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시소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전시’를 여는 공간 중 하나다. 〈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은 서울에서만 40만 명 이상 다녀갔고 〈 반 고흐 인사이드〉와 〈유미의 세포들〉을 비롯해 201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누적 300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전시를 기획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직관적이고 쉽다. 많은 고민을 남기기보다는 감각을 건드린다.”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건 당연하게 느껴지는 단어지만, 지금 2030의 반응을 정확하게 건드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감각적인 이미지는 그라운드시소가 어떻게 관객을 끌어들이는지 잘 보여준다.
팬데믹 시기 40만 명을 불러 모았던 요시고 사진전이 4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서촌이 아닌 서울역 인근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린다. 공간 규모는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넓어졌고, 소개되는 작품은 300점을 훌쩍 넘는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지난 전시와 달리, 이번엔 도쿄와 서울, 뉴욕, 미국의 장면들까지 담으며 작가의 시선이 훨씬 더 넓어졌다. 변화는 사진 안에도 있다. 인물은 과거보다 가까워졌고, 노출을 길게 주거나 흔들린 이미지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흐리는 실험도 눈에 띈다.

작품 수가 많아진 만큼, 관람객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전시의 흐름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주제별로 어두웠다 밝았다 하는 전환이 반복되는데, 기획자는 이를 ‘단짠단짠’이라 표현했다. 관객이 끝까지 요시고의 세계에 빠져들도록 감정의 높낮이를 조율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보며 생각했다.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도 있지만,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하는 환기도 필요하다. 그라운드 시소는 그 문턱을 가장 쉽게 낮춘 곳이 아닐까. 무더운 여름, 알면서도 빠져들게 되는 맛을 선사하는 요시고 사진전 2가 돌아왔다. 그 전시를 기획한 송은솔 PD에게 4년 전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Interview | 그라운드 시소 송은솔 pd
— 요시고 사진전 1에 40만 명이 다녀갔다고요. 이렇게까지 잘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전혀요. 한 달 평균 5~6만 명, 하루 2천 명 수준이에요. 쉬운 숫자는 아니죠. 특히 팬데믹이 심할 때라 오프라인 전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원래 그라운드시소는 미디어아트 중심의 대형 전시를 많이 했는데, 그 시기 처음으로 작가 개인전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사회적으로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니까 밝고 청량한 느낌의 작품을 찾다 요시고 작가님을 알게 됐죠. 열고 보니 반응이 좋았어요. 결정적이었던 건 그 시기 사람들이 갈망하던 감정을 자극한 부분인 것 같아요.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여행을 못 가던 상황에서 사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행을 간 느낌을 준 게 아닐까요.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겠어요.
맞아요. 4년 전에 40만 명이 다녀갔으니, 다시 찾아주실 분들도 많을 것 같았고요. 같은 작가의 전시이지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경험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죠.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예요. 저희는 2030 세대를 타깃으로 대중적인 전시를 기획하는데, 억지스러운 이야기는 피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시즌1의 제목은 〈요시고: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었어요. 여행 사진 전시지만, 작가님의 이름을 전시 타이틀로 사용했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이름에 담겨 있었거든요. ‘요시고’는 스페인어로 ‘앞으로 나아가다’는 뜻인데, 당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오늘도 잘 버티고 앞으로 가보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전시를 열 때마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이 늘 따라다녀요.

— 시즌2는 어떤 점이 달랐나요?
전시 작품이 300점쯤 되는데요. 규모가 커진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의 텐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어두웠다가 밝아지는 연출을 반복해서 넣었죠. 소위 ‘단짠단짠의 맛’이라고 할까요? (웃음) 도시별로 다르게 구성하면서 요시고의 세계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방마다 주제를 정해서 감정의 리듬을 조절했죠.
또 시즌1은 서촌에서 열었지만, 이번엔 센트럴에서 진행했어요. 전시의 그릇도 바뀌어야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작품이나 연출도 중요하지만, 공간 자체도 새로우면 좋겠다고 봤어요.

— 요즘 사람들이 전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라고 보세요?
전시는 이제 단순히 작품만 보러 가는 공간이 아니에요. 사진도 찍고, 이야깃거리도 만들고, 기분 전환도 하는 시간이죠. 그래서 하나의 전시에는 그 모든 요소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전시도 훨씬 다양해졌고, 관람객들도 각자 뚜렷한 취향을 갖고 찾아오는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은 다양한 전시를 경험하면서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찾아가는 시기일지도 모르고요.
기획자로서는 결국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해요. 그래서 전시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 음악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접하는 편이에요. 또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이런 고민이 있구나’ 하고 느낀 감정들을 기획에 녹여내려고 하죠.
전시는 결국 ‘총체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그 사이를 어떻게 걷는지, 공간의 온도나 색감은 어떤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가 더 오래 남거든요. 저희는 그 전체적인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글 김지오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그라운드 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