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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1

영화 세트에서 영감 얻은 런던의 ‘별 다섯 개’ 호텔

디자인 회사 야부 푸셸버그의 독창적 디자인
‘세계 디자인 수도’ 영국 런던 중심가의 최고급 호텔 디자인을 연이어 맡는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포시즌스와 W호텔, 에디션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인테리어 최강자’의 최신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존 파우슨, 쿠마 겐고와 어깨를 견주며 동시대 최고의 공간 디자인 회사로 떠오른 야부 푸셸버그(Yabu Pushelberg)의 신작 ‘더 런더너(The Londoner)’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라스 알코바스 나파밸리, 타임스퀘어 에디션, 뉴욕의 목시 첼시에 이은 야부 푸셸버그의 최신 호텔이다. 영화 산업 전반에 얽힌 다양한 인물에게서 영감을 얻은 16층 규모의 5성급 시설을 뽐낸다.

세계 최고의 뮤지컬 공연장이 밀집한 레스터 스퀘어(Leicester Square)에 자리한 더 런더너는 영화와 공연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광경, 소리, 분위기 등 극장과 무대를 토대로 한 요소를 디자인 테마로 삼는다. 구석구석 조도를 낮추고 탑 조명을 설치해 공연 무대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빈티지 벨벳 소파를 배치해 오래된 공연장 객석을 재연하는 식이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무성영화의 주인공, 유서 깊은 극장의 관객이 된 듯한 드라마틱한 경험을 얻게 된다.

미국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디자인 스튜디오 야부 푸셸버그의 설립자 조지 야부(George Yabu)와 글렌 푸셸버그(Glenn Pushelberg)는 말한다. “건물 16층에 걸쳐 방문객이 다층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들은 대본 작업과 촬영, 사운드 믹서 및 시각 효과에 이르는 영화 산업 전반의 주된 파트를 인테리어 요소에 적극 차용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고자 노력했다. 드로잉 룸에는 동식물을 묘사한 벽화를 설치해 영화 세트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라운지바에는 촬영 카메라와 메가폰을 모티프로 한 금빛 조명이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치 오스카 시상식 이브닝 파티장이 연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여러 아티스트와의 협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래픽 노블리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류 래(Andrew Rae)가 영화 현장의 다양한 직업군을 특유의 간결한 선으로 완성한 그래픽 이미지, 둥근 보름달을 형상화한 신비로운 설치 작품은 호텔의 ‘얼굴’이기도 한 리셉션 공간을 신비롭게 밝힌다. “호텔이 자리한 지역 특성을 파악하고 문화적 맥락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는 데 집중했다”라는 디자인팀의 아이디어가 유감없이 발휘된 요소들이라 하겠다.

‘조슈아의 태번(Joshua’s Tavern)’은 18세기 영국의 위대한 초상화가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에게서 영감을 얻은 모던하고 신비로운 디자인 요소들로 꾸몄다. 이곳은 영화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는 일종의 헌정 공간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블랙 커튼을 드리운 듯 착시효과를 가져오는 플루티드 벽(세로로 홈을 파거나 세로로 긴 소재를 이어 붙인 벽)을 설치하고, 동일한 패턴을 천장에 투사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이곳은 영국의 유수 미디어들로부터 “크리에이티브 직군들이 모여 회포를 푸는 경쾌하고 발랄한 선술집 무드를 완성했다”라고 호평받았다.

개성이 확실한 호텔 부대 공간들은 집을 떠나 값비싼 낯선 공간에서의 투숙을 감행할 수 있는 핵심 장치다. 이 공간들은 개성이 확실하지만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거대한 디자인 서사를 갖게 된다. 2,200여 개의 구글 리뷰를 얻은 ‘더 런더너’는 세계 최고의 공연 지구 웨스트엔드에 걸맞은 가장 드라마틱한 호텔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듯 보인다.

‘에잇 앳 더 런더너(8 at The Londoner)’는 물결치는 격자무늬의 벽과 곡선 형태의 벨벳 가구가 역동적인 파장을 만들어낸다. 배우들의 작은 워크숍 장소처럼 디자인한 이 공간 바닥에는 러그와 좌식 방석, 벽난로를 배치해 더없이 아늑한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완성했다. 영화 제작 소품으로 가득 찬 회의실,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가구들로 구성한 스위트룸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선베드 대신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밀폐형 베드 소파를 비치한 수영장은 셀러브러티의 여가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박나리 객원 필자

자료 제공 야부 푸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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