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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영은
2022-01-27

낯선 순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 이규태

그림을 그릴 때 옆에 두는 도구들

간혹 현실이 상상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익숙했던 길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이유로 아름답게 변하거나, 매일 바라보던 하늘이 빛과 바람을 만나면서 특별해지는. 이런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지만 우리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때의 장면과 감정은 자연스럽게 잊힌다.

 

그래서 이규태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 상상보다 더 상상 같은 일상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한 후, 작은 노트에 그림을 그려 기억한다. 여기에 색연필과 펜의 따뜻함까지 더해져 작가가 마주했던 낯선 순간은 특별해진다. 그래서일까, 이규태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가 겪은 순간이 아닌데 왠지 그립고 마음이 따스해진다.

 

전시 | 이미지 제공: 알부스 갤러리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이규태 작가의 그림들을 모은 개인전이 한남동 알부스갤러리에서 2월 2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새로운 시도까지 볼 수 있다.

 

 

Interview with 이규태

 

© 이규태

 

알부스 갤러리에서 개인전 <순간의 기억(The memory of a moment)>이 열리고 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남으로써 만날 수 있었던 흥미로운 요소들을 그림에 담아봤어요. 새로운 것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전시장에 오신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태국 등 다양한 장소에서의 순간들을 그리셨더라고요.

가볍게 떠난 여행지나 국내외 영화제, 신혼여행 등 일상을 떠나서 겪었던 경험들을 그렸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새로운 시도도 많이 보여요. 캔버스 사이즈가 커지기도 했고, 영상으로 제작한 작품도 있고요. 다양한 시도를 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알부스 갤러리의 배려와 도움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디지털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더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림이 물리적으로 커지는 것의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에요.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규태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작업을 확장했는데 각 장르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러스트레이션은 꾸준히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리듬을 가질 수 있어요. 작가가 원한다면 매일 보여줄 수도 있죠. 반대로 애니메이션은 제작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요. 하지만 진행이 더딘 만큼 완성했을 때,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이정표를 톡톡히 해줘요.

 

 

둘 중 더 선호하는 장르는?

두 장르 모두 좋아합니다. 하하.

 

 

장르에 따라 표현 주제나 메시지를 다르게 생각하나요?

주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상상의 존재들이 많이 등장해요. 일러스트레이션은 현실의 현상을 주로 다루고 있고요.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한 상상의 범주를 넘어가는 순간들이 제 상상 속에 스며들어 두 장르가 조화롭게 결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이규태

 

색연필이라는 재료 덕분에 작가님의 그림은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많은 재료 중에서 색연필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부터 연필을 좋아해서 그런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시작은 필통에 들어있던 2자루의 색연필이었어요. 그때부터 마음에 드는 색을 하나, 둘 추가하기 시작했는데 금세 종이에 선을 긋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의 색연필로 필통이 채워졌습니다.

 

 

검은 펜도 자주 사용하죠.

만화에 기반을 둔 작업을 하면서 펜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펜과 색연필을 혼합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좌: , 우: © 이규태

 

작가님의 그림에서는 사람, 사물보다 풍경이 더 중요하게 자리 잡아요. 인물보다 풍경과 공간에 더 끌리는 편인가요?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눈이 많이 갑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거든요.

 

 

익숙하지 않은 순간 혹은 상상의 범주를 넘어선 순간을 그리는데, 어떤 장면을 봤을 때 익숙하지 않다고 느끼나요?

특정 장소를 떠올렸을 때, 자동적으로 그려지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교실을 떠올리면 책상, 의자, 칠판, 창문 등이 자연스럽게 생각나죠. 그런데 실제 그 장소에 가보면 누군가의 호기심으로 놓인 사물들 때문에 상상하지 못했던 요소들로 가득해요. 특히 빛으로 인한 현상과 바람으로 인한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순간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현상들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편이에요.

 

© 이규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당시의 순간을 잘 표현하고, 감정을 극대화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작업의 처음, 즉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미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정해집니다. 종이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 재미있는 요소들이 극대화되죠. 사실, 재미 요소들을 잘 묘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요소들을 저 멀리 물러나게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으로 그려질 일상의 ‘낯선’ 순간들이 기대돼요.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주제나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야기가 가미된 형태의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요.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 형태와 가까울 것 같은데요. 구체적인 계획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세워질 것 같아요.

 

 

heyPOP QUESTION!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옆에 두고 사용하는 도구를 소개해 주세요.

‘프리즈마 색연필’을 사용해요. 종이에 닿는 딱딱한 정도가 마음에 들고 원하는 색감의 색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중간중간 다른 브랜드의 색연필을 섞어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펜은 주로 두 가지를 사용합니다. 그중 하나는 파란색 잉크가 담긴 ‘파커 볼펜’입니다. 종이에 접촉하는 볼펜 촉의 면적에 따라 구현되는 톤의 범위가 넓어서 자주 사용해요. 특히 노트를 들고 다니면 종이와 종이 사이에 마찰이 생기면서 그림이 번지는데요. 파커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번지는 일이 없어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또 다른 펜은 ‘로트링 아트펜’인데, 잉크를 리필해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특히 검정 수성 잉크가 갈색의 따뜻함을 가지고 있어요. 오래 사용한 펜이라 마모된 펜 촉에서 더디게 나오는 잉크의 양도 마음에 들어요.

 

 

자료 협조 알부스 갤러리, 이규태

에디터
CURATED BY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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