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독서 아이템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요즘 뜨는 문학 굿즈 브랜드 5

글입다 잉크부터 오니프 독서링까지

무엇이든 ‘덕질’의 대상이 되고, 덕질은 곧 굿즈로 치환되는 시대다. 그 속에서 눈에 띄게 커진 분야가 있다. 바로 독서 굿즈다.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였던 독서가 이제는 좋아하는 문장을 소유하고 전시하는 덕질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출판계에서 굿즈의 개념이 탄생하고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셜록 홈즈』 나 『배트맨』 등의 IP를 활용해 북엔드, 컵 등의 굿즈를 만들면서다. 이후 ‘예스24’,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도 굿즈를 제작하며 도서 굿즈의 세계는 점점 정교해졌다. 실제로 오늘의 집은, 2025년 10월 독서 관련 아이템 검색량이 직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200% 증가했다고 밝혔다.

 

10년이 지난 지금, 굿즈는 더 이상 마케팅 수단이나 사은품에 머물지 않는다. 텍스트를 하나의 IP로 해석해 독자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학을 색으로 해석한 잉크부터, 향으로 재현한 디퓨저까지. 텍스트를 감각적으로 번역한 브랜드 5곳을 소개한다.

글입다 ― 문학을 모티브로 만든 색

출처: 글입다

문학을 색과 향으로 재해석해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글입다는 현재 문학 덕질의 중심에 있다. 2019년 출시한 ‘문학 잉크’ 시리즈는 글입다의 대표 제품으로, 잉크 한 방울에 문학의 서사를 담는다. 이상의 〈날개〉를 테마로 한 잉크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는 보랏빛 색상에 오묘한 청록색이 섞여 있고,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테마로 한 ‘별빛이 나린 언덕’은 별빛을 연상시키는 노란 색상에 반짝이는 글리터가 섞여 있다.

 

이런 방식은 오프라인에서도 통했다. 글입다는 AK플라자 홍대, 타임스퀘어 영등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에서 팝업을 열며 대형 오프라인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2025년 3월 더현대서울 팝업에서는 누적 방문객 약 45,000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잉크뿐 아니라 만년필, 드로잉북 등 색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 내가 사랑하는 문학을 색으로 느끼는 색다른 경험을 만든다.

오니프 ― 나무로 만든 독서 링

출처: 오니프

독서를 매일의 의식(Ritual)으로 여긴다면, 그 의식을 완성해 줄 도구가 필요하다. 명상에는 싱잉볼이, 러닝에는 러닝화가, 독서에는 책꽂이와 독서 링이 그 역할을 한다. 오니프(Onif)는 2019년 시작한 목재 브랜드로, 독서링과 책꽂이 등 독서를 돕는 아이템을 만든다. 대표 제품인 조개 모양 원목 북홀더링은 16g의 가벼운 무게로, 엄지에 끼워 책을 편하게 펼칠 수 있게 해준다. 

 

출판사 및 서점과 협업한 2차 창작 독서 아이템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가령, ‘문학동네’와 협업한 『퇴마록』 연재 30주년 기념 북엔드는 양 끝이 산등성이처럼 표현되어 있어 소설 속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예스24’와 협업한 셰익스피어 북홀더링은 『햄릿』을 읽을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할 것만 같다.

혜슬 ― 핸드메이드 북커버로 만나는 고전 명작

출처: 혜슬

최근 애독가들이 필수로 꼽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북 커버다. 북 커버는 공공장소에서 어떤 책을 읽는지 숨길 수 있고, 어떤 책이든 나만의 감성으로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이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게 바로 신흥 브랜드 ‘혜슬’이 만드는 것이다.

 

2024년 문을 연 혜슬은 북 커버를 중심으로 파우치, 북백 등 독서 패브릭 제품을 판매한다. 모든 제품은 수공예로 직접 만든다. 특히 고전 명작을 모티프로 한 북 커버가 대표 제품이다. 꽃 자수로 수놓아진 연분홍색 북커버는 『제인 에어』가 패브릭으로 다시 태어난 것만 같고, 꽃 모양 레이스로 만들어진 『오만과 편견』 북커버는 소설 속 로맨스를 연상시킨다. 혜슬의 아름다운 북 커버를 책에 입혀주면, 독서력이 상승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오롬 - 문장을 수집하는 필사 노트

출처: 오롬

독서의 완성은 기록이다. 디지털 시대에 많은 이들이 굳이 노트를 펼쳐서 마음에 남은 문장을 옮겨 쓰는 이유가 있다. 좋아하는 문장을 내 손으로 다시 쓰는 순간, 그 문장은 오래 기억된다. 그 중요한 의식을 아무 노트에나 할 수는 없다. 필사를 위한 노트 시리즈를 내놓은 브랜드가 있다. 바로 1987년 문을 연 문구 브랜드 오롬(OROM)의 ‘수집’이다. 

 

‘오롬’은 ‘오롯하다’에서 비롯된 순우리말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오롬’은 변하지 않는 오롯한 아날로그의 가치를 전하며 종이와 가죽으로 된 제품을 만든다. 그중 필사 노트 시리즈 ‘수집’은 책 속 발췌문과 필사할 수 있는 내지가 함께 구성돼 있어 책 없이 노트만으로도 필사할 수 있다. 가령, ‘니체’를 테마로 한 필사 노트 ‘나를 깨우는 니체의 말’에는 니체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즐거운 학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종의 발췌문이 수록돼 있다. 니체 외에도 ‘이솝 우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필 『월든』 등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필사 노트 시리즈 총 5종이 있다.

예스24×발쇼 문학 디퓨저 컬렉션 ― 향으로 즐기는 문학

출처: 예스24

오래된 문학 독자라면 한때 유행했던 ‘북 퍼퓸’을 기억할 것이다. 책에 뿌려 독서 분위기를 더하던 아이템이 이제는 책장을 넘어 공간으로 확장됐다. 예스24는 프랑스 향기 브랜드 ‘발쇼(Balchaud)’와 협업해 고전 문학에서 영감받은 향을 디퓨저로 만든 예스24 문학 디퓨저 컬렉션을 선보였다. 향 개발에는 글로벌 향료 회사 로베르테(Robertet) 소속 조향사와 향기 오스카 심사 위원으로 활동해 온 조향사가 참여해 전문성을 높였다. 

 

이 컬렉션은 총 5가지 향으로 구성되며, 예스24는 “모든 향기가 하나의 서사로 이어진다”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엠마』를 테마로 한 ‘에마의 우아함’, 『위대한 개츠비』를 테마로 한 ‘개츠비의 태양’, 『월든』을 테마로 한 ‘월든의 숲’, 『오디세이아』를 테마로 한 ‘오디세우스의 귀환’, 조르주 상드 작가를 테마로 한 ‘오로르의 꿈’까지 총 5종이다. 사전 펀딩에서 목표액의 700% 를 넘게 달성했다는 점도, 독자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김은빈 객원기자

김은빈
서울과 로컬의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글을 씁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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