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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2

문구 덕후는 설렙니다, 인벤타리오부터 악필 대회까지

읽고 쓰는 감각을 깨우는 6월 전시·페어 추천

손으로 글씨를 쓰기는커녕, 긴 글을 읽는 일도 점점 드물어진 시대다. 그런데도 여전히 텍스트와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전시와 페어를 찾아봤다. 우선 모든 건 도구 빨이다. 쓰고 싶은 문구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뭔가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이 주목해야 할 첫 번째 행사는 인벤타리오다. 문구인들의 ‘슈스’로 불리는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가 여는 문구 페어로, 지난해 첫 행사에만 2만 5천 명이 방문했다.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이와 함께 다른 이들의 손 글씨를 들여다보는 전시와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육필 원고를 만나는 전시까지 살펴보자. 말끔하게 인쇄된 결과물에서 느끼기 어려운 재미와 감동이 있다.

기록을 위한 도구를 탐색하고 싶다면? 〈인벤타리오 2026〉

©인벤타리오

쓰는 일은 도구를 고르는 일에서 시작된다. 문구를 통해 일과 삶 속 취향을 탐구하는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 2026〉이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다. 올해는 ‘세상을 바꾼 도구’를 키워드로, 작은 도구 하나가 생각을 움직이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순간에 주목한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은 인벤타리오는 규모와 공간을 키웠다. 지난해 국내외 문구 브랜드 69개가 참여했고, 5일간 2만5,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 올해는 참여 브랜드가 110개로 늘고, 공간도 THE PLATZ HALL 1과 2로 확장됐다. 지난해 인벤타리오가 열렸던 THE PLATZ HALL 1과 함께 과거 국내외 기업의 수출입을 위해 사용하던 코엑스 상사전시장 공간을 THE PLATZ HALL 2로 꾸몄다. 

참여 브랜드의 폭도 넓다. 포인트오브뷰 × 헬로키티의 ‘HELLO CREATOR’ 에디션을 비롯해 파버카스텔, 카키모리, 까렌다쉬, 한국파이롯트, 제브라, 펜텔 등 쓰고 그리는 도구 브랜드부터 글월, 소소문구, 두성종이, 삼원페이퍼, 몰스킨 등 종이와 노트 브랜드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오이뮤, 오롤리데이, 유어마인드, 키티버니포니 등 문구를 기록과 취향의 언어로 풀어내는 브랜드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부스 맵은 Writing & Drawing, Paper, Office & Desk, Small Thing 등으로 나뉜다. 관심 있는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미리 확인해두면, 넓어진 행사장을 조금 더 촘촘히 둘러볼 수 있다. 

©인벤타리오

행사장 곳곳에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입장 시 제공되는 패스포트를 따라 스탬프를 모으고, ‘레이어스 투게더’에서 브랜드 일러스트를 겹쳐 엽서를 완성할 수 있다. ‘리마스터드’에서는 기존 문구 제품을 다시 해석한 결과물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네이버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기록을 통해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의 여정을 조명한다.

©인벤타리오

장소 COEX THE PLATZ HALL 1&2

일정 2026.6.10 – 2026. 6. 14

종이에 새겨진 날 것의 마음, 〈고함 악필 대회〉

©헤이팝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글씨는 없다.’ 올해 처음 열린 〈고함 악필 대회〉의 슬로건이다. 고홍명·함은숙 문화재단의 첫 프로젝트로, 한국파이롯트 김진표 대표가 외조부의 마지막 일기에서 기록의 힘을 발견한 데서 출발한 재단의 첫걸음이다. 〈악필, 그 울림〉은 그 대회의 수상작 26점을 소개하는 전시로, 5월 14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스튜디오 고함에서 열린다.

약 2주간의 응모 기간 총 7,307점의 손 글씨가 모였다. 자유 주제로 직접 쓴 글씨는 물론, 오래 간직해온 노트와 일기, 편지, 메모도 응모 대상이었다. 작사가 김이나와 캘리그래피 작가 공병각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수상작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건넨 편지, 투병 중 남긴 메모, 오래된 일기처럼 각자의 사연이 담겨 있다. 획은 삐뚤고 문장은 투박해도, 마음은 오히려 선명하다.

