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0

기본에 충실하며 사람을 위하는 뉴욕 커피, 버치 ②

뉴욕 로컬 커피 로스터스 ‘버치’의 커피 스토리 그리고 서울 성수동에 스며들기까지

어퍼이스트, 어퍼웨스트, 헬스키친, 월스트리트 가 등등 뉴욕 곳곳에 위치한 버치 매장은 총 11곳이에요. 버치가 들어설 지역 혹은 위치를 선정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Jayson 저희는 주로 주거 밀집 지역과 오피스 상권이 적절히 복합된 지역을 찾아요. 주중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와서 커피를 마시고, 주말에는 동네 주민이 나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요. 가장 적절한 예의 매장이 62번가(Upper East 62ndstreet) 매장이에요. 매장을 기점으로 위로는 주거 상권이고 아래가 비즈니스 상권이거든요.

Jeremy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스몰(Small)’이에요. 매장이 과도하게 넓을 경우 직원이 홀을 돌면서 정돈하는 것도 한참 걸리고 작업 반경이 넓어지는 만큼 일을 많이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어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효율적인 운영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죠. 매장이 넓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테이크 아웃 전문일 경우 매출이 더 높기 때문에 어딜 가나 적정한 매장 규모를 유지하려 하죠.

각 매장마다 위치한 지역이나 건물의 특성을 살려 디자인하다 보니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62번가 매장이 집에서 가깝기도 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테라스 창을 활짝 열어 두어 뉴욕 거리를 진하게 느낄 수 있어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거든요. 두 분도 특히 더 애정이 가거나 선호하는 매장이 있나요?

Jayson 저한테도 62번가 매장이 가장 특별해요. 62번가 매장 첫 오픈하던 때 전날 새벽까지 혼자 준비하다가 밤에는 매장 바닥에 박스를 깔고서 쪽잠을 잤거든요. 오픈 후에도 일주일 동안 홀로 그 매장을 운영했는데 그때 오신 손님이 지금까지도 단골이라 참 추억이 많은 곳이죠.

Jeremy 정말 모든 공간이 특별하지만, 이상하게도 뭐랄까. 62번가 매장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제일 좋아하는 매장을 묻는다면 언제나 62번가 매장이라고 답해요.

Flat Iron 매장 외관 (현재는 폐점) ⓒBirch
(왼) Financial District 매장 외관 ⓒBIRCH
(오) Upper West 매장 외관 ⓒnyrestaurantsguide
West Village 매장 외관 ⓒBIRCH
Article in Article

| 버치 1호점 Birch’s 1st Location|

버치 1호점 플랫 아이언 매장 외관 ⓒMOI'M
플랫 아이언 매장 내부 전경. 2층 'The Library' 공간이 눈에 띈다. ⓒTAMICE
지금은 폐점했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1호점 공간 ⓒMy Suites

버치 1호점 플랫 아이언(현재는 폐점) 지점은 미국 드라마 <프렌즈(Freinds)>의 주인공들이 매일 같이 모여있던 카페 ‘센트럴 퍼크(Central Perk)’ 처럼 아늑하고 따스한 감성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정면에 고객을 맞이하는 에스프레소 바와 이를 중심으로 각각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는 뉴요커들로 붐비던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던 곳. 2층에는 ‘The Library’라는 다락방 공간을 만들어 책을 읽거나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안락한 공간도 마련해 두었는데, 이 공간은 언제나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던 뉴요커들 사이에서 버치가 유명해지는 데에 일조하기도 했다.

점심 시간이 되면 Upper Upper East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BIRCH
버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뉴요커들 ⓒBIRCH

요즘 커피 시장 동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Jayson 제1의 물결, 제2의 물결, 그다음에 찾아온 것이 바로 제3의 물결 ‘스페셜티 커피’인데 이제는 그 인기가 한풀 꺾이고 가라앉는 추세죠. 그다음 ‘제4의 물결’을 누가 찾는지가 관건인 듯해요. 전 세계 바리스타들이 시도는 정말 많이 하고 있지만 이미 커피 업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다 나온 것 같고 이제 농부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요. 현재 농부들이 가장 노력을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맛을 내는 원두인지, 어떻게 발효시킨 원두인지 등등 원두마다의 캐릭터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죠. 한편으론, 그렇게 좋은 큐레이션과 높은 퀄리티의 자재를 제공해야만 높은 생두 값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농부들의 세계에선 열띤 경쟁이 붙고 있고요.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이 현상이 몇 년은 지속될 것 같아요. 다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 무수한 흐름 속에서 결국 살아남는 건 ‘좋은 커피’만 남는다는 거예요.

현재 뉴욕 매장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요.

