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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8

이 집, 가구 쇼룸 맞습니다

권광훈 대표의 취향과 일상이 담긴 2UC ‘쇼홈’

북한산 자락, 서울 우이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가구 브랜드 2UC의 새로운 쇼룸이 문을 열었다. 안내받은 주소를 따라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하늘색 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도, 쇼윈도도 없어 주소를 모르고 지나쳤다면 그저 누군가의 집이라고만 생각했을 법하다. 초인종을 누르자 마당 너머에서 반려견 호두가 기운차게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2UC의 권광훈 대표. 쇼룸을 방문했다기보다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듯한 첫인상이다.

실제로 이곳은 권 대표가 생활하는 집이자 2UC의 쇼룸이다. 지하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단독주택 곳곳에 그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오랜 시간 수집해 온 오브제가 자리한다. 방문객은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진 방을 둘러보고, 의자에 앉거나 테이블을 사용해 보며 가구가 실제 생활 공간에서 어떻게 쓰이고 어우러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만큼 다른 방문객을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살아가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그가 고른 가구와 물건들은 그 안에서 어떤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권광훈 대표의 취향과 일상이 담긴 2UC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2UC의 시작과 그 다음

2UC는 권광훈 대표가 자신이 갖고 싶던 가구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평소 마음에 드는 가구를 발견해도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곤 했던 그는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직접 제작에 나섰다. 그렇게 완성한 가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구매 문의가 이어졌고, 개인의 필요에서 출발한 작업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했다.

 

이름을 알린 건 모듈 가구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제품이 시장에 많아지면서 권 대표는 브랜드의 다음을 고민하게 됐다. 처음부터 모듈 가구만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특정한 형식에 가둘 이유도 없었다. 이후 2UC는 테이블과 의자, 수납장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권 대표의 취향을 보다 다양한 가구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 취향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빈티지 가구다. 권 대표는 오래된 가구 특유의 형태와 비례, 세월이 흘러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다만 마음에 드는 빈티지 가구를 모두 소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갖고 싶은 가구를 직접 만들었던 처음의 마음은 지금도 이어진다. 빈티지 가구에서 발견한 디자인적 매력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로 선보이고 있다. 

2UC Show-Home

집을 쇼룸으로 운영한다는 선택이 사뭇 낯설게 느껴지지만, 권 대표에게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 원서동 한옥에 살던 시절에도 집 일부를 쇼룸으로 활용한 적이 있다. 이후 버티고개 인근에 별도의 숍을 마련했지만, 운영하는 동안 아쉬움이 쌓였다. 가구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려웠던 것이다. 제품을 진열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생활 공간에 놓였을 때 어떤 모습인지, 다른 가구나 오브제와는 어떻게 어우러지는지까지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단독주택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100평 규모의 탁 트인 공간도 고려했고, 연희동과 평창동의 주택도 살펴봤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접근성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던 중 우이동에서 지금의 집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에 ‘그냥 보고 포기하자’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고. 그런데 막상 둘러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건물의 독특한 형태와 오래된 나무들이 마음을 끌었고, 이전 집에서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높은 층고까지 갖추고 있었다.

집 인테리어 공사 현장 사진 출처: 권광훈 대표 인스타그램

2000년에 지어진 이 집은 실제 연식보다 더 오래된 주택처럼 느껴졌다. 권 대표는 기존 구조를 대부분 살리면서 필요한 부분만 고쳤다. 일부 문을 없애고 바닥에는 새로 타일을 깔았다. 곰팡이가 생겨 관리가 필요했던 지하는 내부를 크게 손봤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를 섭외하고 자재를 발주하며 공사 전반을 챙긴 것도 권 대표다.

그렇게 완성한 집은 층마다 쓰임이 다르다. 지하는 작업실과 쇼룸으로, 2층은 서로 다른 분위기의 가구와 오브제를 경험할 수 있는 네 개의 방으로 꾸몄다. 1층은 권 대표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문이 열린 곳은 모두 자유롭게 둘러봐도 좋다는 그의 말에 우선 지하부터 내려가 보기로 했다.

