollop, 아시아 곳곳에서 습득한 기술로 광물을 잘게 갈아 고유한 색상을 탐구한 Caroline Besse, 동판 포토그라비어 전문가 Marie Levoyet 등 과거의 과학자는 현재의 창작가가 되어 실험정신을 계승했다.
|“DIMORESTUDIO”의 독자적 유니버스
DIMORESTUDIO는 두 가지 프로젝트로 20주년을 기념했다. 먼저, 본부 DIMORECENTRALE에서 열린 전시 ≪Silence≫는 실감 나게 연출한 다섯 세트에서 몰입적 경험을 전했다. 방문객은 관찰자 혹은 감시자가 되어 투박하게 뚫린 구멍을 통해 전시를 바라봤다. ‘시카고의 외래 진료소(Ambulatorio a Chicago)’는 오래된 정신 분석 클리닉의 대기실로 안내했고, ‘마라케시의 다이닝 룸(Salle à manger a Marrakech)’은 마라케시를 사랑했던 이브 생 로랑의 집을 방문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Pierre Frey의 특별한 카펫에 극적인 무드를 더하는 음악까지 완벽한 하모니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커다란 창을 낸 마지막 세트는 대형 팬으로 폭풍처럼 강한 바람을 일으켜 요동치고 있었는데, 과거를 날려 보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는 의미다. 듀오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기대감도 바람과 함께 날아왔다.
|테이블의 예술 “DILMOS Milano”
갤러리 DILMOS Milano는 ≪INTER NOS≫를 타이틀로, 강력한 미적 특징으로 현대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에 포커싱 했다. 전시 주인공은 세 명의 개성 있는 디자이너가 완성한 식탁으로, 먼저 Alessandra Baldereschi는 브러싱 처리된 황동 소재에 식탁보 끝을 살짝 물고 날갯짓하는 새가 매력 포인트인 ‘Robin’을 소개했다. 테이블 옆에 드리워진 입체적인 그림자는 나무가 그려진 컬러 거울 ‘Reflective Woods’ 시리즈다. 흘러내리는 듯한 다리가 특징인 Vincenzo Oste의 ‘Atavola’, 곡면 알루미늄 시트의 기하학적 형태가 돋보이는 Atelier Ferraro의 ‘Superlight 1’과 함께 그림 액자와 스툴 등이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더했다.
|“Google”의 디자인 뮤즈는?
4년 만에 밀라노로 돌아온 Google 디자인 스튜디오는 최신 하드웨어 디자인의 뮤즈이자 영감의 원천인 “물”을 탐구하며, 아티스트 Lachlan Turczan과 협업한 참여형 전시 ≪Shaped by Water≫를 열었다. 여러 그릇에 담긴 물은 사람들의 접근에 반응하며 각기 다른 소리와 파동을 일으켰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편안한 의자에 누워 물이 만들어내는 몰입형 쇼가 펼쳐졌다. 물방울의 형태를 포함한 자연물이 어떻게 제품 디자인에 반영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호평받았다.
|“Studio Snoop”의 디자이너 Tilly는 AI?
호주의 Studio Snoop은 정식 팀원이자 세계 최초라고 자부하는 AI 디자이너 ‘Tilly Talbot’가 참여한 다섯 가지 제품 디자인을 소개했다. Tilly Talbot를 고안한 스튜디오 설립자 Amanda Talbot는 “Bauhau-AI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 시대를 열었으며, 사람과 자연 모두에 이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라고 평했다.
글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밀라노디자인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