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박성희, 김예
무브모브 대표, 아트디렉터
‘마리몬드’와의 이번 콘텐츠 콜라보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성희 마리몬드 측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데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프레임을 재정의하고 싶어했다. ‘위안부’ 할머니라고 하면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피해자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성 관련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계시는 분들이다. 능동적인 인권 운동가로서의 할머니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마리몬드는 할머니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지지한다는 정체성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협업이 진행되었다.
김예 이 공간은 MZ세대를 타겟팅해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단순히 멋있고 쿨한 이미지들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에 대한 인식을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며 타겟층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대를 하며 유의미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게 되었다.
“MOVE THE MARIMOND” 컨텐츠 콜라보레이션 아트워크 소개
입구부터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간에 위치한 아트워크들은 마리몬드의 히스토리를 담고 있다. 입구 측면에 세워진 세 개의 아날로그 TV에서는 마리몬드의 뿌리를 상징하는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이 흑백 영상으로 재생된다. 포토존으로 활용되는 대형 거울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메시지인 “My Body Is Mine”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측면의 벽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티브로 삼은 목련 아트워크가 반복된 이미지로 나타나며, 중앙의 ‘모니터 트리’ 5개와 카운터 뒷편의 메인 영상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 운동과 ‘몸의 주체성’에 관한 메시지를 표현하는 ‘My body is mine’ 문구가 떠 있는 영상이 재생된다. 이러한 마리몬드의 작업 위에 약간의 움직임과 터치를 추가하여 무브먼트의 공간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구성하고 배치한 것은 아트디렉터 김예의 손길이 닿은 결과다.
카운터 뒤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펼쳐지는 작은 공간에는 “평화의 방”이 마련되어 있다. 독일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이슈를 조명하는 영상과 함께 소녀상 의자가 놓여있다. 영상을 직접 창작해 볼 수 있는 스튜디오형 공간이 이번 마리몬드와 협업을 위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 것. 평화의 소녀상을 촬영한 영상 앞에 놓인 의자는 전시 기간 동안 실제 소녀상 의자 제작자 분이 기증해 주신 것이다. 나무가 아닌 철로 만들어진 의자는 역사의 아픔과 회복의 의지를 상징하는 듯 사뭇 무게감이 남다르다.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이번 목련 아트워크는 굉장히 개성 넘치고 파워풀하다.
성희 저희도 마리몬드에 그러한 이미지를 요구했고 마리몬드에서도 같은 맥락의 변화를 꾀하고 싶어했다. 마리몬드하면 떠오르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 특히 이 목련 아트는 김복동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아트워크다. 기부금도 조성하고 사회 운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는 김복동 할머니의 “MOVEMENT”를 표현하기 위한 힘 있는 아트워크가 탄생했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기대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MOVEMENT”는?
성희 두 가지 캠페인이 있다. 첫 번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조명하는 캠페인으로, 독일 평화의 소녀상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슈에 대응해 독일 의회 측에 철거 반대 촉구 엽서를 쓸 수 있는 엽서와 펜을 마련해 두었다. 엽서는 마리몬드 측에서 모아 한꺼번에 독일 의회로 보낸다. (지금은 이슈가 끝난 관계로 진행하고 있지 않음). 두 번째는 ‘My body is mine’ 메시지를 공유하는 캠페인이다. 입구 쪽 세워진 거울에 My body is mine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거울을 보며 자연스레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포토존을 마련했다. 사진을 남기고 SNS에 공유하며 최대한 많은 분이 메시지에 공감했으면 한다.
김예 관람객이 아닌 무브모브의 MOVEMENT를 이야기하자면, 좀 더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작가 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위주로 진행했는데, 앞으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컨텐츠들도 우리의 언어로 풀어내 보고 싶다. 그런 무브모브의 MOVEMENT가 마리몬드의 뜻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
6월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참전 용사 메이크 오버 사진전도 진행했다. 근현대 역사를 조명한 것도 그런 MOVEMENT의 일환인가.
김예 영상은 어떤 것이든 찍을 수 있기에 주제에서의 큰 틀은 없다. 오늘,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면 주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공익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후국보훈의 달 프로젝트도) 6월이라는 그 시기에 맞닥뜨린 우리의 ‘지금’을 무브모브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달에는 또 예측할 수 없는 주제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
무브모브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영상’으로 바라보고 그 안을 향유하는 사람을 USER라고 칭한다. USER들은 이 공간 안에서 어떤 것들을 즐길 수 있나.
성희 무브모브는 온라인에 있는 UX/UI를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치환해 놓은 공간이다. 과거엔 오프라인에 있는 것들을 온라인으로 가져왔다. 온라인이 익숙해진 지금, 무브모브는 온라인의 언어를 다시 또 오프라인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김예 이 안에는 모든 게 다 영상의 언어로 구현되어 있다. 공간을 향유하고 찍고 공유하는 모든 것들이 ‘영상’을 표방하는 이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의 영상 경험을 오프라인을 통해 물리적으로 선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간 내에 온라인 UXUI로 구현된 깨알 포인트를 찾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성희 또한 가상과 실재가 함께 공존하는 버추얼한 것들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자체 아트워크인 버추얼 펫과 버추얼 플랜트를 만나 볼 수 있다.
하나의 영상이 된 무브모브.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깨알 포인트
무브모브는 어떤 ‘영상’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예 입구 쪽 바닥에 그려진 플레이어 바 그래픽에 재생 시간이 00부터 24까지로 표기되어 있다. 00~24라는 재생 시간이 상징하는 것은 무브모브가 지금 우리의 24시간의 일상, 숨쉬며 살아 가고 있는 시공간 자체를 영상으로 재생하고 있는 공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는 것부터 공부하는 것까지, 지금이라는 모습 자체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라이브도 될 수 있고, 다큐멘터리, 브이로그 등 어떤 영상으로든 표현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공간인 것 같다.
성희 가장 해 보고 싶은 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카페와 동시에 라이브를 켜서 공간 안에 재생하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사람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프랑스 카페나 프랑스 유학생에게 유튜브 라이브를 켜 달라 요청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예 처음에는 바깥 거리를 촬영하는 영상을 그대로 공간 안에 재생하는 프로젝트도 기획했었다.
성희 그럼 그걸 먼저 테스트 해 보고 그 다음에 해외로 도전해 보자. (웃음)
무브모브의 원스리스트!
“MOVE THE MARIMOND” 팝업 기간 동안 즐기면 좋을 TOP 3
오랜 연구 끝에 무브먼트의 세계관을 담아내 만든 빙수 메뉴. RGB 컬러 시럽과 재생 버튼이 그려진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오레오와 치즈 큐브가 들어간 빙수에 취향껏 컬러를 입혀 메뉴를 ‘재생’해 보시라. 재생 중이라는 ‘-ing’가 붙어 ‘빙’으로 끝나는 이름은 빙수와도 찰떡. 시원한 여름에 즐기기 좋다.
2만원 이상 구매하고 무브모브와 마리몬드를 태그해서 SNS에 공유하면 콜라보 스티커와 그립톡을 증정한다.
카운터 뒤쪽의 독립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독일 평화의 소녀상 이슈와 관련한 영상. 실제 제작자 분이 (전시 기간 한정) 기증해 주신 소녀상 의자를 볼 수 있다.
글 소원
자료 협조 무브모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