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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교집합과 차집합

슬기와 민, 신신, 홍은주·김형재의 그룹전
‘집합 이론’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독자적인 방법론으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디자이너 듀오 3팀 – 슬기와 민, 신신, 홍은주·김형재의 작업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다.
홍은주·김형재 전시 도록, 슬기와 민 , 신신

 

업무 프로세스, 작업 환경, 비용, 툴…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로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작업론을 구축하고 그를 꾸준하게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내는 디자이너가 있다. 전시 ‘집합 이론’은 자신들만의 방법론과 색깔을 구축한 슬기와 민, 신신, 홍은주·김형재의 작업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의 교집합과 차집합을 보여준다.

 

슬기와 민, 신신, 홍은주·김형재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첫째, 남-녀 2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디자이너의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작업을 찾아 나선다. 이들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출판인이며, 종이는 물론 웹과 공간까지 작업 영역을 확장했다. 셋째, 관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방법을 찾아낸 이들은 주어진 매체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슬기와 민 , 사진: 남기용

 

주제와 매체를 다루는 독자적인 방법은 이들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세 팀 중 제일 먼저 한국 디자인계에 등장한 슬기와 민은 작업의 구체적인 목적이나 맥락에 관심을 둘뿐, 그 작업이 ‘디자이너’ 다운 지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두 디자이너는 주어진 정보를 다른 것으로 치환하거나, 디자인 요소의 관습적 기능을 반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정형적 역할을 벗어나고자 한다. 이러한 태도는 이미지를 흐릿하고 거대하게 확대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깊이감을 나타내는 ‘인플라 플랫(Infra-Flat)’ 연작에 잘 나타나 있다. 이미지를 최대한 가까이 확대한 인플라 플랫은 명확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디자이너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신신 ,

 

신신은 3차원의 물질을 2차원으로, 2차원을 3차원의 물질로 환원함으로써 영역을 확장한다. 박준범 작가의 영상 작업을 묶은 책 <맨체스터 프로젝트>는 영상 스틸컷이 쌓이면서 종이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진다. 작품의 시간, 변화 등의 비가시적인 속성을 종이라는 가시적인 물질로 표현하는 신신의 방법론은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수상한 엄유정 작가의 작품집 <푀유(FEUILLES)>로 이어진다. 신신은 그림 기법과 재료를 종이의 재질과 무게로 환원시킨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을 인쇄물로 재해석하여 인쇄할 때 잘려 나가는 제작용 시각 기호들을 창문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렇게 신신은 2차원과 3차원을 연결 짓고 서로의 개념으로 해석함으로써 2차원과 3차원이 공존하도록 한다.

 

홍은주·김형재 ,

 

디자이너의 이름을 그대로 스튜디오 명으로 노출한 홍은주 ·김형재는 작업 역시 직관적이다. 전구에 불을 밝히는 전선을 형상화한 <2019 아티언스 대전> 포스터, 장애와 비장애 사이를 느리지만 확고하게 연결하는 방법을 달팽이의 궤적에 비유한 <무장애 예술주간>과 같은 작업에서 홍은주·김형재의 직관적 어법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홍은주·김형재는 2007년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부터 여러 창작자들과 함께 <가짜 잡지>라는 잡지를 기획하고 발간함으로써 스스로 그래픽 디자이너의 또 다른 역할을 찾았다. 이는 출판 및 전시 기획으로도 이어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저자, 편집자, 기획자로서 활동하며 동시대 디자인 신(scene)을 새롭게 만들고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전시 전경 © heyPOP

 

어떤 것은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번 전시명이 ‘집합 이론’이라고 정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떨 때는 비슷하기도, 어떨 때는 완전히 다른 세 팀의 작업을 한 공간에 ‘집합’하는 순간, 각 팀의 색깔이 뚜렷하게 보이면서 이들이 그동안 어떠한 태도로 작업을 해왔는지가 명확하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인쇄물이 중점으로 전시되었다는 점에서 종이의 재질로도 각 팀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껴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쉽다. 하지만 세 팀의 디자이너가 던지는 지표를 눈으로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한 디자인적 경험을 할 수 있다.

 

 

허영은 기자

자료 제공 서울디자인재단

자료 출처 슬기와 민, 신신, 홍은주·김형재

장소
DDP 살림터 1층, D-8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281
일자
2021.12.23 - 2022.02.27
링크
홈페이지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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