Jayson 스페셜티 커피로 커피 산업이 커진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모든 커피 브랜드가 스페셜티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앞서 말했듯 버치는 특별한 커피 브랜드가 되기 보다 ‘언제나’ 묵묵하게 ‘편안하고’ ‘훌륭한 맛’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유지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언제 먹어도 내가 기대한 그 맛, 하지만 훌륭한 커피는 틀림없는. 뉴욕 매장은 오픈 초창기 드립 메뉴를 판매했었지만 지금은 메뉴를 없앴어요. 그 이유가 아침부터 점심까지 직장인들로 제일 바쁠 시간에는 한 시간에 200~300잔이 나가기 때문에 와중에 브루잉 커피를 다룬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때는 점심시간 이후 몇 시부터 드립 메뉴가 가능하도록 조정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애버렸죠. 에스프레소 메뉴에 집중하기 위함도 있지만, 모든 매장의 QC(Quality Control)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서 퀄리티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아예 빼는 걸 생각한 거죠. 다만 서울 지점에서는 제가 직접 로스팅 한 원두로 배치 브루를 제공하고 있어요. 지금은 콜롬비아, 과테말라, 브라질, 하우스 블렌딩 원두로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다양한 원두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매장을 오픈한지 얼마 안 되어서 안정적인 운영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관계로 산지를 못 나가고 있는데 곧 기회만 되면 다시 나갈 예정이에요. 현재는 한국 업체에서 원두를 수급 받아 로스팅 하고 있고요. 로스팅 할 때는 커피 본연의 맛에 신경 쓰는 편인데, 산미가 어느 정도 느껴지면서 풍미로 전환이 될 때 부드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죠.

ⓒBIRCH

커피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이면서 결국 미식 산업이죠. 버치의 커피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Jayson ‘기본에 충실한 커피’. 정말 맛 자체로 놓고 봤을 때 저희는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는 커피입니다.

Jeremy ‘사람을 위한 커피’. 보통의 카페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커피 맛을 정해 놓고, 거기에 고객의 입맛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저희는 고객에게 맛을 강요하기보다, 그들이 ‘좋아하는 맛’을 따라 간 다음 그 맛을 버치의 맛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커피의 원재료인 원두는 아무리 같은 품종일지라도 해마다 커피 농장 지역의 강수량과 일조량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맛을 항상 저희가 찾아내야하거든요. 고객들이 좋아하는 ‘버치’의 표준 맛의 프로파일을 만들어 두면 언제나 같은 맛을 일정하게 만들어 낼 수가 있죠.

고객들이 ‘좋아하는 맛’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이를 표준으로 잡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Jayson 기본적으로 손님들의 피드백을 매일 듣는 걸로 저희의 맛을 찾아갔어요. 저희 단골 고객들은 솔직하거든요. 맛이 조금만 바뀌어도 바로 알아채고 ‘오늘 맛이 달라’라고 말하죠. 그들의 피드백을 매일 묻고, 들으면서 그들이 기뻐하는 맛, 행복해하는 맛의 척도를 잡아갔고 그게 곧 버치의 맛이 됐다고 봐요. 데이터적으로는 매년 연말이 되면 수치와 통계를 확인하고, 어떤 메뉴가 가장 잘 나갔는지 그럼 그 메뉴에 맞게 어떤 커피 맛을 더욱더 강화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왔죠.

2022년 산지에 나가 커피 나무를 살펴 보는 폴과 제레미 ⓒBIRCH

농장에서 수확된 원두가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져 손님에게 나가기까지 거치는 모든 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가 있다면요?

Jeremy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거래하는 농장의 환경 그리고 농장주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환경에서 길러낸 원두를 아주 잘 로스팅 하는 것이 좋은 커피 맛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하니까요.

Jayson 저는 마지막 단계인 ‘추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커피 열매는 나무에서 딴 순간부터 계속해서 품질이 떨어져요. 그럼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이 원두의 향과 맛을 극대화하는 일이죠. 아무리 좋은 원두를 가져와 로스팅을 잘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이 바 안에서 바리스타가 추출을 엉망으로 해버리면 그만큼 허무한 게 없죠. 물론 제레미가 말한 것처럼 농장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도 동의하지만, 이 모든 것을 마지막 추출 단계에서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좋은 농장주를 만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Jayson 우선 농장 견학을 하면서 농장주의 운영 방식을 둘러봐요. 얼마나 깔끔하게 하는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하는지 등이요. 함께 밥도 먹고, 농장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관계를 맺은 다음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커핑을 하죠. 커핑 하나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 듯 모든 것이 결정되고요. 뉴욕 내에 친한 커피 로스터스에서 여기 농장주가 정말 괜찮더라 추천을 받으면 그쪽으로 가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요.