개인 작업실과 네 개의 방

긴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예상보다 밝고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외부와 연결된 테라스 덕분에 지하 특유의 답답함도 덜하다. 이곳은 가구를 전시하는 쇼룸이자 권 대표의 작업실이다. 테이블과 수납장 등 다양한 제품이 비교적 촘촘하게 놓여 있는데, 그사이로 낯선 형태의 가구가 눈에 들어온다. 권 대표가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어가고 있는 개인 작품들이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평소 2UC가 선보이는 가구와는 재료부터 달랐다. 〈우리가 되기를 망설이는 자리〉는 석고붕대를 겹겹이 쌓아 만든 것으로, 사회를 상징하는 11개의 스툴과 그사이에서 자신만의 궤도를 그리는 하나의 스툴로 구성된다. 집단 속에서 개인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저마다 다른 형태를 지닌 스툴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벤치 형태의 작품 〈온전한 쉼표〉도 눈길을 끌었다. 스틸 철망으로 뼈대를 만들고 석고붕대와 석고, 우레아를 덧입혔다. 굴곡진 표면에는 석고붕대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UC의 가구와 개인 작품을 나란히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일상의 쓰임을 고려해 만든 제품과 자유로운 형태의 조형 작품은 언뜻 같은 사람의 손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결이 다르다. 권 대표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편, 개인 작업을 통해 형태와 재료에 대한 관심을 보다 자유롭게 풀어내고 있다. 가구를 구경하러 왔다가 그의 작업 세계를 엿보는 작은 전시까지 만난 기분이다.

다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민 네 개의 방이 있다. 방마다 볕이 드는 방향과 양이 다르고, 벽지와 바닥재도 제각각이다. 여기에 가구와 오브제의 조합까지 달라 문턱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만나는 듯하다. 채광과 마감재, 주변에 놓인 물건에 따라 가구의 인상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음에 드는 가구를 발견하면 주변에는 어떤 물건이 놓여 있는지, 색과 소재는 어떻게 조합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눈여겨보게 된다. 가구를 구매할 계획이 없더라도 집을 꾸미는 데 참고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다. 네 개의 방을 차례로 둘러보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분위기에서 생활하고 싶은지도 조금씩 그려볼 수 있다.

남의 집 구경이 제일 재밌잖아요

1층은 권 대표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거실과 주방을 비롯해 침실까지, 집주인이 날마다 사용하는 곳이 그대로 오픈되어 있다. 사실 누군가의 침실을 이렇게 들여다봐도 되나 싶어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가구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은 어떤 물건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2UC의 제품과 빈티지 가구, 오랜 시간 수집해 온 오브제들이 집 안 곳곳에 어우러져 있다. 물건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가 직접 고르고 배치한 것들이 모여 만들어낸 집의 풍경에 더욱 눈길이 갔다.

집을 한 바퀴 둘러본 뒤에는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권 대표가 내어준 음료와 청포도를 앞에 두고 자리를 잡으니, 마치 집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 기분이다. 가구를 처음 만들던 시절부터 새로운 쇼룸을 꾸리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레 눈앞의 테이블로 화제가 옮겨갔다. 알고 보니 아직 출시되지 않은 2UC의 신제품이었다. 바로 전날 도착해 온라인 스토어에도 올라오지 않은 가구라고.

권 대표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출시하기 전 자신의 집에서 먼저 사용해 본다. 처음에는 괜찮아 보였던 비례가 실제 공간에서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용하다 보면 두께나 크기를 조정하고 싶은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차이를 직접 사용하며 살피고,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수정한다.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가장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가구가 놓일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고객을 만날 때도 이어진다. 권 대표는 이전 쇼룸에서도 가구를 상담할 때면 고객의 집에 어떤 제품이 어울릴지 함께 고민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가구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면 좋을지 스타일링까지 제안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가구를 고르는 일만큼 그 가구가 기존의 물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쇼룸에서는 권 대표가 직접 꾸린 집을 둘러보며 그가 제안하는 가구와 공간의 조합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침실 협탁 역시 출시를 앞둔 신제품이었다. 유럽에서 구한 각기 다른 모양의 손잡이를 결합할 예정이다.

“남의 집을 구경한다는 게 재밌잖아요.”

 

권 대표는 가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집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꼭 구매할 제품이 없어도 괜찮다. 누군가의 취향이 담긴 집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가구가 있다면 앉아보거나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늘색 대문의 초인종을 누를 때만 해도 이렇게 집주인의 거실에 앉아 가구와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2UC 쇼룸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한 타임에 한 팀만 방문할 수 있으며, 최대 4명까지 예약 가능하다. 권 대표에 따르면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당일 취소와 노쇼가 적지 않다고. 한 팀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고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방식인 만큼, 방문 가능한 일정을 충분히 확인한 뒤 신중하게 예약하길 권한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장소
2UC 쇼룸
주소
서울 강북구 삼양로139나길
시간
목요일 - 일요일 13:00 - 18:00 (예약제 운영)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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