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약방은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카페 브랜드다. ‘힙지로’라는 말이 생기기 전, 자개장과 고가구, 빈티지 소품으로 꾸민 매장은 을지로 골목에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한약방이 자리잡은 곳이 조선시대 의료시설인 혜민서 터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커피한약방 을지로점은 더욱 특별한 공간이 됐다.
하지만 현재는 을지로 개발 정책에 따라 규모를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2026년 7월 청량리 경동시장 인근에 새 매장을 열었다. 활기찬 시장을 지나 마주한 3층 카페 건물은 1900년대 경성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알록달록한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진 창문,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들리에, 기하학 패턴의 대리석 바닥 등등. 물론 커피한약방 특유의 전통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커피를 내리는 카운터 뒤 약재 서랍장과 2층 3층에는 고가구와 자개장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조용하지만 강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 커피한약방 강윤석 대표를 만났다.
Interview with 이비인후안 강윤석 대표
─ 커피한약방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요.
이 동네 근처에 약령시장도 있지만, 커피한약방이라고 지은 이유는 한약을 달이는 정성으로 한 방울, 한 방울 내린 커피를 드린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예요. 원래 ‘커피수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었거든요. 그때부터 핸드드립 커피만을 내렸고, 로스팅 자체도 신경써서 했죠. 원두 중 일부 품목은 직화 방식으로 로스팅한 제품도 있습니다.
─ 청량리점에 오면서 놀랐어요. 생각보다 골목 안 쪽에 위치했더라고요. 이 장소는 어떻게 찾으셨어요?
을지로를 처음 찾았을 때의 정서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서울 사대문 안과 밖을 다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한 40~50군데를 봤었는데, 이 건물을 본 건 올 1월 눈이 오는 날이었어요. 당시 일요일이라서 시장은 문을 닫아 조용하고 눈이 와서 약간 을씨년쓰러웠는데 이 건물을 보고 깜짝 놀랐죠. 이런 형태를 가진 근대 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전체적인 분위기에 사로 잡혀서 한참을 봤던 기억이 나요.
─ 을지로점이 과거 혜민서였던 것처럼, 청량리점도 건물의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을까요?
원래 여인숙이었어요. 방이 50칸이나 될 정도로 큰 여인숙이여서 그 벽을 철거하는데 꽤 힘들었습니다.
- 2층 복도에 옛 여인숙의 문이 남아 있는 이유다.
─ 청량리점을 오픈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커피한약방으로서의 분위기를 지키는 동시에 이곳만의 새로운 감성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거고요.
공간도 하나의 생명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과 그 공간만이 가진 분위기를 고려해서 이름도 짓고, 인테리어도 하려고 합니다. 청량리점 같은 경우, 주변에 재래시장이 있고, 원래 여인숙이었던 건물이었고, 기존 동네 분위기도 있었어요. 사실 그런 요소들을 살려서 이름도 짓고 외부와 내부를 디자인하면 더 좋았을텐데, 커피한약방이라는 이미 힘이 강한 아이덴티티를 지켜야 했죠. 그래서 절충하여 내부 콘셉트를 사보이호텔로 정했습니다. 문은 열었지만, 아직 60%만 완성된 느낌이에요. 을지로점처럼 외부와 내부의 조화에 신경쓰면서 조금씩 발전시키려고 해요.
─ 모든 매장의 가구, 소품, 집기를 직접 선별하신다고요.
을지로점에 있던 자개장이나 고가구, 소품들도 제가 그동안 수집했던 것들을 둔 거였어요. 지금의 젊은 세대는 대체 198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문화가 꽃피워졌냐고 물어보지만, 제 생각엔 아주 예전부터 내려온 거라고 생각해요. 자개장만 보더라도 엄청 화려하잖아요? 선조들이야말로 굉장히 멋스럽게 꾸밀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해요.
─ 청량리점에 있는 가구와 소품들도 직접 수집한 것들인가요?
