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4

제8회 방탈출 어워즈로 본 2025 방탈출 트렌드

기획자 대담부터 ‘올해의 테마’ 4관왕〈아야코〉까지

가장 ‘몰입’하게 만드는 공간은 어디일까. 전시나 팝업스토어도 좋은 후보지만, ‘방탈출’만큼 관객을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공간도 드물다. 방탈출은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정교하게 설계된 조명과 소품,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모를 장치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동선까지. 방탈출 공간 속에서 플레이어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방탈출의 진화, 퀴즈에서 이머시브까지

방탈출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15년 이후다. 2007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이색 테마 체험’ 문화로, 한국에는 2015년 4월 서울 홍대에 최초의 방탈출 카페 ‘서울이스케이프룸’이 문을 열었다. 1세대 방탈출은 자물쇠와 퀴즈 위주가 많았고, 해외 프랜차이즈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도 흔했다.

 

2017년부터 2019년은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에서 나아가 화려한 장치가 도입되고 펼쳐지는 스토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 해 동안 의미 있었던 방탈출 테마를 선정하고 시상하는 ‘방탈출 어워즈’도 2018년 성장기에 처음 시작됐다. 2020년 이후로 한국의 방탈출 문화는 보다 성숙해졌다. 소위 ‘자본의 맛’이라고 불릴 만한 초대형 테마들이 생겨나고, 연극 배우가 직접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이머시브(Immersive) 테마’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공간 체험과 공연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한국에 방탈출이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름 있는 방탈출 기획자들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브랜드 단위의 기획사도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중요해졌다. 2024년 ‘올해의 테마’ 상을 받은〈바야흐로, 여름이었다 〉를 제작한 키이스케이프가 대표적이다. 〈바야흐로, 여름이었다〉는 청춘의 한 계절을 ‘추리/미스터리’ 문법으로 풀어낸 테마로, 스토리의 흐름과 연출이 촘촘하게 맞물린 완성도가 강점으로 꼽혔다.

한국 방탈출 어워즈 기획자의 대담

출처: 한국방탈출협회

2025년 올 한 해, 방탈출 업계에는 어떤 키워드가 주목받았을까. ‘제8회 방탈출 어워즈’에 에디터가 직접 가봤다. 2025년 12월 20일 토요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 강당에서 열린 어워즈는 방탈출 기획자들과의 간담회인 1부와 시상식인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입장료는 5,000원으로, 실물 표 대신 기념 펜을 받아 입장했다. 강당은 195석 규모의 좌석이 가득 차 있었다.

 

1부 첫 순서로는 안양의 유명 방탈출 카페 ‘나비잠’ 팀과 방탈출 기획자 ‘류똥’의 대담이 진행됐다. 키이스케이프 ‘고백’, 포인트나인의 ‘열쇠공 시리즈’ 등 유명 방탈출 테마를 기획해 온 기획자 류똥의 소감이 기억에 남았다. “진짜 후기는 테마 벽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 같아요. 벽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날것의 재밌다는 말이 들릴 때가 있어요. 그럼 안도감이 들어요.” 

 

나비잠, 류똥과의 대담 다음으로는 또 다른 유명 방탈출 기획자 ‘찰리’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찰리는 ‘오픈 카톡방 방탈출’의 선두주자다. 누구나 오픈 카톡방을 통해 찰리가 만든 문제를 풀고 온라인에서 방탈출을 즐길 수 있다. 2024년까지 찰리 카톡 방탈출을 한 번이라도 플레이해 본 유저의 수는 8만 명에 달한다. 찰리는 현재 잠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찰리이스케이프’ 방탈출 카페를 운영 중이다.

 

찰리는 방탈출 어워즈 참여자들이 간단히 풀어볼 수 있는 퀴즈를 준비해왔다. 아래 시험지를 함께 풀어보시라. 정답은 마지막에 공개하겠다. 마지막 문제는 이 기사를 끝까지 읽는다면 누구나 맞출 수 있다. 현장에선 5분 만에 최초 정답자가 나왔다.

방탈출 기획자 찰리가 준비한 시험지.

2025 방탈출 어워즈 수상작

2부에선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됐다. 올 한 해 새로 탄생한 방탈출 테마는 240여 개. 그중 후보작은 한국방탈출협회가 공개 모집한 선정단 9인의 평가로 추려졌다. 선정단은 2주 동안 80개의 방탈출 테마를 체험하며 스토리·연출·문제·가격 대비 만족도·개인 추천도 등 세부 항목을 기준으로 각 테마에 점수를 매겼다. 시상은 총 14개 분야로 진행됐다. 장르별 최고 테마와 세부 항목 부문, 선정위원단 우수테마, ‘올해의 카페’, 그리고 대상 격인 ‘올해의 테마’까지. 이 가운데 올해의 테마를 포함해, 주목할 만한 수상작 세 작품을 소개한다. 

