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전시장을 찾을까. 늘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을 다시 느끼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본다. 키크니 작가는 그런 일상의 순간을 위트있고 따뜻하게 건네는 작가다. 거창한 사건보다, 예상치 못한 선의와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그려낸다. SNS를 통해 사람들의 사연을 짧은 그림과 문장으로 그려온 그의 계정에는 121만 명의 팔로워가 모였다.
키크니 특별전 〈그렸고 그런 사이〉가 DDP 뮤지엄 전시 1관에서 열렸다. 전시는 2026년 4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온라인에서 사연과 댓글을 주고받아 온 작가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며 웃고 우는 모습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보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전시 제목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왔다. 키크니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그림을 그렸고,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그에게 건넸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지만, 이미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 사이. 그래서 ‘그렸고 그런 사이’다.
이번 전시는 화면으로 보던 그림을 단순히 크게 출력해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평면 작업은 물론, 3D 조각과 인형, 영상, 설치 작품으로 확장됐다.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가족
키크니의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가족 이야기다. ‘가족이란 무엇이든’ 섹션에서는 한 아이의 성장을 둘러싼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선보인다. 아이의 탄생부터, 학교생활, 그리고 사회인으로 독립하기까지. 누군가의 사연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다. 작가의 가족 이야기 역시 전시에 담겼다.
말장난 속 위트, 키크니 작명소
감동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건 말장난과 위트다. SNS에서 사연을 받아 상호나 별명을 지어주는 ‘키크니 작명소’는 대표 콘텐츠 중 하나다. 역 근처라 접근성을 강조하고 싶다는 타로샵 의뢰에는 ‘지하철 타로가자’를, 라면과 김밥만 파는 가게에는 ‘끓이든가 말든가’를, 죽집에는 ‘거 죽이 딱 좋은 날씨네’를 내놓았다. 말장난인 걸 알면서도 피식 웃게 된다. 현장에서도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반려동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래 머무는 섹션도 있다. 고양이 ‘그냥’과 강아지 ‘그렇개’는 키크니의 작품 세계에서 오래된 주인공들이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먼저 떠난 반려동물의 마음이 궁금한 사연이 작품으로 구현됐다. “이제 노견이 된 우리 강아지가 사람이 된다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을까요?”라거나 “새 반려견을 맞이한 저희를 무지개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서운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작품도 뭉클하다. ‘무지개 에스컬레이터’는 하늘나라로 떠난 반려동물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다.
전시 후반부에는 어렵고 지친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담담한 위로도 놓여 있다. 배우 박정민과 문근영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영상 작업도 이어진다. 그림으로 보던 장면이 목소리를 얻으면서 조금 다르게 닿는다. 마지막에는 전시를 준비하며 남긴 300장의 낙서를 만날 수 있다. 전시가 완성되기까지 거쳐온 고민의 흔적들이다. 5월 가정의 달, 누군가와 함께 보기 좋은 전시를 찾고 있다면 〈그렸고 그런 사이〉는 어떨까.
글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지엔씨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