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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아마도예술공간에 상륙한 밴드의 정체는?

이미지는 정말로 진실을 보여주는가? <드미드미 바나나>
서울 용산구 아마도예술공간에서 밴드 드미드미 바나나(DemiDemi Banana)의 첫 메이저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전시 <드미드미 바나나>가 열리고 있다.

드미드미 바나나는 데미 무엇, 데미트리, 다이애나로 구성된 밴드. 이들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건 1980년대다. 그 시대의 이미지와 사운드를 자양분으로 자란 데미 무엇과 다이애나는 2020년 2인조 밴드를 결성한 후 5장의 싱글과 2장의 인디 앨범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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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드미 바나나 음악이 재생되는 전시 공간 일부 ⓒ heyPOP

이후 베이스 데미트리를 영입하며 발표한 팀의 일곱 번째 싱글 〈Mon Blanc〉의 후반부 안무가 틱톡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밴드는 프로듀서 판다를 만나 메이저 1집을 발매한다. 전시에서는 이들의 첫 메이저 앨범 〈Delta Integrale〉를 위해 리믹스된 곡들과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라이브영상,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증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7월 14일까지.

전시장 한편에서는 드미드미 바나나 음악이 흐르는 틱톡 챌린지 영상이 재생된다. ⓒ heyPOP

밴드의 레트로에 생명력을 더한 건 베이스 데미트리가 영입되면서부터다. 실제로 그의 베이스 소리는 심장박동과 닮았다. (나도 과거의 한국 음악 평론을 재현해 봤다) 그의 영입은 밴드에 큰 분기점이 되는데 하나는 재현의 해상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가 구현하는 8비트의 댄스 리듬은 80년대의 댄스팝(신스팝, 뉴웨이브, 포스트-펑크)을 정확히 겨냥한다. 기존 DDB의 재현이 시간을 아무렇게나 설정한 타임머신이라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면 데미트리 영입 이후의 DDB는 80년대 댄스 플로어에 내비게이션을 맞춘다. 그전에 발표한 60년대 ‘프렌치 팝을 향한 찬사(le parc pres de chez) toi’나 70년대 뉴욕 펑크를 재해석한 ‘Sun and Mirror’과 같은 곡은 오직 여기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이었던 셈이다.

그의 영입 이후 달라진 가장 큰 또 하나의 변화는 밴드의 재현을 뛰어넘은 청자의 재현이 시작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누구나 몸으로 표현하고 싶은 음악의 요소다. DDB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던 모양이다. 이들은 ‘mon blanc’의 후반부 댄스 튜토리얼을 만든 후 틱톡에 올려 밈의 주체가 되고 싶은 이들의 욕망을 끌어냈다.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를 만든 거다. 최근 따라 하고 싶을 만한 난이도를 가진 댄스 챌린지에 비해 DDB의 춤은 따라 하기 쉽다.

게다가 그들은 바이럴 대행사도, 인지도나 커다란 팬덤도 없는 인디 밴드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댄스 챌린지가 유행을 타게 된 건 후반부의 머리 돌리기 때문이다. 따라 하기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면 어딘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재현의 결과물을 바라볼 때와 과정에 참여할 때의 감각이 서로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 파트의 특징은 댄스 챌린지 튜토리얼을 만든 멤버 데미 무엇의 남들과 다른, 밝힐 수 없는 신체 구조에 기인한다. 덕분에 재현이 어려워 다양한 형태의 댄스가 탄생했다. 이러한 도전 의식과 그 결과물은 곡에 중독성을 더했고, 결과는 여러분이 아는 것과 같다. 이제는 동네 아이들도, 그들의 부모님도 DDB가 누군지 알고 하트 춤을 따라 춘다. 나는 지난주 발매된 DDB의 새 티셔츠를 구입하기 위해 ‘광클’했지만 실패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제 DDB는 뭘 해도 되는 밴드의 시기를 맞이했다.

– 하박국(YOUNG, GIFTED&WACK Records 대표) DDB 메이저 앨범 〈Delta Intergrale〉 리뷰 ‘경계가 사라진 숏폼 세계에서 레트로 팝이 가리키는 길’ 중에서

위에 쓰인 글은 얼마간 맞고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우선 전시 <드미드미 바나나>는 밴드의 앨범 발매 기념 전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밴드라는데 그 이름이 생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드미드미 바나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탄생한 가상의 밴드다. 작가 손선경은 이번 전시를 위해 ‘이미지로 이해되는 주체’ 혹은 ‘이미지로 형성되는 주체’로써 밴드 드미드미 바나나를 만들었다.