ⓒBIRCH

그렇게 신중하게 들여온 원두로 로스팅 해서 만들어지는 버치 커피의 대표 테이스트 노트가 궁금해요.

Jayson 산미가 있으면서도 너티의 고소함이 같이 느껴지죠. 그리고 끝에 가서는 다크 코코랑 스위트로 끝나고요. 산미는 시트러스, 오렌지, 라임 쪽으로 발현하고요. 특히 버치는 중간에 풍기는 ‘너티’를 중요시 여겨요. 로스티드 아몬드나 마카다미아처럼 너티 하면서도 오일리 한. 그래서 저희가 추구하는 맛은 어디에도 치중하지 않아서 산미와 고소함을 조화롭게 잘 즐길 수 있는 맛이에요.

버치의 커피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커피 음료 한 가지 추천해 주신다면요?

Jayson 저희는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 원두는 ‘엠마의 에스프레소(Emma’s Espresso)’를 사용해요. 모든 커피가 대표 메뉴이고 맛있지만 그중에서도 저희 에스프레소와 가장 조화를 잘 이루고 그 맛을 극대화해서 느낄 수 있는 메뉴인 코르타도(Cortado)를 추천드려요. 코르타도는 플랫 화이트보다 우유 양이 조금 더 적은 라테에요. 기본적으로 우유랑 밸런스가 잘 맞는 원두여서 버치가 추구하는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죠. 우유 본연의 질감과 산뜻한 산미 그리고 묵직한 풍미가 담겨 목 넘김은 부드럽고 끝 맛은 달콤한 라테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엠마의 에스프레소’의 엠마는 폴의 첫째 딸 이름이에요.

ⓒBIRCH

브랜드마다 환경에 맞게 선호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다르죠. 버치에서는 어떤 머신을 사용 중인가요?

Jayson 아무래도 잔고장이 적은 견고한 머신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어쩔 때는 너무 심각한 고장만 아니면 제가 뜯어서 수리를 하기도 하고요. 지금 서울점에서는 라마르조코(la marzocco)의 리네아(Linea) 2008-2010년 산을 찾아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 생산된 제품이 튼튼하고 좋아요. 뉴욕 매장에서는 주로 라마르조코 스트라다(Strada)를 사용하고 있고요.

두 분은 평소 어떤 커피를 즐겨 마시는지 궁금해지네요.

Jeremy 저는 에티오피아 원두로 만든 콜드브루요.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콜라는 산미가 강한 음료거든요. 콜라를 즐겨 마시는 탓에 그 산미를 닮은 에티오피아 원두의 콜드브루를 좋아하죠. 그 둘의 산미는 신기하게도 정말 닮았거든요.

Jayson 저 같은 경우는 그때그때 달라요. 보통 아침에 마신다면 과테말라처럼 진하면서 적당한 산미가 있는 원두를 먹고요. 점심이나 저녁 사이 졸음이 있을 때는 산미 있는 원두를 찾아요. 굳이 따지면서 먹는 건 아니지만 각 시즌마다 가장 맛있는 원두를 챙겨 먹는 편이에요. 주로 드립으로 많이 내려 마시는 편이고 프렌치프레스도 간단해서 자주 마시고요. 산미가 강한 원두는 칼리타 웨이브, 진하고 텁텁한 커피는 케멕스를 쓰기도 하고요. 원두에 따라 최적의 추출 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1월 한 달간 서울 매장 운영을 도운 제레미. 뉴욕이 아닌 서울이라는 새로운 도시에서 함께 일하는 시간이 그들에겐 특별하다. ⓒBIRCH

작년 12월 즈음, 뉴욕에서 제법 중견 커피 브랜드로 뿌리를 내린 버치가 아주 조용히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한국에 진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Jayson 제가 처음 버치 면접 볼 때 2시간 일찍 도착해 매장을 쭉 지켜봤다고 했잖아요. F&B 사업 컨설팅을 계속해왔던 사람으로서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건 되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일단 입사하려면 바리스타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우선 발을 들이고 점차 이들과 함께 사업을 키워가자는 혼자만의 큰 그림이 있었죠.(웃음) 그리고 나아가서 언젠가 버치를 한국에도 들일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엿봤던 것 같고요. 그러다가 작년에 부모님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지셔서 한국에 잠시 들어와야 했는데 그때 친누나가 이 자리에서 카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여기 2층이 친누나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거든요. 아래 1층에 유리공장 사장님이 문을 닫는다고 부동산에 자리를 내놨는데 여기가 딱 버치 자리인 것 같다고 하면서요.

