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세계적인 브랜드가 찾는 ‘리테일 부동산 디렉터’가 분석한 「서울의 하이스트리트」

명동, 홍대, 강남, 성수, 한남, 도산 6대 상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오프라인 매장은 지는 산업일까? 팬데믹을 겪으며 온라인 쇼핑시장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측했지만, 팬데믹은 단순히 온라인 시장을 넘어서 소비자 행동, 유통 채널, 상권 가치 지형을 다시 그렸다. 오프라인 상권의 불황 속 호황을 누리는 곳이 분명 있다. 인구 1,000만을 바라보는 서울을 살펴보면 더욱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상권이 뜨고 어떤 상권이 지는가. 가장 번화한 거리라 불리는 서울의 6대 하이스트리트 강남과 성수, 도산과 한남, 명동 그리고 홍대에 나타나는 브랜드의 입점 패턴과 공간 전략은 우연이 아니다. 팝업이나 플래그십 스토어가 금방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도 이면에는 치밀한 기획과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전통 상권에 기존의 매뉴얼로 매장을 냈을 때 구태의연해지는 리테일 효과를 학습했다. 새로운 매장을 내는 행위가 더는 화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자기 복제에 가까운 신규 매장의 효용이 다한 시대인 것이다. 성수는 디올 성수를 기점으로 하이스트리트 대열에 올랐다.

-〈서울의 하이스트리트〉

거리의 랜드마크가 되는 브랜드는 어떤 것을 보고 특정 상권을 선택하는지, 상권이 가진 매력이 어떻게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리는지를 알면 리테일 시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C&W) 코리아 부대표 김성순의 신간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서울의 6대 하이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브랜드와 상권을 분석한다. 상권은 단순히 임대료나 유동 인구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소비 패턴의 변화와 자본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저자 김성순은 애플, 블루보틀 등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다. 티파니앤코, 펜디, 자라, H&M 등 럭셔리 및 SPA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도 그의 지휘 아래 문을 열었다. 디타워, 파라다이스시티와 같은 복합 상업 시설에도 저자의 손길이 닿았다. 리테일 업계의 변화와 여러 상권의 부침을 지켜보며 그가 습득한 오프라인 레테일 사용법은 무엇일까? 

 「서울의 하이스트리트」p.158-159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명동의 거리부터 크고 작은 팝업과 2030 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 성수 일대까지, 각 상권의 고유한 색은 다르다.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여섯 상권을 분석하는 것과 동시에 상권별 특징과 연결 지점을 짚는다. 저자는 각기 다른 거리의 특징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 아홉 가지 속성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핵심 산업, 정통성과 화제성, 독자성과 파괴성, 회복탄력성, 배후 세력, 문화 인프라, 접근성이 바로 저자가 기준으로 삼는 주요 속성이다. 

명동 애플스토어 vs 성수 템버린즈

책에서 다루는 여섯 구역의 하이스트리트는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오프라인 리테일의 현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앞서 언급한 아홉 가지 속성을 기준으로 저자는 서울의 여섯 상권을 메가 하이스트리트와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구분했다. 리테일 최정점에 있는 애플스토어가 위치한 곳을 기준으로 명동, 홍대, 강남을 메가 하이스트리트로 정의하고, 2030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떠오른 신흥 상권 성수, 한남, 도산을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구분했다. 강남과 명동의 빌딩은 높고 대규모 면적을 지녔지만, 성수나 도산은 건물의 부피보다 특색 있는 외관을 자랑한다. 높은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는 메가 하이스트리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브랜드 위상을 높이지만 신생 브랜드는 성수와 같은 네오 하이스트리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정체성을 알리고 화제성을 얻는다. 이런 현상을 기반으로 최적의 입지, 최상의 공간, 최고의 전략을 위한 리테일 설계도가 필요하다.  

성공하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비결, 8개의 키워드만 알면 보인다

 「서울의 하이스트리트」p.192

저자는 8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리테일 부동산 업계의 모든 관계자가 주목할 만한 현상을 설명한다. 부동산 가치를 올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인 ‘밸류애드(value-add)’, 사람을 끌어들이는 상징인 ‘앵커(anchor)’, 브랜드의 얼굴이자 아이덴티티 강화의 미디어로 자리한 ‘파사드(facade)’, 리테일의 기능을 결정적으로 뒤바꾼 ‘팬데믹’, 하이스트리트가 가진 사회문화적 자본 ‘레이어(layer)’, 신생 브랜드의 인큐베이터이자 기존 브랜드의 권위를 강화하는 인장이 된 ‘등용문’ 현상,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 ‘K’, 시대와 사람을 ‘연결’하거나 단절하며 힘을 강화하는 하이스트리트까지.

 

이 키워드를 알고 거리를 걸어보자. 성수의 골목에 들어선 신생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왜 화제인지, 홍대 애플스토어가 단순한 매장이 아닌 상권의 중심이 되는 이유가 보일 것이다. 명동의 유리 파사드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이제는 브랜드 전략이 겹쳐 읽힐 것이다.

김지민 기자 

자료 제공 디자인하우스 북

프로젝트
『서울의 하이스트리트』
기획자/디렉터
지은이 | 김성순, 펴낸 곳 | 디자인하우스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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