최고의 스릴러 │생존자: 유명호 씨의 진술

건대 넥스트에디션 2호점

출처: 넥스트에디션

재난 서스펜스 장르의 ‘생존자’는 이번 제8회 방탈출 어워즈에서 ‘최고의 스릴러/추리/미스터리 테마’, ‘최고의 입문 테마’ 2개 분야를 수상했다. 방탈출 특유의 스릴 있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지만, 난이도는 높지 않다. 입문자도 즐길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독특한 건 방탈출 테마 최초로 ‘난이도’ 기준을 없앴다는 것이다. ‘생존자’ 제작팀의 이정수 팀장은 “영화는 어렵다고 관객을 영화관에서 내쫓지 않는다. 방탈출도 그래야 한다는 마음으로 난이도를 없애버렸다”라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



장르: 재난 서스펜스

추천 인원: 2~4인

난이도: 없음

플레이 시간: 65분

최고의 실험 │ 메가 게임

룸즈에이 강남점

룸즈에이의 ‘메가 게임’은 가장 실험적인 도전을 한 테마에 수여하는 ‘최고의 실험 테마’ 상을 받았다. 

메가 게임은 ‘도파민 테마’로 유명하다. 다양하고 자극적인 체험으로 플레이어들의 도파민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다. 스토리는 따로 없고 상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퀴즈를 풀고 이야기를 진행하면 된다. 머리를 쓰는 추리형 문제, 몸을 써야 하는 활동형 문제가 고루 분포되어 있어 마치 ‘미션 게임’ 같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메가 게임을 플레이해 본 이들은 ‘친한 사람들과 가라’는 공통적인 평을 남겼다.

 

장르: 아케이드/미션

추천 인원: 2~4인

난이도: ?

플레이 시간: 90분

올해의 테마 │ 아야코

키이스케이프 후즈데어

‘올해의 테마’는 키이스케이프가 새로 오픈한 공포 테마 전용관 후즈데어의 ‘아야코’에게 돌아갔다. 아야코는 ‘올해의 테마’뿐 아니라 ‘최고의 공포’, ‘최고의 연기연출 테마’, ‘최고의 인테리어 테마’까지 총 4관왕을 했다. 이유가 있다. ‘갔다가 기절했다’는 리뷰가 올라올 정도로 방탈출 테마 중 공포도 1위로 꼽힌다. 게다가 ‘좌식형 테마’라는 전에 없던 시도를 보였다. 아야코를 기획한 키이스케이프의 이규원 리더는 “방탈출은 웨딩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멋진 공간을 만들어도 신랑 신부인 플레이어가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라는 수상평을 남겼다. 

올해는 공포 테마가 유난히 돋보인 해였다. 후보만 봐도 공포·스릴러 계열이 다른 장르보다 7배가량 많았고, 결국 ‘올해의 테마’ 역시 공포 테마가 차지했다.

 

장르: 드라마/스릴러

추천 인원: 2인

난이도: 3/5

플레이 시간: 70분

방탈출 기획자 찰리는 간담회 중 “내가 설계한 흐름대로 플레이어가 문제를 풀어나갈 때가 제일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공간이 있지만, 방탈출만큼 ‘창작자’와 ‘체험자’가 깊게 공명하는 공간이 또 있을까. 올해의 방탈출 세계를 빛낸 주역들을 보니 다가올 2026년, 더 먼 미래의 방탈출 문화가 기대된다. 한국의 방탈출 문화가 또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할지 지켜보자.

분야별 수상작

 

최고의 공포 테마: 후즈데어 ‘아야코’

최고의 감성/로맨스/판타지 테마: 룸익스케이프 인디고블루 ‘플라이 미 투 더 문’

최고의 SF/액션/어드벤처 테마: 지구별 방탈출 홍대라스트시티점 ‘카부트’

최고의 스릴러/추리/미스터리 테마: 넥스트에디션 건대 2호점 ‘생존자’

최고의 문제/아케이드 테마: 티켓투이스케이프 ‘게임의 법칙’

최고의 코믹 테마: 오늘의 한 페이지 ‘용하다 용해!! 용팔도령’

최고의 연기연출 테마: 후즈데어 ‘아야코’

최고의 장치연출 테마: 더챕터 ‘선택’

최고의 인테리어 테마: 후즈데어 ‘아야코’

최고의 비수도권 테마: 서울이스케이프룸 대구동성로점 ‘오모테나시’

최고의 실험 테마: 룸즈에이 강남점 ‘메가 게임’

최고의 입문 테마: 넥스트에디션 건대 2호점 ‘생존자’

올해의 카페: 후즈데어

올해의 테마: 후즈데어 ‘아야코’

김은빈 객원기자
취재협조 한국방탈출협회

프로젝트
제 8회 한국 방탈출 어워즈
일자
2025.12.21 - 2025.12.21
김은빈
서울과 로컬의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글을 씁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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