을지로점의 일부가 문을 닫게 되면서 이곳으로 옮겨진 가구와 소품들이 있어요. 2층의 어항이 대표적인 예죠. 다른 일부는 국내 지방을 돌면서 구매한 것도 있고, 중국, 베트남, 유럽 등 해외에서 구매한 고가구와 소품도 있어요. 2층의 진한 초콜릿색 나무 테이블은 송나라 시대 나무로, 중국에서 판매자를 설득해서 가지고 온 거예요.
─ 그러고 보니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와요. 특히 화장실이요.
공사할 때, 해의 방향에 따라 빛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습니다. 요즘 고객들은 화장실에 예민하기 때문에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하세요. 하지만 다락방 화장실같은 분위기로 꾸미고 싶어서 사선 지붕에, 창문을 스테인드글라스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햇빛이 통과할 때 매우 예뻐요. 화장실에 있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만이라도 영롱한 빛을 보라보는 순간을 즐기셨으면 해서요.
─ 그런 작은 요소들이 쌓여서 다시 오고 싶은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을지로점 같은 경우, 좁은 골목을 힘들게 지나 신비로운 카페를 만나는 반전의 순간을 즐기시더라고요. 그 매력에 다음에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오고요. 그걸 보면서 아, 이런 요소에서 흥미를 느끼는구나 깨달았던 것 같아요.
─ 을지로점과 청량리점은 진가를 몰랏던 동네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느껴지지만, 2호점인 혜화점은 조금 색다른 선택이라고 느껴졌어요. 왜 혜화를 선택했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인 이유가 커요. 제가 연극배우 출신이라 점점 쇠퇴하는 대학로가 안타까웠거든요. 상권도 문제지만, 지금의 대학로는 문화가 사라진다는 점이 더 커요. 마침 을지로에서 성공한 경험도 있으니까 혜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했고, 다행히 잘 되고 있습니다. 좋은 공연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할 뿐만 아니라,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배우, 예술가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는 공간이 되고 있어요.
─ 커피한약방에 이어 혜민당이라는 디저트 브랜드도 론칭했어요.
커피는 혼자서만 존재할 수 없어요. 빵 혹은 디저트가 항상 필요해요. 커피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커피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와 어울리는 무언가가 있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그것이 바로 디저트였죠. 마침 제가 커피하기 전에 제빵을 했었어서 빵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커피와 빵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 안타깝게도 을지로점은 현재 재개발 이슈로 축소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한 것 같아요. 긴 시간동안 공간을 통해 문화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이게 해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무너지니까 허탈하고, 앞으로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돼요. 다만, 요즘처럼 K-컬처가 대두되는 시기에 대한민국을 표현할 공간을 보존한다면, 우리의 문화가 될 수 있는데 아직 진행되지 않을 재개발로 문을 닫게 하니까 이해가 되지 않았죠. 해외여행을 가면 그곳의 잘 보존된 문화를 보고, 실제로 사는 모습과 정서를 느끼려고 하잖아요. 우리도 구석구석에 있는 예쁘고 소중한 공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 커피한약방이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나요?
외국에서 친구가 오면 꼭 보여주고 싶은, 우리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브랜드였으면 해요. 우리나라에서 한 톨도 나지 않는 커피지만, 우리만의 문화로 재해석하여 이러한 미학과 감성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 새롭게 연 청량리점에서 이것만큼은 봐줬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을까요?
우선 카페라면 커피가 정말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눈에 보이는 것에 먼저 관심이 가겠지만, 오셔서 바리스타 분들이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봐주시고, 커피한약방이 커피를 대하는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에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직접 와서 보고 느껴주세요. 공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구와 소품도 좋지만, 그것들이 모였을 때의 풍기는 정서, 테이블을 만졌을 때의 질감, 공간에 흐르는 음악… 이런 작은 것 하나, 하나에 다 메시지를 넣었어요. 그것을 보고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60%만 완성된 상태라고 봐주세요. 을지로점도 그랬거든요. 10년 동안 매일 만들고 채웠어요. 그리고 이제 3층 일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아티스트들의 좋은 작품이 전시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려고 해요. 기본적으로 방문객 수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작품과 아티스트가 노출될 거예요. 또, 고객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작품을 볼 수 있고요.
글 허영은 객원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이비인후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