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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1

쓰레기 없는 팝업은 가능할까?

지속가능성을 꿈꾸는 브랜드 페셰의 실험

국내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는 연평균 3,000개 이상. 하루 평균 8개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문제는 이 속도만큼 폐기물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배너·포스터 등 인쇄물은 물론, 임시 구조물의 대부분이 한 번 쓰이고 버려진다. 국제 이벤트 산업 조사에서도 참가자 1인당 하루 평균 1kg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있다.

 

페셰(PESCE)는 이 지점에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다. 최근 선보인 팝업은 나무 팔레트 130개, 폐타이어, 재사용 합판으로 만든 모듈형 구조물로, 해체 후 다른 현장에서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팝업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당구대 천으로 워크 재킷을 만들고, 5년째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비치클린’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방식부터 일하는 태도까지,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브랜드. 페셰 이우열 대표를 만났다.

모듈형 팝업, 질문에서 출발한 시도

— 시작이 궁금합니다.
서핑을 좋아하고 환경 다큐멘터리도 자주 보다 보니 해양 쓰레기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가 한국에 왜 없을까? 생각했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라면, 현장에서 부딪혀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바다에서 쓰레기 줍는 비치 클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플로깅이 유행했지만, 바다에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서핑도 하고, 좋은 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친구들과 시작해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이를 SNS에 올렸어요. 하다 보니 4-5회차부터 모르는 분들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2021년 7월 진행한 4회차 비치클린 캠페인.

— 비치클린에서 제품과 콘텐츠까지 어떻게 확장됐나요.
저는 원래 공간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회사에 다니다 보니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넓어졌어요. 제품도 만들고, 사진·영상도 찍고, UX/UI 디자인까지 할 수 있게 됐죠. 처음에는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고, 포트폴리오가 쌓이니 큰 기업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다만 B2B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준이 있어요. 이 기업이 조금이라도 환경을 생각하는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데 관심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죠.

 

—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모듈형 팝업 어떻게 떠올렸나요.
처음 제작했던 건 2022년인데요. 폐기물 없이도 팝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 나무 팔레트 130개를 쌓아 올렸죠. 나무 팔레트는 해체하면 다시 산업 현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폐기물이 남지 않거든요. 아이디어는 학부 때 자재를 조립하고 해체하는 방식을 활용해 만들었던 파빌리온에서 착안했어요. 특히나 공간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했어요. 올해 제작한 팝업은 2022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나무 각재와 합판을 이용해 조립·해체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2025년 9월 커먼그라운드에서 진행한 팝업.
2022년 나무팔레트 130개를 쌓아올려 만든 모듈형 구조를 선보였다.

— 다양하게 활용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알려지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이미 익숙한 방식이 있는데, 이런 방식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죠. 그렇다고 저희가 만든 공간이 시각적인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기존 방식은 비싼 비용을 들여서 한 번 쓰고 버려져야 하니까 아깝게 느껴지고요. 그 자원을 다른 방식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방식도 쓰레기 제로

당구대 원단으로 만든 워크자켓. 페셰의 대표 제품이다.

— 당구대 원단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우연이었어요. 환경에 관심이 많다 보니 평소에도 필요한 게 있으면 중고 거래 플랫폼을 먼저 뒤져보거든요. 이미 만들어진 걸 다시 쓰자는 생각이 배어 있는 편이에요. 그러다 우연히 ‘이삿짐용 깔판 당구대 천 팝니다’라는 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죠. 그렇게 튼튼한가? 싶어서 당구대 원단을 구매해 숄더백을 만들어 봤는데, 튼튼한 데다 예쁜 거예요. 알아보니 보급형 원단은 폴리에스터가 65%로 군복이나 작업복에 사용하는 원단과 비슷한 혼용률이더라고요. 고급형은 울 90% 들어간 양복 원단과 비슷하고요. 그러면 이걸로 옷을 만들어도 되겠다 싶었죠.


— 평소 습관에서 나온 거군요.
맞아요. 실제 일할 때도 쓰레기를 최대한 안 만들려고 해요. 촬영장에서 쓰레기가 거의 안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죠. 보통 촬영하면 도시락, 일회용 컵, 포장재 때문에 쓰레기가 순식간에 쌓이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도시락 대신 출장 뷔페를 부르고, 커피는 큰 저그에 담아두고, 컵은 다회용으로 대여해서 써요. 그러다 보니 촬영 장소 운영자분이 “이렇게 쓰레기 안 나오는 팀 처음 본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영상 안에도 텀블러나 전기차, 재사용 소재 등을 자연스럽게 넣어요. 우리가 일하는 방식,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담는 거죠.

페셰의 영상 촬영현장.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고,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식을 고민한다.

— 사무실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었다고요.

맞아요. 효율성을 따지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인데, 환경을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사무실을 만드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주도에서 공수한 천연 미장과 석회 기반 페인트로 벽을 마감했고요. 바닥재도 폐교에서 쓰던 마루를 가져와 깔았어요. 자세히 보면 낙서 흔적도 있죠. 가구도 직접 빈티지 제품을 구했고요. 그러다 보니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폐기물과 오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죠.

사무실 전경. 친환경 소재와 빈티지 가구를 활용해 만들었다.

—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닿는 건 결국 제품의 매력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2024년에 처음으로 광고를 진행하면서 더 확신하게 된 지점이기도 해요. 멋있어서 샀는데, 알고 보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면 그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페셰가 조금 느린 브랜드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초반 몇 년을 제품보다 비치클린 활동에 더 집중했으니까요. 하지만 진정성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최근 GS리테일 소셜임팩트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으며 그 확신이 더 단단해졌어요.

파타고니아만큼 큰 브랜드가 되지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꾸준히 지속한다면,결국 사회 분위기를 바꾼다고 생각해요.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비치클린을 계속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방식의 팝업을 만드는 거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어요.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페셰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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