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1

이원우 작가 개인전,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유머와 위트, 따뜻한 시선이 교차하는 곳에서
뚱뚱하게 부푼 다이어트 콜라, 색색에 아름다운 화면에 새겨진 시구들, AI로 움직인다는 지능형 로봇 트로잔X까지. 이원우 작가의 세계에는 진중한 유머와 위트가 가득하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작품 속 시구를 되뇌며 나의 일상을 환기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전시,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Wonwoo Lee YOUR BEAUTIFUL FUTURE 2023 Stainless steel super mirror, steel, paint, silkscreen 90 x 120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설치, 조각,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삶에서 찾은 유머와 아이러니 코드를 활용해 작업하는 이원우 작가. PKM갤러리에서는 2023년 첫 전시로 이원우 작가의 개인전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개최한다. 지난 2017년 <내일 날씨 어때?> 이후 6년 만의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40여 점과 지난 5년간의 퍼포먼스 기록, 여러 작업의 프로세스에서 나온 산물을 모은 테이블 그리고 주기적으로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전시 전경 Courtesy of PKM Gallery
전시 전경 Courtesy of PKM Gallery

| Your Beautiful Future

이원우 작가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Air world> 시리즈. 반짝이는 금속 화면에 인상적인 문구를 써놓은 작업으로 시를 읽듯 일상을 환기시키는 매력이 있다 ‘THE SUN IS AN ORANGE’ ‘HONEY I’M HOME’ ‘EVENING AIR’ ‘SATURDAY MOOD’.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누군가는 특정한 요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고, 누군가는 저무는 하루 끝 공기의 질감을 떠올릴 수도 있는 일일 테다.

(좌) Wonwoo Lee, EVENING AIR, 2023 Stainless steel super mirror, steel, paint, silkscreen 120 x 90 cm (우) Wonwoo Lee, HONEY I'M HOME, 2023 Stainless steel super mirror, steel, paint, silkscreen 54 x 40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평면 작업처럼 보이지만 조각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다. 평면 조각인 셈이다. 관객을 반사시키는 이 조각 평면에 짧은 시구 같은 텍스트들이 보이는데, 관객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어떤 순간들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문장은 어떻게 만들까. “유머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논리나 상식이 파괴될 때 발생한다. 잘 흘러가던 흐름에 뭔가가 개입하고 그걸 깨뜨릴 때 웃음이 발생하는 거다. 내가 말하는 텍스트는 굉장히 짧지만 다듬는데 시간은 오래 걸린다. 머릿속에서 계속 다듬고 정리한다. 에센스만 남을 때까지.”

Wonwoo Lee, Fat coke, 2023 Stainless steel, aluminum, paint ⌀ 40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 다이어트가 평생 숙제인 사회, 터질듯한 콜라 캔의 비밀

공처럼 빵빵하게 부푼 모습의 콜라캔 조각, <Fat Coke> 시리즈는 이원우 작가가 작업하는 형식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작업이다. 이 작업은 오래전, 학교에서 발표를 하다가 느닷없이 뚱뚱한 콜라캔을 꺼내 마시는 일종의 퍼포먼스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발표에 집중하지 못하고 콜라가 쏟아질까 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 그 순간을 작가는 세심하게 연출한 것. 조금 블랙 코미디 같나? 그 즈음 발표한 거대한 다이어트 패널 역시 이원우식 유머를 드러낸다. 콜라 브랜드로 익숙한 ‘다이어트(Diet)’ 로고가 커다랗게 그려진 은색 패널이다. 작가는 다이어트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회, 평생 숙제로 여기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어떤 모습에 집중했다. 몸에 이로울 리 없는 음료가 ‘다이어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상황의 아이러니, 그럼에도 콜라 대신 ‘제로 콜라’만 먹고 있는 상황. ‘웃픈’ 순간들이 교차한다.

Wonwoo Lee,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then your face will surely show it, 2022 Aluminum, steel, castors, paint 197.5 x 276.5 x 90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전시 전경 Courtesy of PKM Gallery

|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요?

전시 제목이기도 한 ‘아름다운 미래’는 이전에 진행한 퍼포먼스 제목이기도 하다. 2017년 작가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무도장의 분실문센터> 전시를 통해 가상의 분실물 센터를 운영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람들이 작가에게 잃어버린 것을 말하면 즉석에서 철사나 스티로폼 등 가벼운 소재들을 사용해 만들어주는 것이 요지다.

Wonwoo Lee Dreamy museum 4. (Mother of thoughts) 2023 Aluminum, LED, steel, stone, 40 x 60 x 22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분실물 센터 작업과도 연결되는 작품. 이번 전시가 열리는 PKM갤러리의 문을 형상화했다.
전시 전경. 원래는 '코미디언'이 꿈이었다는 이원우 작가. Courtesy of PKM Gallery

“처음에는 잃어버린 물건이나 강아지 이런 걸 찾을거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추상적인 것들을 많이 얘기하시더라. 사랑, 열정, 직업… 속으로 많이 당황했다.(웃음) 순서를 기다리시던 어떤 중년 신사분께서는 어릴 때 잃어버린 부모님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런 분들을 만나니까 ‘작가 전지적 시점으로 재밌게 유머를 던져볼까’했던 마음이 쏙 들어갔다. 이건 정말 교감을 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이후 뉴욕, 몬트리올 등 레지던시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잃어버린 물건 600여 점을 찾아주었다. “만든 분실물을 건넬 때마다 사진을 남겨놨는데 언젠가 그걸 모아 책을 하나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시 전경 Courtesy of PKM Gallery 작업 중 발생한 여러 오브제나 샘플들을 모아 작업실에 놓인 테이블처럼 구성했다.

국내와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차이점도 있었다. “과거에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많이 이야기했다. 그럼 분실물 말고 미래를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주는 퍼포먼스도 했다. 전시 제목처럼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인 것이다.” 앞으로도 분실물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진다.

이원우 작가(b.1981) 홍익대학교와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UK)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며, 이후 등 국내외 유수 미술기관의 개인전, 그룹전 및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2020 크리에이터 2020,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15 기 입주 작가 2019,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7 기 입주 작가 2012-2013 였으며, 현재 프로젝트 그룹 ‘MLH’2018-, ‘…좋겠다 프로젝트’2015-의 멤버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자료 제공 PKM갤러리

프로젝트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장소
PKM 갤러리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40
일자
2023.02.28 - 2023.04.01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이원우 작가 개인전,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