©헤이팝
©스튜디오 고함

장소 스튜디오 고함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98, B1
일정 2026.05.14 – 2026. 07.12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_한국 근현대문학인의 육필원고 展〉

©헤이팝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육필 원고를 만나는 전시가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_한국 근현대문학인의 육필원고 展〉은 김유정, 이상, 염상섭, 이효석, 박경리 등 5인의 친필 원고와 초판본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기 전의 시간을 조명한다. 전시의 출발은 “그 시절 소설가들은 종이에 어떻게 문장을 썼을까?”라는 질문이다. 교보아트스페이스는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으로, 매년 문학인 관련 기획전을 선보였지만 육필원고를 중심으로 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염상섭의 『취우』 구상 메모는 소설이 어떻게 설계되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직업, 나이, 가계도로 보이는 숫자들이 적혀 있어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기 전 인물과 관계의 구조를 고민한 흔적을 짐작할 수 있다. 〈난류〉 원고 일부에는 파란 잉크로 수정하고 삭제하고 덧쓴 흔적이 남아 있어 작가의 퇴고 과정을 가까이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이 생전에 써두었으나 발표하지 못한 유고 노트, 김유정의 1950년대 『동백꽃』 판본도 함께 소개된다.

염상섭 작가가 남긴 소설 구상 메모의 흔적. 출처: 교보아트스페이스
이상 유고노트. 생전에 썼으나 발표하지 못했다. 출처: 교보아트스페이스

거장의 작품도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문장을 쓰고,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원고 속 메모와 수정 흔적, 덧쓰기에는 작가가 문장을 고르고 다듬은 사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실제로 전시를 본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손으로 꾹꾹 눌러 쓴 문장의 수고로움이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Interview with 교보아트스페이스 최희진 디렉터

— 다섯 작가를 선정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각 작가마다 선정 이유가 조금씩 달랐어요. 이효석 소설가는 교보문고가 ‘이효석문학상’을 공동 주최할 만큼 인연이 깊은 작가이고요. 염상섭 소설가 역시 교보문고 입구에 동상이 있을 만큼 친근한 작가입니다. 박경리 소설가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고, 이상 소설가는 한글, 영어, 일본어, 한자가 함께 적힌 육필 원고 자체가 귀한 사례였어요. 김유정 소설가는 육필 원고가 모두 분실된 경우라, 오히려 초판본의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교보문고와의 인연,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는 작품, 한국문학사 안에서의 의미를 함께 고려해 선정했어요.

 

— 육필 원고를 전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국립한국문학관, 김유정문학촌, 이효석문학관, 토지문화재단 등 여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전시를 준비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염상섭과 이상의 원고를 영인본으로 제작한 일이에요. 처음에는 원본 전시를 고려했지만, 종이의 상태가 취약해 이동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고화질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십 년 경력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영인본을 제작했어요. 영인본은 원본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한 복제본을 뜻합니다. 완성본을 처음 봤을 때 원본과 너무 닮아 깜짝 놀랐어요.

— 주목해서 보면 좋을 관람 포인트가 있을까요?
전시장 가운데 놓인 커다란 ‘소설가의 책상’을 눈여겨보면 좋아요. 실제 특정 작가가 사용한 책상은 아니지만, 1960~70년대 유명 소설가가 사용했을 법한 책상을 상상해 구현한 공간입니다. 영화 미술을 전공한 공간 디자이너가 빈티지 소품을 하나하나 모아 영화 세트처럼 연출했어요. 원고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문장이 쓰이던 시대의 분위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소품입니다.

©헤이팝

장소 교보아트스페이스
기간 2026.4.10 – 2026. 6.10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교보아트스페이스, 스튜디오 고함, 인벤타리오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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