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몽클레르에 주목할 이유가 있다. 바로 창립한지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에 브랜드는 자사의 역사와 더불어 브랜드를 빛낸 디자인에 대해 주목할 수 있는 전시와 함께 거대한 규모의 쇼, 그리고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7명의 디자이너와 협업을 진행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이다.
몽클레르는 1952년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작은 알프스 마을 ‘모네스티에 드 클레르몽(Monestier-de-Clermont)’에서 설립되었다. 사업자이자 발명가이며 산악가인 르네 라미용(René Ramillon)이 친구인 스포츠용품 유통업자 앙드레 뱅상(Andrè Vincent)과 힘을 합쳐 사업을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지역명 첫 부분의 세 글자와 뒷부분의 네 글자를 결합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탄생한 브랜드는 당시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아웃도어 여가 문화를 반영하여 텐트와 침낭 등 다양한 아웃도어 용품을 생산하게 된다.
1954년 최초로 이들이 만든 퀼팅 재킷은 추운 날씨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을 위한 기능성 의류의 성능은 꽤나 뛰어났고, 덕분에 프랑스 산악인 리오넬 테라이(Lionel Terray)가 주목하게 된다. 그는 브랜드에게 극한의 기후에서도 견딜 수 있는 퀼팅 재킷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한 용품에 대한 제작을 요청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을 위한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Moncler pour Lionel Terray)’라는 컬렉션이 탄생하게 된다.
이어 브랜드가 주목받게 된 것은 이탈리아 탐험가 아킬레 콤파뇨니(Achille Compagnoni)와 리노 라체델리(Lino Lacedelli) 덕분이다. 브랜드는 이 두 명에게 퀼팅 재킷을 제공했고, 이 둘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의 정상을 밟았다. 이후 여러 산악 원정대가 몽클레르 제품을 애용했다. 968년에 열린 그레노블 동계 올림픽에서 프랑스 활강 스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몽클레르가 선정되면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게 된다.
1980년에는 브랜드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Chantal Thomass)의 스타일리시한 지휘 아래 기능성 의류에서 패셔너블한 아우터로 변화를 꾀했다. 선명한 컬러, 광택 있는 재질, 스티치 등과 더불어 다양한 디자인 시도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 당시 트렌드 세터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도 아우를 수 있는 의류로서 인정을 받게 된 브랜드는 1999년에는 첫 S/S 컬렉션을 선보이며 명품 패션 하우스로서의 모습을 선보인다.
2003년에는 이탈리아 사업가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브랜드를 인수하며 글로벌 전략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본사를 밀라노로 옮기게 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몽클레르는 바로 루피니의 전략에 따라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현재까지 몽클레르는 오뜨 꾸뛰르 컬렉션과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 철학을 공고히 하는 중이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브랜드는 의류의 기능적인 면을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시켰으며, 그와 동시에 미적인 아름다움, 실험적인 도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오리지널 재킷의 선구적인 DNA와 등반가 정신은 여전히 브랜드의 모든 의류에 녹아들어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게 한다.
이 브랜드의 고유한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비범한 탐험(The Extraordinary Expedition)> 전시는 세 도시에서 차례로 진행되고 있다.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뉴욕의 하이라인 스테이지(Highline Stages)에서,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런던의 180 더 스트랜드(180 The Strand)에서, 마지막으로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의 디 뮤지엄 M4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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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탐험은 오늘날의 몽클레르를 만들어준 정상을 돌아보는 몰입형 멀티 스테이지 여정으로
주요 도시 세 곳에서 진행됩니다.
방문객은 몽클레르의 선도적인 DNA를 느끼고, 상상력에 불꽃을 지피도록 디자인한 공간에서
다양한 감각을 자극받으며 위대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각 도시에서 방문객 500명에게는 디지털 아티스트 안토니 투디스코(Antoni Tudisco)가
제작한 70주년 기념 몽클레르 유니-버스 NFT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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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눈여겨볼 것은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 분위기를 관객들이 제대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몰입형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전시를 찾은 관객들은 360도 몰입형 이미지, 알프스 산맥을 축소시켜놓은 듯한 설치작품, 사운드 디자인, 후각 및 눈과 안개 효과를 경험하며 브랜드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된다.
이어 브랜드의 역사를 대표하는 디자인을 만나는 자리를 통해 그 역사를 둘러볼 수 있게 한다. 그와 더불어 브랜드가 지니어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선보였던 독특한 디자인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브랜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자리이기에 의미 있는 전시가 아닐까 싶다.
전시와 더불어 화제가 된 것은 밀라노 두오모 광장을 배경으로 댄서 700명, 200명의 뮤지션, 100명의 합창단원, 952명의 모델이 함께 한 ‘비범한 쇼(The Extraordinary Show)’였다. 총 인원은 1952명으로, 이는 브랜드가 시작되었던 연도를 기리기 위함이다. 고풍스러운 풍경을 배경으로 몽클레르를 대표하는 마야(Maya) 재킷을 입은 이들이 엄숙하게, 하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중인 ‘몽클레르 마야(Moncler Maya 70) 컬래버레이션’은 유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한자리에 모여 몽클레르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꼽히는 마야 재킷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니어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던 아티스트 프란체스코 라가치(Francesco Ragazzi)를 시작으로 톰 브라운(Tom Browne), 후지와라 히로시(Fujuwara Hiroshi), 릭 오웬스(Rick Owens), 잠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Pier Paolo Piccioli)에 이어 다방면으로 끼를 발휘하는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합류했다.
10월 15일부터 매주 순차적으로 소개되는 이 협업은 7주에 걸쳐 선보이며, 11월 26일로 끝이 난다.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 각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이들에 가진 몽클레르에 대한 애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매주 마련되기 때문에,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선보인 프란체스코 라가치와 톰 브라운의 디자인을 보면 같은 마야 재킷을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이미 몽클레르는 지니어스 프로그램을 통해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상상이상의 디자인들을 선보여왔다. 그래서 몽클레르의 이 협업에 눈길을 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이들의 협업을 지켜보며, 70살을 먹었지만 여전히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브랜드의 감각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글 박민정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