한국 진출은 이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뜻밖의 타이밍이었네요.

Jayson 그렇죠. 한국에 들여오더라도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라 생각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확신이 없다가 점차 그림이 선명해지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 버치는 직영으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뉴욕 매장과 똑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어야 했죠. 제가 뉴욕에서 원두 수급부터 로스팅, 브루잉, 트레이닝과 소싱까지 모두 맡았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고요. 제레미와 폴 역시 원래부터 기회만 생기면 새로운 도시에 버치를 열고 싶어 하기도 했었고요. 현재 한국은 세계 커피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곳인 만큼,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레미, 폴에게 구글맵으로 건물이랑 동네를 보여주니 ‘여기다가 카페를 연다고..?’ ‘Are you serious..?’ 하더라고요.(웃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둘이 박수 치며 무한 지지를 해준 덕분에 지금의 서울 1호점을 열게 됐고요. 오픈 준비하면서 제레미랑 저랑 일주일에 한 번씩 줌으로 미팅을 했어요. 웬만큼 한국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들은 모두 한국에서 해결을 하려 했는데 머그잔은 뉴욕 제품과 동일하게 제작하는 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여기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제레미한테 전적으로 도움을 구했고, 뉴욕에서 제작한 머그잔을 제레미가 하나하나 다 정성스레 포장해 보내줬어요. 이런 서포트가 없었다면 서울에서의 오픈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이슨과 제레미 그리고 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모두 가족과도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어쩌면 그 이상의 관계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Jayson 가족 그 이상이죠.

Jeremy 우리는 가족보다 더 진한 사이에요. 친형제보다도 더 자주 보기 때문에 충분히 그 이상의 관계라 할 수 있죠.

제이슨은 이번에 아시아 퍼시픽 지사를 새롭게 설립하면서 버치 커피 코리아를 전개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Jayson 이번에 한국 지점을 내면서 뉴욕을 떠나 처음 타지로 확장해 나가는 것인 만큼 타지인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아시아 총판을 담당하는 역할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이제 여기 서울 1호점에서 ‘버치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자체 로스팅을 해 원두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시스템을 갖춰 갈 예정이에요. 원두 구매는 빠르면 여름, 늦어도 올해 안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확장을 고려하고 서울 지점 오픈을 진행했던 건 아닌데 요즘 제레미, 폴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더 많은 지점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이번에 제레미가 한 달 동안 서울에 머무르며 시장을 살피는 것이기도 하고요.

매일 아침 매장에 출근해 오픈 준비하는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Jayson 전날에 이미 청소를 다 해놓고 퇴근하기 때문에 오픈 때는 커피 맛을 잡는 데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에스프레소 추출하면서 추출 시간이랑, 그라인더 세팅, 추출 양, 그리고 물 온도 세팅하며 머신 시즈닝을 해요. 세팅이 일찍 끝나면 하루를 시작할 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하고요. 매일 다르긴 하지만, 여유가 있는 날은 커핑을 하거나 영업일지 정리를 할 때도 있어요.

오픈 4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뉴욕와 서울의 커피 시장 차이를 확연히 느끼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Jayson 뉴욕은 커피가 생활 그 자체에요. 뭐랄까.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죠. 근데 한국은 아직까지는 그래도 ‘찾아가서 마시는 생활’이 주가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 더 겪어봐야 뉴욕과 서울의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제레미는 현재 한 달 정도 한국에 머무르며 서울점 운영을 돕기도 하지만 한국 커피 시장을 두루 살피고 있다고요. 각자 좋아하는 서울 커피 브랜드가 있을까요?

Jeremy 매장 일을 돕는 데 집중하느라 아직 많은 카페를 다니지는 못했어요. 남은 시간 동안 더 부지런히 다닐 예정인데, 지금까지 방문한 곳 중에서는 마일스톤커피로스터스(Milestone Coffee Roasters)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카페 직원들도 친절했고, 커피 맛부터 굿즈까지 모두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몇 주 뒤에는 부산으로 혼자 여행도 갈 계획이에요. 부산 카페도 얼른 가보고 싶네요.

Jayson 한국 로스터스 카페 중 제 마음속 1위는 나무사이로에요. 나무사이로를 좋아한 지는 정말 오래됐어요. 그 이유는 오랜 시간의 한결같은 꾸준함이 가장 큰 것 같고, 그다음으로는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좋아해요. 가장 중요한 커피 맛 또한 철저한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완벽에 가깝죠. 특히 대표님의 운영 철학도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하고요.

기사는 다음 마지막 편에서 이어집니다.

하지영 기자

자료 제공 및 취재 협조 BIRCH

장소
버치커피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6길 27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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