전시장 한편에 놓인 티셔츠가 굿즈처럼 느껴진다. ⓒ heyPOP

아마도예술공간 박성환 디렉터는 드미드미 바나나 프로젝트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생산하고 복제, 유통할 수 있는 오늘날의 데이터 기반 세계에서 주체와 이미지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사용자들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각자 자신의 이미지를 수정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중매체의 유명인에 국한되지 않게 된 것이다. 주체는 의도에 맞게 현실을 취사선택하고, 개인의 이미지는 자신이 업로드한 SNS 속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이미지가 본질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가정이 성립될 수 없게 되었음은 자명하다.”라고 썼다.

DDB-DDBe_2022_multi channel mixed media_DV 드미드미 바나나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홈페이지. 굿즈는 다 팔린 상태로 보이게 만들었다.
프로젝트를 위해 드미드미 바나나의 인스타그램도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드미드미 바나나 공식인스타그램 (@demi_demi_banana)

<드미드미 바나나>는 ‘사실로서의 진실’보다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이 더 중요해진 탈진실시대에 대한 전시이다. 손선경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생성되는 숏폼 영상과 이미지가 불러오는 이러한 믿음에 대해 반문하며 더이상 이미지가 본질을 보여줄 수도 진실을 나타낼 수도 없어진 오늘날, 실재의 유무가 아닌, 실재를 향한 믿음을 만드는 상황을 구현하는 것으로 ‘실재의 존재’에서 연원하는 ‘진실’이 아닌 소비되는 콘텐츠로서의 ‘진실’을 비판하고자 하나의 실험을 계획한다.

(…)

데미 무엇, 데미트리, 다이애나로 구성된 DDB는 스스로를 실존시키기 위해 실제의 음악을 만들고, 실제의 음반을 만들고, 공연을 하기도, 안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는 전시 안에서 음감회 영상, 뮤직비디오, 앨범 티저영상, 댄스 챌린지, 다양한 인증영상 등으로 전시되며 실제로 제작한 것(물질)을 영상(비물질)에 가둠으로써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이 사실인지 혼란케 한다.

()

영기획 레이블의 대표 하박국이 쓴 DDB의 메이저 앨범 〈Delta Intergrale〉 리뷰는 밴드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에 (가짜)서사를 입힌다. 앨범티저의 형식을 빌어 15초만 제작된 음악, 만들어진 라이브 음원에 맞춰 연기하는 공연영상, 뮤직비디오, 댄스챌린지, 각국에서 발견된 DDB공연 포스터 영상, 항상 품절이 되어 있는 쇼핑몰, 밴드 굿즈가 그 서사와 만나는 것으로 황당한 신념과 개념도 나름의 근거를 획득하고 진실을 생성한다. 무한한 정보가 제공되는 동시대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 박성환 아마도예술공간 디렉터, 드미드미 바나나 《믿고 싶은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시대》 중에서
DDB-Delta Integrale Teaser Room_2022_single channel video_2’30”_01
DDB-Delta Integrale Teaser Room_2022_single channel video_2’30”_02

아마도예술공간 곳곳을 살피다 보면 드미드미 바나나라는 밴드가 정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 밴드의 노랫소리, 연신 재생되는 뮤직비디오와 무심하게 걸려 있는 굿즈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런 밴드를 나만 몰랐던 건가?’ 하는 의문은 ‘나도 이제 이 밴드를 알아’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부지불식간 내 안에 어떤 ‘믿음’이 생겨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무엇이 가상이고 진실인가, 무엇이 만들어낸 것이고 무엇이 발현한 것인가, 믿음이란 어떻게 똬리를 트는가? <드미드미 바나나>는 제법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젝트다.

김유영 기자

프로젝트
<드미드미 바나나(DemiDemi Banana)>
장소
아마도예술공간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
일자
2022.06.17 - 2022.07.14
시간
11:00 - 18:00
(월요일 휴관)
크리에이터
디자인 | 일상의실천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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