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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시각 장애인이 테니스 경기를 즐기는 법!

호주오픈에 도입된 '액션 오디오'
요즘 호주 멜버른에서는 테니스 경기가 한창이다.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2022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이하 호주오픈)'가 1월 1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 재미있는 건 테니스계를 넘어 디자인 업계에서도 호주오픈이 화제라는 점이다. 올해 호주오픈은 시각 장애인 및 시력이 낮은 팬들의 스릴을 높여줄 수 있는 사운드 디자인을 도입했다. 바로 코트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리로 실시간으로 변환하는 액션 오디오(Action Audio). 주요 스포츠 대회 최초다.
ⓒ ActionAudio

 

시각 장애 스포츠 팬의 고충 “옆에서 설명 필요”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생중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호주에는 60만 명의 시각 장애인이, 전 세계에는 수백만 명의 시각 장애인이 있다. 시각 장애인이나 시력이 약한 사람들이 테니스의 빠른 공 움직임을 따라 보는 건 어려운 일. 이들이 테니스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선수의 모든 움직임과 경기 진행 상황을 옆에서 설명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호주오픈 경기 모습
호주오픈에 적용된 액션 오디오 영상

 

액션 오디오, 경기장 내 움직임을 소리로 변환

이번 호주오픈에 도입된 ‘액션 오디오(Action Audio)’시각 장애인이 코트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을 훨씬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계 오디오 서비스다. 호주 테니스, 모내시 대학교, AKQA의 공동 개발로 탄생했다. 액션 오디오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볼과 공간 데이터를 3D 사운드로 변환한다. 볼 속도와 탄도, 경기장 바닥 라인에 대한 근접성, 선수의 플레이 유형 등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라켓이 공을 때리는 소리, 공이 바닥을 맞고 튀어 오르는 소리, 운동화가 바닥과 마찰하며 삐걱대는 소리, 앞뒤 좌우로 뛰어다니는 선수가 코트 라인에 근접할 때의 소리, 선수가 사용하는 샷 유형을 이해할 수 있는 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

액션 오디오의 핵심은 시각 장애를 가진 관객들이 보통 경기장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 이상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핸드와 포핸드 샷을 구별하기 위해 약간 다른 소리가 난다. 높은 음은 포핸드를, 낮은 음은 백핸드를 나타낸다. 또한 공이 코트 주변에 가깝게 떨어질수록 다른 소리가 난다.

 

ⓒ ActionAudio

 

4가지 디자인 원칙

시각 장애인 및 저시력 관객이 청각 만으로 게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액션오디오의 사운드는 4가지 디자인 원칙을 따른다. 사회적 배려, 기존 사운드 언어, 극적인 순간의 강조, 선택적 청각이 바로 그것. 액션 오디오는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도록 설계되며, 전 세계 시각 장애인이 직관적으로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 장애인 테니스 경기와 유사한 사운드를 채택했다. 또한 스포츠 경기 시청의 스릴 중 하나가 한계를 뛰어넘는 장면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돌파구가 다가오면 극적인 순간을 강조하는 소리를 내보낸다.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의 불필요한 소음도 걸러진다.

 
호주오픈 웹사이트에서 스트리밍되는 액션 오디오 서비스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액션 오디오는 현재 호주오픈 웹사이트 내 디지털 라디오를 통해 스트리밍 된다. 방송 해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면 액션 오디오와 코트 내 사운드를 덧입혀진다. 시각 장애가 있는 테니스 팬들은 이 라디오를 통해 테니스 코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전보다 훨씬 쉽게 따라갈 수 있다. 실제로 스트리밍 되는 중계를 들어보니 종이 짧게 울리는 것 같은 청명한 소리가 핑퐁처럼 이어진다. 여기에 흥분한 방송 해설과 관중들의 함성이 뒤섞이는 것을 듣는 건 꽤 신선한 경험이다.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다면 웹사이트에서 유형별 소리를 미리 들어볼 수도 있다. 공의 위치와 움직임, 공과 코트 라인의 근접성, 선수의 플레이 유형 등 다양한 사운드를 웹사이트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액션 오디오, 실제 공식 경기에 사용된다는 의의

이번 기술은 2021년 호주오픈 테니스 결승전에서 시험적으로 적용된 데 이어 2022년 토너먼트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액션 오디오는 “테니스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전 세계 시각 장애인들이 라이브 스포츠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포부다. 축구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실시간 볼 모니터링 기술을 사용한다면 시각 장애인이 스포츠를 향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다. 액션 오디오는 커뮤니티, 스포츠 연맹 등과 협업해 앞으로 더 많은 스포츠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액션 오디오는 2021년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가 주최하는 ‘빅토리아주 프리미어 디자인 어워드’의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시각 장애인 스포츠 팬을 위한 시도들

시각 장애인이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포츠 경기를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도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9년 몬트리올 퀘백 대학교의 직원이자 시각 장애인 하키 선수였던 질 우엘렛(Gilles Ouellet)의 아이디어로 퀘백대 연구원들이 시각 장애인 하키 경기를 위한 새로운 퍽을 개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블라인드 하키는 퍽이 빙판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볼베어링이 들어간 강철 퍽으로 경기를 한다. 문제는 퍽이 움직일 때는 덜그럭 거리며 소리가 나지만, 퍽이 멈추면 선수들이 얼음 위에서 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새로 개발된 퍽은 멈춰 있어도 지속적으로 소리를 낸다. 일반 하키 퍽과 모양과 색상은 같지만 크기는 2배인 퍽이었다. 그러나 일반 퍽보다 느리고 동일한 음향을 내지 않는 등의 이유로 보편화 되는 데는 실패했다.

 

 

유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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