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장소를 채집해 각각을 주체로 치환 및 재배치하며 경도된 시간성을 비트는 영상 설치와 사운드 믹스, 그리고 그 과정의 잔상을 패턴화 한 드로잉 작품을 선보여온 김태윤과 생활 저변에 깔린 자연적·인위적 현상, 그리고 문명과 감정을 숙고하며 회화, 설치작업, 퍼포먼스, 사운드, 음악, 문학 등을 가로지르며 활동하는 백현진을 묶은 건 그들의 공통적인 취향 ‘설거지’. 이번 전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작업 언어를 하나의 주제 아래 표현한 신작 <15분 5초의 선명한 혼돈>(2023)을 특별히 공개한다. 김태윤은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난 뒤 일은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에서 ‘때묻고 케케묵은 새로운 것’이라는 구절에 번뜩해 영상 작업을 구상했고, 평소 부엌일을 좋아하는 백현진은 이에 맞장구를 치며 퍼포먼스와 사운드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좌) <부엌중심>에서공개 예정인 김태윤, 백현진의 협업신작중 일부 | 이미지 제공: (주)디자인하우스
(우) 백현진 <다소 오래된 동네> 2018. Oil, lacquerspray on linen, 93 x 93 x cm. | 이미지 제공: 작가, PKM갤러리
김태윤은 매끈하고 하얀 접시들이 빈 회색 공간을 회전하다 쓰러지는 3D 영상 <접시들의 춤사위>(2023), 물이 틀어진 수도꼭지를 찍어 확대한 영상 <무심코, 불현듯이>(2023),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영상 <15분 5초의 선명한 혼돈>(2023)을 각각 LED 판넬과 TV 모니터, 태블릿 PC에 담아냈다. 백현진은 그 특유의 관념적 서사가 돋보이는 페인팅 작품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설정한 ‘가상의 부엌’이다. 작품들이 마치 부엌에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전기기처럼 설정된 것이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 여기에 설거지 소리를 디자인한 백현진의 사운드가 장내에 흐르면서 조성하는 명상적인 분위기도 감상해 보자.
이번 전시 <부엌중심>은 두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재현한 일상을 통해 우리에게 뜻밖의 숭고함을 마주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오픈일인 3월 15일은 VIP와 이벤트당첨자에 한하여 초청 행사로 진행되며, 오프닝 이벤트로 아티스트 김윤기의 사운드 공연이 펼쳐진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
운영 시간 화~토 10:30 – 18:30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전시 문의 02-765-7694 (전시/작품 구매 문의)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디자인하우스